▲이덕문 씨 개인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앞에 서 있는 사진작가 이덕문 씨. "옛날 담벼락은 아주 까맣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그와 대조적으로 지붕에는 새하얀 눈이 쌓였다. 눈 내린 날이었다. 담벼락과 지붕의 명도가 상당히 대조적이라 노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구름 위 한편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을 의도적으로 더 들어오게 강조했다. 이상하게 이 사진이 나 자신을 잘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간다."
국은정
-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현재는 가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생업이 주는 부담감으로부터 사진은 나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다. 우연한 기회에 출품했던 사진이 '2030 청년 작가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사진에 대해서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은 알면 알수록 더 깊어져서 자꾸만 파고들게 한다."
- 생업이 있으면서 작품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 "거의가 그럴 것이지만, 사진은 혼자 찍으러 다니는 편이다. 나의 외로움과 닮았거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피사체 앞에서 셔터를 누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사진 찍을 때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눈으로 보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은 수행'이라는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 이제는 믿어진다. 욕심을 버리는 보다 본질적이고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어렵다."
- 앞으로의 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보는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의 연장이 될 것이다.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더 넓고 깊게 보고 싶다. 좀 더 넓어진 시각을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한계들을 담아내고 싶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지 모르듯이 자신도 다는 모르겠다."
조인상 관장은 3년 전, 이덕문 씨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자신을 가장 괴롭힌(?)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약속 없이 불쑥 찾아와서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난해한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그의 질문은 언제나 복잡했기 때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가 곤란해다는 것.
조인상 관장이 바라보는 이덕문 씨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이나 풍경들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라 했다. 그의 타고난 성품에 걸맞은 특유의 여성성과 서정성이 작품에 잘 투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문 씨의 개인전은 이달 23일까지 계속된다.
이 갤러리에서는 필름 100통 이상을 찍은 자에 한에서만 전시기회가 주어진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다. 비록 많은 작가들이 작업 자체가 생업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 어떤 외부적 조건(학벌이나 수상 경력 따위와 같은 것들)보다 사진에 대한 열정만을 먼저 보겠다는 철저한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본질을 더럽히는 그 어떤 불순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그 각오와 뚝심을 앞으로도 더 굳건히 지역문화의 큰 축으로 뿌리내려 가길, 갤러리 개관 10주년에 부쳐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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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이요? 눈으로 보는 욕심을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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