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작년 일제고사 성적이 최상위권이라고 하자 전지역에 이런 펼침막이 걸렸습니다. 학교에서 스스로 걸었을까요? 교육청에서 공문 대신 전화를 돌려 걸게했다는 소문입니다. 학생들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하고 교사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상황입니다.
신은희
새학기가 시작되고 여러 지역에서 초등학교마저 일제고사를 대비해 0교시, 7교시 수업, 놀토 없애기 현상이 나타나고, 심지어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이는 학교까지 생겨났다. 이는 수업을 빨리 끝내고 방과 후 보충수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북이 일제고사 점수 올린 비결이 궁금하신가요
지난해 충북과 강원 일부에 그쳤던 이런 현상이 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바로 두 지역이 이런 파행 현상으로 일제고사 전국점수 1, 2위라는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학생들을 팔아 차기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음에도, 점수를 올리고 나니 지역 여론도 조금 달라지고 교육청은 교과부로부터 우수교육청으로 칭찬을 받았다. 게다가 앞으로 일제고사 향상 점수를 교육청 평가에 반영한다고 하고, 학교장 평가에 이어 교원평가로까지 이어질 기미가 보이니 그간 눈치만 보던 다른 지역은 바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지난해 충북과 강원은 어떻게 일제고사를 점수를 올릴 수 있었을까? 지역과 중앙언론에 여러 파행현상이 보도됐지만, 이번에는 충북을 중심으로 일제고사 점수를 올린 비법을 알아보자.
지난해 2월 1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10월에 본 전국 일제고사(초6, 중3, 고1) 점수를 발표했다. 교과부는 "시골인 임실의 초등학교들이 '방과후교육'으로 전국 최상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했다가 '임실의 조작'사건으로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충북은 점수로 보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분류되었다. 청주나 충주를 제외하면 6학급 위주의 작은 학교가 많고 경제력도 전국 하위 수준인 상황에서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최하위라는 불명예는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았다.
이에 이기용 충북교육감은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일제고사 점수가 곧 교육의 모든 성과를 반영할 수는 없다는 반발이 있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에서 미달 학생이 많은 편(국어, 영어 최하위, 사회, 수학, 과학 하위권)이지만, 중학교에서는 미달 학생이 더 적어지고(최하위과목 없고 중하위권), 고등학교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현상(모든 과목 중상위권)은 바람직한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초등학교 때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롭게 공부하다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가면서 점점 학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충북교육은 오로지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교육 현장은 학생들의 한숨과 교사·학부모의 탄식으로 채워졌다.
지역교육청, 교장 압박해서 시험 늘리고 방학보충수업 강요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교장들의 스트레스 증가'였다. 교육청 회의만 가면 교육감, 교육장, 장학사들의 점수 올리기 강조에 힘들다는 이야기가 교사들에게까지 들려왔다. 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할 때는 교장에게 그 학교 학습부진아 숫자를 이야기해 만나기가 겁난다고도 했다. 5월의 교감단 회의에서는 방학보충을 하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심지어 점수를 올리겠다는 선서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학교 구성원도 당연히 교장이나 교감이 교육청 회의에 다녀올 때마다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 것인가 겁을 먹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는 교육과정을 정상운영하면서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5월에 들어서면서 충주에서는 장학사들이 '수시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학교를 돌며 "어떤 학교는 방학 때 몇 주씩 보충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흘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교사들이 협의해서 계획을 만들어도 장학사가 직접 다녀가고 나면 하루 아침에 없던 보충학습이 생겨난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장학사가 수시로 학교에 전화해서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기초학력부진아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지역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교에는 "1등 할 수 있겠죠?"라는 압박도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