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GM 친정체제' 구축하나

비정상적으로 많은 외국임원, 르노삼성의 무려 '17배'

등록 2010.04.19 17:45수정 2010.04.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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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가운데). ⓒ 사진제공 GM대우

GM대우 마이크 아카몬 사장(가운데). ⓒ 사진제공 GM대우

 

GM대우가 권고사직 형태를 빌리긴 했으나 한국경영진을 사실상 해임하면서 GM의 속내와 향후 흐름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GM대우 아카몬 사장은 GM대우 한국경영진 중 핵심역량인 유기준 기술연구소 사장과 인사∙노무∙총무 총괄 장동우 부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해임 후 GM대우는 19일 후속 인사 조치를 시행했다. 

 

GM대우는 GM 글로벌 경차 개발 본부장인 손동연 전무를 유기준 사장을 대신해 기술연구소 부사장으로, 변화관리본부 크리스 테일러(Chris Taylor) 전무를 인사∙변화관리부문 부사장으로, 국내 차량 생산 부문 전영철 전무를 국내차량생산∙파워트레인생산∙노사부문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GM DAEWOO 마이크 아카몬(Mike Arcamone) 사장은 "이번 승진 임원들은 승진에 적격한 자격을 갖췄고, 이들은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GM대우를 국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게 할 뿐 아니라 올해 수익실현 목표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카몬 사장은 이번에 승진한 임원들에게 "한국의 능력 있고 가능성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스마트하고, 훌륭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인사발령으로 승진한 손동연 부사장과 전영철 부사장은 GM대우 최고 임원회의 기구인 PAC(=President's Action Council) 일원으로도 활동하게 된다. 외연 상으로 유기준 사장과 장동우 부사장의 빈자리를 손 부사장과 전 부사장이 채우게 된 것.

 

하지만 기술연구소는 원래 사장이었던 터라 부사장으로 강등 된 것이며 사장에 대한 인사는 유보한 상태다. 아울러 회사의 핵심인 인사부문은 외국임원으로 이양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영철 부사장의 경우 기존 생산부문 노사부문 업무만 추가 됐을 뿐이다.

 

때문에 전번 해임인사와 이번 승진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한, 'GM이 마이크 아카몬 사장을 앞세워 GM대우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인사조치가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GM이 유상증자 후 취하고 있는 일련의 행보 탓이다. GM대우는 유상증자 후 대우차 시절부터 국내 판매를 전담했던 대우자동차판매(주)와 결별을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브랜드 자체를 GM대우에서 시보레로 전환할 방침을 정했다.

 

한국임원은 해임하고 외국임원은 그대로

 

GM대우가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을 때 4912억 원을 유상증자했다. 당시 뉴GM만이 증자에 참여해 지분이 28%에 달하던 산업은행의 지분은 현재 17%대로 떨어졌다. 이로써 3대 주주로 전락한 산업은행은 특별결의 비토권과 이사 3인 추천권을 상실했고, GM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GM대우 관계자는 "보통 주식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야 비토권과 이사 추천권이 있지만 GM대우는 25%를 기준으로 했었다, 그런데 이제 17%이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고 한 뒤 "이제 회사경영의 모든 칼자루는 사실상 GM이 쥐고 있다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아가 이번에 대우차를 대표하는 한국 측 최고위 임원 유기준 사장과 장동우 부사장을 해임함으로써 GM은 GM대우차에서 대우차의 흔적을 상당부분 지워냈다. 이를 두고 'GM 친정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되는 한국경영진을 미리 제거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GM은 한국경영진을 해임하면서 외국인 임원(ISP·International Service Person)은 그대로 두었다. 실제로 GM대우는 스티븐 스몰 재무담당 부사장과 릭 라벨 세일즈·마케팅·AS 부문 부사장, 제이쿠니 홍보담당 부사장 등 외국인 임원들은 그대로 두었기 때문.

 

이를 두고 GM대우 관계자는 "한국 측 최고위 임원들만 해임한 것은 GM이 시보레 브랜드 도입을 앞두고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높고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 전 걸림돌을 제거한 것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사무직 직원부터 10% 임금삭감을 실시하고 있는 GM대우는 이번 조치로 다른 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이미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GM대우 관계자는 "한국경영진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해임당하자, 다른 임원들도 후속 조치에 예의 주시하면서 구조조정 불안에 떨고 있다"라고 한 뒤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되지만 안팎에서 과도한 임원진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 됐고 지난해 매출감소와 적자를 입은 만큼 이번 조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비정상적인 외국임원부터 구조조정 해야"

 

GM대우의 과도한 임원 수는 여러 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동종업체이면서 규모가 큰 현대자동차나 같은 외국계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에 비해 임원이 많다는 것이다.

 

GM대우에는 400여 명의 임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공개했을 때 이중 한국임원은 200여명, 외국임원이 210여명이었는데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희망퇴직 외에 별다른 인사조치가 없었던 만큼 임원진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방만한 인사경영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지난해 유동성 위기 당시 GM대우는 외국임원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역시 당시 경영진의 방만한 인사경영과 자금유출 의혹을 낳고 있는 과도한 외국임원들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하지만 GM대우는 외국임원이 아닌 한국경영진에 대한 칼을 빼들었다. GM은 아카몬 사장을 내세워 한국임원을 상징하는 유기준 사장과 장동우 부사장을 해임한 것. 이로 인해 과도한 외국임원에 대한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GM대우 외국임원 210여명은 같은 외국계 기업인 르노삼성 12명에 비해 무려 17배나 많은 규모다.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 노동조합 관계자는 "1만 7000여명이 종사하는 GM대우보다 규모가 큰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 직원이 5만6000여 명에 달하지만 임원은 250여 명이다"라며 "임원만 놓고 단순비교해도 직원 1명당 임원 숫자는 현대차보다 5배 이상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어떤 부서는 사원 1명에 대리가 2명이고 차장이 7명, 부장이 2명인 곳도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가 GM대우다, 지금이라도 외국임원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유동성 위기와 2조 원 규모의 파생상품손실, 자금유출 의혹 등으로 GM대우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당시 GM대우 한 고위간부는 "재무·홍보·법무·연구개발·품질 등 GM대우 내 전 부문에 GM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 임원이 있지만, 이들 업무의 대부분이 한국인 임원과 중복 된다"며 "일반 직원에게는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경영진의 비용 절감 노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GM대우 노조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이라 파악이 안 된다, 과도한 외국임원들이 대체 얼마를 받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수출과정에서 얼마에 판매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에 있다"며 "이제 GM대우는 'GM 친정체제'가 더욱 확고해지면 더더욱 묘연해 진다, 사실상 한국정부나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GM대우 #GM #대우자동차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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