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리명박 역도"...북, 대남 기조 바뀌나

북, 8개월만에 이 대통령 실명비판...이 대통령도 20일 대북 비판

등록 2010.04.21 17:30수정 2010.04.21 17:30
0
원고료로 응원

남북관계가 어떤 상황인지는 양측이 최고지도자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대통령 등 남한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호칭 등의 표현을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족여부를 그대로 투영해왔다. 또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회담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직접비판을 삼가왔다.

 

북한은  지난 17일, '천안함 침몰사건의 북관련설'을 비판하는 '군사논평원'의 글에서 두 차례 '리명박 역도'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은 지난 3월 12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의 개인필명 논설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비판했었으나, 다른 표현을 붙이지는 않았었다.

 

다시 등장한 '역도'·'역적패당'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열린 민주평통-북미주 자문위원초청 다과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열린 민주평통-북미주 자문위원초청 다과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열린 민주평통-북미주 자문위원초청 다과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이 같은 비판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북한의 대외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이 지난해 8월 25일 오후 재방송에서 오전 방송에는 넣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역도', '역적패당' 등의 표현을 전부 빼고 방송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단 파견과 이 대통령 면담 등 대남유화분위기의 영향이었다.

 

그 이후로는 북한의 대외매체에서 이 같은 표현은 사라졌고, 같은 해 11월 3차서해교전과 급변사태 보도에 대한 '보복성전'비판에서도, 이 대통령은 비난대상에 넣지 않았었다.

 

다시 등장한 '역도'표현에 대해 정부도 날선 대응을 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0일 민주평통 강연회 이후 기자들에게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며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런 유치한 선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최근 북한은 작년 하반기 이후 다소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것을 바꿔서 다시 강경대결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21일에는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이 공식브리핑에서 "대남비난과 선동은 상호존중과 불간섭, 비방중상 중지 등에 대한 남북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비이성적인 선동과 비방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인택 장관 "북, 유화적 태도 바꿨다"

 

천 대변인은 이와 함께 "지난 4월 19일에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 국장이 '4·19 50돌 기념 평양 보고회'에서 직접 우리 정부를 비난하면서 내정 간섭적인 발언을 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경호 국장은 이날 '남조선 괴뢰도당', '남조선 보수패당' 등의 표현을 쓰면서 "남조선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조국통일을 가로막는 온갖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이 지체없이 철폐되어야 한다", "4.19봉기와 같은 과감하고 대중적인 민주화투쟁의 불길로 반역패당의 파쇼폭압체제를 단호히 불살라 버려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a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북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다과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북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다과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북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다과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남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내정간섭'성 대북비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0일 민주평통 간담회에서 "백성들은 어려운데 60억원을 들여 (김일성 주석) 생일이라고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렸다고 한다"며 나는 북한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한 것이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김정일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3차 서해교전 직후 언론의 북한보도에 대해 이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 언론이 조금 과도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톤다운을 주문하고, <로동신문>이 개인필명 논설로 "우리는 앞으로도 북남관계개선을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던 상황은 옛일이 돼 버린 것이다.

 

북, 대남 기조 바꾸고 있나

 

현인택 장관이 "최근 북한은 작년 하반기 이후 다소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것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이 대남 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의 이산가족면회소 등에 동결조치를 취하고 개성공단에 박임수 정책국장 등 국방위 관계자들을 보내 '실태조사'에 나선 것 등이 그런 징후라는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22일부터 금강산관광 지구 부동산 조사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4월말에 대남정책에 대한 총노선을 점검하고 결정하기 위한 내부총화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으로서는 그동안의 대남유화정책에 남쪽의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남압박을 고조시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가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북한이 5, 6월쯤에 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금강산 #김정일 #국방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