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 처음 무대에 서다

4월 25일 변형의 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국내 첫 시연회 열려

등록 2010.04.22 18:22수정 2010.04.22 18: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5일 오후 5시 광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빛고을 진리를 찾는 사람들 주최로 <변형의 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공연이 열린다. 공연자로 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나는 지난 2008년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매달 한번씩 광주에 내려가 '빛고을 진리를 찾는 사람들' 모임에서 주최하는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집중과정 워크숍에 참가했다. 3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는 집중을 마칠 때마다 간단한 시연회를 했지만 이번처럼 큰 공연장에서 대중을 상대로 이뤄지는 공연은 처음이다.

서른셋, 이런 큰 무대를 경험한다는 것은 꽤 큰 도전이다. 한번도 무대에 서본 경험이 없는 내게 이번 공연이 어떤 경험을 안겨 줄지 자못 기대가 일어난다. 아침 명상에서도 두려움과 불안함을 만났지만 설렘으로 변환하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특별한 명상법

1800년대에 출생한 아르메니아 출신 영적 지도자 구르지예프에 의해 계발된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대표적인 동적 명상 수행법이다. 구르지예프는 자신의 가르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가르친다."


'신성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몸을 통해 내적 변형을 일으키는 놀랍고 강력한 명상법이다. 이 명상법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사람, 즉 일정 시간 이상 명상을 통해 모인 내적 각성을 좀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을 위한, 굉장히 특별하고 독특한 춤이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익혀야만 할 오블리가토리(Obligatory), 강인함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더비쉬(Dervish)춤, 복잡하고 상징적인 동작들로 이루어진 기도(Prayer)춤, '신은 자비로움을 가졌으니' 등의 구어적 요소를 담고 있는 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모든 무브먼트는 각각의 춤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과 함께 이루어진다. 음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토마스 드 하트만에 의해 악보화되었다.

다양한 무브먼트를 하기 위해서는 순간에 전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머리와 팔, 손과 발이 서로 다른 박자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한 단계의 각성이 없이는 춤을 제대로 출 수가 없다. 구르지예프는 세 가지 센터 즉, 지성, 감정, 동작 센터와 더불어 깨어 있는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춤을 통해 평생 일으키는 습관들을 지켜보고 뛰어넘게 되며, 조화롭게 계발을 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깊은 명상 상태를 경험하여 내적인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a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2008년 처음 참가했던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전남 화순에 자리한 라이프 클리닉에서 경험한 아름다웠던 시간. ⓒ 권민희


구르지예프 무브먼트의 국내 첫 소개 무대

온라인 카페 '빛고을 진리를 찾는 사람들'은 명상 커뮤니티로, 온라인으로 자신의 명상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내적 성장을 위한 오프라인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한다. 주부, 교사, 의사, 직장인, 번역가, 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20~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 서울, 부산, 대구, 전주, 광주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지난 3년여간 함께 활동해온 20여 명의 사람들이 한달에 한 차례 이상 함께 모여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를 추어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도 오쇼공동체에서 20여년간 생활을 한 명상지도자인 독일인 달마와 한국인 풀라를 통해 지난 2005년 국내에 소개된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다양한 장소에서 워크숍과 클래스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광주에서만큼 지속적으로 모임이 결성된 곳이 드물다. 예향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예술적인 특성이 묻어나는 명상법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자인 달마는 "이 공연은 춤을 추면서 경험하는 내적인 고요함을 관객들과 나누는 자리"라고 이야기 한다. 춤과 침묵으로 이루어진 시연회는 추는 사람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의 내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시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박수를 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침묵 속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 추는 이는 물론이고 관람객 역시 깊은 명상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시연회는 구르지예프 무브먼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되는 무대로 의미가 남다르다.

a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2009년, 화순 라이프클리닉에서 열린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 권민희


내적 성장을 위한 여정에 나서다

지난 2008년, <가족세우기>라는 책을 편집하며 독일인 달마님과 풀라님(한국인)과 인연이 되었고, 꾸준히 가족세우기 세라피 워크숍에 참여했다. 내 안의 의존성을 한 꺼풀 걷어내고 나를 살피는 작업을 다시 해볼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구르지예프 무브먼트가 내게 왔다.

무브먼트를 추면 강렬하게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판단과 분별, 생각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 춤을 추다보면 그것에 끌려가지 않고 지켜 볼 수 있게 된다. 단지 그것은 일어나는 현상일 뿐 내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영적 성장이란 초능력을 발휘거나 단숨에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작고 여린 내면 아이를 돌보기 시작하며 생활이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 능력을 인정받고자 애쓰고, 쉽게 상처받던 나는 이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쪽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었다. 그리고 못하면 못하겠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결혼을 하기 위해, 남들이 시선을 의식해서 등 직장생활의 명분에서도 하나 둘 자유로워졌다.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이 정리가 되었다.

나는 요즘 글을 쓰고, 춤을 추고, 명상을 한다. 힐링 마사지와 아프리칸 타악기 젬베를 배우기도 한다. 내가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정기적으로 자원 봉사를 한다. 약간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내가 필요한 것을 얻기도 한다.

백수가 되니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머물 집과 단순하고 멋진 세간 살림이 있다. 무엇보다 나는 건강한 육체와 아름다운 표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좋다. 이런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부모님은 자유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이다. 아버지는 아는 것이 많고 유머러스하다. 엄마는 현명하고 의지가 뚜렷한 분이다. 무엇보다 두 분은 자유의지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계신다. 부모님의 건강은 내게 큰 축복이다.

그간 직장생활과 일을 통해 얻은 경험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있고, 구체화해서 추진할 의지와 힘을 주었다. 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었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임에도 심정적으로 어려울 때 전화를 걸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내안의 사랑을 조화롭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의존성을 뛰어넘을 때, 아니 의존함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자유로워짐을 이젠 안다. 깊은 깨어있음을 경험하기 위하여 나는 오늘 광주로 내려간다. 하나의 일상일수도 있고 내 삶을 깨우는 새로운 사건일수도 있다. 이번 공연은 나의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서 전적으로 임할 것이다.

a

변형의 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포스터 오는 4월 25일 빛고을 광주에서 열리는 국내 첫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시연회 공연 포스터이다. ⓒ 권민희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신성무 #광주문예회관 #빛고을진리를찾는사람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나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런 나에 집착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만남도 예술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