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구나 이렇게 만개한 꽃이 되어 향기를 품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다.
김현
한 지인의 아들을 보자. 그 아이는 지금 고 1이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예전엔 시골에서 도시로 속칭 유학을 온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요즘은 버스로 20분 거리에 살아도 기숙사에 보낸다.
그 지인의 아이는 아침 6시 20분에 기상한다. 운동장에 나와 맨손 체조를 간단히 하고 아침을 먹고 교실로 등교한다. 그리고 아침 자율학습을 하고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보충 수업. 보충 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다음 그 아이는 자정이 넘은 1시까지 공부를 한다. 요즘은 곧 있을 중간고사를 앞두고 2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한다. 아이가 잠을 자는 시간은 약 4시간 남짓이다. 잠을 일찍 자라고 해도 불안해서 못 잔다 한다.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다고 한다.
지아도 그랬다. 곧 있을 시험을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을 하고 불안해했다. 숨소리도 안 내고 열심히 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혹시 자신의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지아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아이는 계속 울먹였다. 점심도 속이 울렁거려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니 상태를 그대로 얘기해봐.""…… 그냥 심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아요. 답답하구요. 저 어떡해요."지아는 '저 어떡해요'를 반복하며 울먹인다. 그 아이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됐다. 나도 고3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노이로제였다. 고삼병이면서 시험과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노이로제 증세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증상은 일단 시험에 대해, 공부에 대해 잊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일단 바람이나 쐬자. 그럼 좀 나아질 거야."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다. 교문을 나섰다. 교문 앞엔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너무 맛있게 떡볶이를 해서 아이들의 칭찬이 자자한 집이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인지 배가 고팠다. 지아도 뭐 좀 먹여야 할 것 같아 떡볶이 먹자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몇 개만 먹고 만다. 속이 메스껍다고 한다. 모두 신경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