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백기 든 KT-LGT, 결국 초당과금 도입

12월부터 1초당 1.8원... 1인당 요금 연 8천 원 줄어

등록 2010.05.03 14:24수정 2010.05.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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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현 KT 개인고객전략본부 상무(왼쪽)와 이승일 통합LG텔레콤 PM사업본무 상무가 3일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초당과금제 12월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다. ⓒ 김시연


SK텔레콤에 이어 KT와 통합LG텔레콤도 오는 12월 초당과금제를 도입한다. 초당과금제가 도입되면 이동전화 가입자 1인당 연간 8천 원 정도 요금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월 1000원씩 부과돼온 발신자정보표시(CID) 요금 역시 오는 9월부터 무료화된다.   

14년 만에 10초당 18원에서 1초당 1.8원으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3일 오전 11시 광화문 브리핑룸에서 KT, LGT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초당과금제 12월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96년 12월 처음 도입된 10초 단위 과금제는 14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초당과금제는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부당 수입이라고 계속 지적해 왔고 전 국민이 실질적 요금 인하 혜택을 받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무선전화에서 무선전화(MM)나 유선전화(ML)로 걸 때 10초 단위로 요금이 18원씩 부과됐다면 앞으로 1초 단위로 1.8원씩 부과되는 셈이어서 이통사들로선 그만큼 '낙전수입'이 줄게 된다. 그 규모는 가입자 1인당 연간 7500~8000원 정도로, SKT가 1950억 원, KT가 1280억 원, LGT가 700억 원 등 연간 약 4000억 원에 이른다. 단,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LM)로 거는 요금은 여전히 3분 단위 과금이 유지된다. 

지금까지 10초 단위 과금제에서는 11초만 사용해도 20초 요금이 부과되는 등 고객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10년 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과금 단위 세분화 요구가 줄곧 제기됐다. 급기야 2007년 감사원은 10초 과금으로 발생하는 이통사 낙전 수입이 8500억 원 이상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지난해 9월 방통위에서 초당과금 도입 방안이 포함된 통신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고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지난 3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SKT 3월 실시 이후 KT-LGT 압박 수위 높아져


이후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LGT가 먼저 연내 도입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끝까지 '10초 과금제'를 고수하던 KT조차 이번에 함께 12월 도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강국현 KT 개인고객부문 상무는 "음성통화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여전히 존재하고 사업자 간 과금 단위가 달라 고객 혼선 우려가 있어 내부적으로 초당과금제 도입 시기를 고민해 왔다"면서 "지난 1분기 무선데이터 1인당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무선데이터가 활성화돼 초당과금제를 도입할 여력이 마련됐다고 보고 도입 시기를 정부와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연내 도입 의사를 밝혔던 이승일 LGT PM사업본부 상무 역시 "통합사 출범 뒤 전산 통합 과정에 장애가 있어 초당 과금 도입 작업이 지연돼 오는 12월 1일부터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SKT가 이미 지난 3월부터 초당과금제를 시행한 상황에서 KT-LGT 가입자들은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에 강국현 상무는 "KT가 지금까지 출시한 요금 상품이 700여 가지에 이르다보니 모든 요금제에 초당 과금을 전산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SKT 역시 (작년) 9월에 도입했다가 지난 3월 시행한 것처럼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시민단체-경쟁사 전방위 압박에 KT 굴복?

KT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렸다고는 하지만 업계에선 정치권-시민단체-경쟁사의 전방위 압박에 굴복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지난 3월 1일 SK텔레콤이 초당과금제를 본격 시행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초당과금 도입 한 달 시행 분석 결과를 발표해 또다시 KT를 압박했다. 초당과금 도입에 따라 3월 한 달 간 줄어든 요금이 162억5천만 원이고 고객 1인당 연간 8천 원의 요금절감 효과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한국갤럽을 통해 고객 설문 조사를 하면서 자사 고객뿐 아니라 KT와 LGT 고객 대상으로도 초당과금제 도입 의견을 물어 3사 평균 75%의 찬성 답변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초당 요금제를 정부가 제도화해야 하는지(54.5%), 통신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지(33.7%)도 물어 방통위까지 간접 압박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지난달 15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에 올해 안으로 초당과금제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회 차원에서 초당과금제 토론회 계획도 나왔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날이었던 지난달 22일까지도 이석채 KT 회장은 '초당과금제 도입 계획'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등 부정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초당과금제 #KT #SKT #L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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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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