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 너머로 마을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 주민총회 광경을 지켜보는 주민들이 보인다.
남소연
글라루스의 주민총회는 오전 9시, 행진으로 시작됐다. 주정부 청사 앞에서 군악대를 선두로, 주정부와 주의회 인사들, 초청받은 연방정부와 외국 대사들이 앞장서고, 주민들이 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대열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들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각양각색의 남녀노소가 모여들고 있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90대 할머니부터, 손을 꼭 잡고 걷는 50대 부부, 2명의 유치원생 아이들을 데리고 온 30대 부부, 진한 키스를 하면서 따라가는 20대 커플, 청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낄낄대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 엄마가 끄는 유모차에 앉은 채 행진음악에 웃음 짓는 간난아이까지. 주정부의 최고 권력기관인 주민총회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그렇게 다양했다.
50대의 큐민 부부는 자동차로 10분 걸리는 동네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고 행진하는 이들 부부의 손에는 오늘의 표결 안건들 22가지를 적은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 한 표 행사하러 온 거군요?"아닙니다, 그냥 커피 마시러 온 겁니다. 하하."
남편은 그런 농담으로 인사를 건넸다.
- 오늘 22가지 표결 안건이 있는데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7번, 21번, 22번이요."
그는 단박에 말했다.
7번은 식당에서 흡연실을 허락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고, 21번은 대중교통을 모든 주민에게 공짜로 해줄 것인지, 그리고 22번은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투표권을 줄 것이지를 다루는 것이었다.
- 22번은 마지막 안건인데 그럼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겠네요?"물론이지요."
스무살 여대생 리아는 고등학교 다니는 동네 후배들과 행진을 하고 있었다.
- 젊은 사람들도 꽤 많네요."재작년부터 투표연령이 16세로 낮춰졌거든요. 그래선지 오늘 고등학생들도 더 많이 보이네요." (스위스 연방 차원의 투표연령은 18세)
주민총회 장소인 광장으로의 행진은 앞을 보고 걷는 것이 아니었다. 옆 사람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것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걷는 20대 엄마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90대 할머니에게 "오랜만이시네요"하고 인사를 나눴다. 여기저기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을 멀리서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고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반기는 모습이 보였다.
투표용지, 하늘로 치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