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쓰는 편지

한탄강에서

등록 2010.05.05 13:30수정 2010.05.05 13:30
0
원고료로 응원
1.
 
이산가족 내 어머니 
한탄강에 나와
목측 너머 고향에 띄울
편지를 씁니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
재줄재줄 산새 소리 
가시철책에 걸려
찢어진 바람이 우는 소리
물 위에다 한자 한자 옮겨 씁니다.
 
누가 행여
엿볼까 하여
고개를 강물에 빠뜨리고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씁니다.
 
흐르는 물 위에 
아무리 손가락으로 눌러 써도 
써지지 않아,
 
어머니
달빛으로 
그립다 씁니다.
별빛으로 
보고 싶다 씁니다.
 
2.
 
어머니 살아생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고향집 편지...
 
오늘은 한탄강에
내가 어머니 대신 
함경북도 청진시 신암동 16번지에 살고
계실 큰 외삼촌께 편지를 씁니다.
 
여기는 벌써 진달래는
다 피었고... 여기는
모두들 잘 있다고,
흐르는 물 위에 써보냅니다.
 
어서 하루 바삐 통일되어
꼭 다시 만나자고 씁니다….
 
a

한탄강 ⓒ 송유미

한탄강 ⓒ 송유미

2010.05.05 13:30 ⓒ 2010 OhmyNews
#편지 #그리움 #어머니 #이산 #고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인들만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
  2. 2 참전용사 선창에 후배해병들 화답 "윤석열 거부권? 사생결단낸다"
  3. 3 맨발 걷기 길이라니... 다음에 또 오고 싶다
  4. 4 눈썹 문신한 사람들 보십시오... 이게 말이 됩니까
  5. 5 해병대 노병도 울었다... 채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