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삼성은 어떤 존재일까?

등록 2010.05.07 10:44수정 2010.05.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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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바지에 불 붙는다!"

어린 시절 우리를 그렇게도 화나게 했던 이 유치한 문구가 그립지 않은가? 아니면 "반사, 네가 한 말 다 되돌아간다!"는 어떤지. 그렇다, 유행 지난 말이지만 우리를 오래 전 학창시절로 되돌려주는 아련한 말이다. 혹은 2010년 한국의 가장 크고 강력한 이사회를 생각나게 한다. 적어도 나에겐 삼성이라는 회사에 성행하는 부패에 관한 김용철 변호사의 책에 보인 반응을 보고 떠오른 것이 그 말이었다.

김씨는 1997년 고문 변호사로 삼성에 들어가 2004년 그만 둔 후 2007년 공개적으로 내부고발을 하여 세간의 많은 주목을 끌었다. 한국의 주요 신문들은 그러나, 그 책의 리뷰를 싣는 것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한국 미디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삼성이 그 이야기를 쓰지 못하도록 직접적으로 압력을 넣었거나, 미디어에서 직접 뒷감당이 두려운 나머지 자체 편집을 결정한 것이라고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의 시대를 살고 있는 덕에, 트위터와 블로그들에서 책이 회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젠 <뉴욕 타임즈>에까지 실리게 되었다.

이 주제가 국제적 관심을 끈 것을 생각하면, 삼성의 프로모션 부서에서 "똥을 보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태도의 반응을 보인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이 한국 속담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삼성이 이것을 오만함과 거만함의 표상과도 같이 그런 심각한 고발에 대한 대답으로 쓴 것은 해외에서는(혹은 국내에서조차도) 전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그럼 김씨는 거짓말쟁이일까? 여기서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 질문에 관한 대답은 아마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삼성은 아마도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 그 책을 읽지 않았어도 말이다. 또한 그의 책은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룹의 대표이자 유죄를 선고받은 죄인인 이건희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 몇 달 전이었다. 회사들이 너무 커져서 더이상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민주주의 원칙으로 뽑은 정부가 아니라 그들이 법칙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물론 이쯤에서 그 대답은 "정도껏 해야지"가 되겠지만, 별로 많은 한국인들이 그 답을 얻은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삼성이 지금의 힘을 얻은 것은 사람들의 손에서 빼앗아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주었거나, 교환한 것이다. 삼성은 그리도 미움받지만 망하기엔 너무 큰 월 스트리트 회사들과는 다르다. 삼성은 수 많은 한국인들의 일터이며, 한국인들이 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제품들을 만들고, 고달팠던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었으며, 한국의 번영과 국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삼성이 국가의 영광스런 구세주로 기억되거나 미움받는 괴물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들은 국가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그리고 있던 캔버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미디어의 독립, 혹은 민주주의에서 모두를 위한 정의의 개념과 같은 더 커다란 문제들을 되짚어 볼 때가 온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삼성 #부패 #김영철 #이건희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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