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심포지엄 -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가 열렸다.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한 관련 주제에 대한 발언을 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권우성
조 교수는 가깝게는 6·2지방선거와 멀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연대'를 촉구하면서 '있었음직한' 역사적 상상을 하나 제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획득하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원내에 진출했던 2004년이야말로 진보개혁 진영이 한국 사회의 '판'을 바꿀 수 있었던 절호의 시기였다"며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이때 민주노동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강화 등 선거법 개정,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노동법 개정 등을 합의 성사시켰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면, 진보진영이 다음 대선에서도 실패하면 '잃어버린 10년'이 된다"며 "진보개혁 진영이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연합을 교훈 삼아 2012년 총선에서는 공동정책을 전제로 합리적인 선거구 조정을 이뤄내고 나아가 대선에서는 연합정부를 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가져온 핵심 원인으로 사회 양극화를 꼽았다.
정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민주개혁이나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 일상적 삶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던 경제문제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민주정부의 경제성과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고도성장의 기억 속에 사화적 양극화로 고통 받는 유권자들에게 민주정부 경제정책 효과는 미흡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고용안정성 향상 및 사회안전망과 복지정책 강화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를 넘어서서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주문했다. 조희연 교수는 "'너 좌파지?'라는 게 가장 큰 욕이 되는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래 나 좌파다, 좌파가 얼마나 좋은 건데'라고 반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라는 후회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비타협적 정치적 개혁주의와 사회경제적 개혁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내부자의 관점에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두 민주정부는 저성장 체제 하에서 사회정책, 즉 복지를 확대하고 또 세계화된 경제 체제하에서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우리가 했던 것이 아니라 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진보주의라고 했지만 성장주의에 기댄 동시에 성장콤플렉스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라며 "헛된 꿈을 좇다가 스스로 붕괴해버린 아일랜드, 두바이 모델을 당시 배워야 한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진보주의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반성 하나를 언급했다.
"나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죠. 카드 한번 내밀어 보지 못하고 아니라고 부인부터 먼저 했잖아요. '너 예수 제자지?' 이러니까 '아닙니다' 이렇게 된 것 아닌가요. '그래 내가 예수 제자다' 하고 나갔어야 하는데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했거든."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수십 번 (진보주의자라는 것에 대해) 부인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예수가 죽자 그의 제자라는 것을 부인했던 사도가 나중에는 가장 앞장서서 기독교를 전파하고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서 결국 로마를 접수했던 것처럼 지난 10년간의 집권경험을 과학적으로 반추하고 발전시킨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