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몽타주는 필요없다

김몽의 천안함 미스터리

등록 2010.05.12 11:47수정 2010.05.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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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박씨, 읍내 소식 들었는가?"
"뭔 소문?"

"아 읍내 삼거리에 <백령도 마트>있잖은가?"
"알지. 편의점마냥 24시간으로 영업하는데. 백령도 마트가 어찌 됐는고?"


"어찌 되기는. 아주 흉악한 일이 벌어졌구먼."
"흉악한 일?"

"마트에 강도가 들어서 카운터 보든 애가 죽었다는군."
"뭐어? 혹시 죽은 사람 이름 들었나?"

"뭐라더라… 천… 응!… 천안호, 천안호라고 하더만."
"뭐! 천안호! 안호가 죽었단 말이야?"

"박씨 왜 이리 흥분하는감? 혹시 아는 아이인가?"
"아다마다! 내가 읍내에서 담배 살 적마다 보던 아이였는데! 이제 겨우 열아홉인가 열여덟인가 앞길이 구만리 같은 놈인데… 도대체 어찌 그리 된 거야?"

"강도한테 칼침을 맞았다는군. 참으로 끔찍한 일이야."
"그래서, 범인은 잡았는가?"


"아직 못 잡았다는구먼. 지문도 발자국도 싹 지워졌대. 지금 경찰에서 몽타주를 만들고 있대."
"몽타주? 목격자가 있었나 보지?"

"마트 건너편에 세탁소 최 사장 있잖은감? 정면으로는 못 봤고 옆모습이랑 뒤통수만 멀리서 봤다는데."
"그렇게 대충 봐가지고 괜히 생사람 잡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경찰에서 몽타주 그리다 만 걸 보여줬는데, 머리는 곱슬곱슬하고 안경은 커다란 게 윗마을 정일이를 닮았다는 소문이구먼."
"뭐어? 정일이? 그 자식 폭력전과 있는 놈 아냐?"

"그렇지. 그래도 윗마을 이장 아들인데 말이야. 잘못 하면 윗마을 아랫마을 싸움 나게 생겼구먼."
"그놈이 범인이면 당연히 아랫마을에서 응징해야 하는 거 아녀?"

"근데 이번 사건은 뭔가 수상해."
"뭐가?"

"박씨는 백령도 마트에 씨씨티비 달려있는 거 본 적 있는감?"
"본 거 같은데."

"같은 게 아니라 세 대나 달려 있다는구먼. 마트 씨씨티비 카메라가 메이커가 다 다른데, 하나는 티오디(TOD), 하나는 교신내역, 하나는 케이엔티디에스(KNTDS)라는구먼. 내가 읍내에 갈 때마다 들어서 아주 외워버렸다는 거 아녀."
"그래서, 씨씨티비에 범인 얼굴이 찍혔다는 거야?"

"당연히 찍혔겠지! 백령도 마트 안에는 사각이 없다는 거 아녀. 주인 김씨가 동네 꼬맹이들 과자 한 봉지 못 훔쳐가게 구석구석 찍히도록 달아놨다는구먼."
"아 그럼 씨씨티비 테이프를 확인하면 될 거 아닌감!"

"그것이 참… 마트 주인장이 테이프를 안 보여준대."
"뭐여! 뭣 때문에 안 보여준다는 거여?"

"그게 참 기도 안 차. 영업비밀이라는 거야…."
"뭐, 뭐라고! 영업비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여! 남의 집 귀한 자식 일 시키다 그렇게 흉한 일을 당했으면 당연히 협조를 해야지!"

"그래서 지금 읍내에 별의별 소문이 다 도는 거여. 마트 주인장이 종업원하고 싸우다 죽였다는 둥, 망나니 같은 주인장 아들이 애비 가게를 털다가 죽였다는 둥…."
"에잇! 도저히 못 참겠구먼!"

"바, 박씨 어디 가는 거야?"
"이거 놔! 그 인간 같지 않은 놈 내가 패대기를 쳐버릴 거여! 몽타주는 뭔 놈의 몽타주여! 씨씨티비 테이프 당장 내놓으라고!"
#천안함 #소설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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