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벨트'의 완성... '노풍' 확산 기폭제 될까

'이변' 유시민 효과로 선거 판도 흔들... 야권, 정권심판론 재점화

등록 2010.05.13 16:54수정 2010.05.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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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되자 민주당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과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가 축하해 주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되자 민주당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과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가 축하해 주고 있다. ⓒ 유성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민주당엔 일말의 불안감이 있는 합의고, 국민참여당엔 일말의 희망이 있는 합의죠. 시민들의 참여가 기적적으로 일어나느냐가 저에겐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난 3일 민주당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와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유시민 후보는 희망과 불안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유 후보가 품었던 "일말의 희망"은 현실이 됐고 민주당 몫으로 남았던 "일말의 불안"은 악몽으로 변했다.

 

13일 유시민 후보는 김진표 후보를 꺾고 양당이 내세울 경기지사 단일 후보가 됐다. 거대 야당을 상대로 조직력의 열세를 딛고 일궈낸 '작은' 이변에 6·2지방선거의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경기도에서 시작된 후보단일화 바람이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인 선거 판세를 흔들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판세에 변화는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 여파, 김문수 독주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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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결정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결정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유시민 후보로의 단일화는, 독주 채비를 갖춘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하다. 김문수-김진표의 대결보다 김문수-유시민의 대결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6~7일 <서울신문>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5%포인트)에서 김문수 후보는 김진표 후보와 대결에서 43.7% 대 26.4%로 17.3%포인트 앞섰지만 유시민 후보와 맞대결에서는 42.2% 대 31.3%로 격차가 10.9%포인트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 후보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지지율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야당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동원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 후보는 지난 11일 단일화 경선을 앞두고 진행된 MBC 라디오 토론회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2006년 지방선거 때의 두배 이상 올려야 승산이 있다"며 "제가 단일후보가 되면 신진야당지지층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야권 전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또 선거 사상 처음으로 선거자금 조달 방법으로 '유시민 펀드'를 기획해 3일 만에 40억 원 이상을 모으는 파란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단일화가 된 만큼 김문수 후보와 지지율은 곧 역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도 김문수 후보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다.

 

좌초됐던 두 후보간 단일화 협상의 중재역을 자임한 손 전 대표가 유 후보를 지원해 표심 잡기에 나설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재보선에서 무명의 이찬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해 초반 20%포인트 차의 열세를 딛고 역전승을 일궈낸 바 있다.

 

한나라당 내에선 '김문수 대세론'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파장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김문수 후보 측 최우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권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경기도로 날아온 철새 대신 우직하고 부지런한 개미후보, 발로 뛰는 서민후보 김문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바람이 불어도 유시민 후보는 핵심지지층 못지않게 비토층이 많아 지지율 상승에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유 후보가 더 쉬운 상대"라고 말했다.

 

전국적 '친노벨트'의 완성... '노풍' 확산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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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 유성호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었던 유시민 후보가 경기지사 단일후보로 나서게 됨에 따라 야권의 전국적인 '친노벨트'가 완성됐다. 서울의 한명숙 후보, 충남의 안희정 후보, 강원의 이광재 후보, 부산의 김정길 후보, 경남의 김두관 후보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친노' 인사들이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또 수도권 '빅3'에서 민주당 후보만이 아니라 한명숙-유시민-송영길이라는 삼각편대가 꾸려지면서 외형적으로도 야권의 연대 구도가 짜여지게 됐다.

 

야권에서는 국회 의석 하나 없는 신생정당인 국민참여당의 예상을 깬 단일화 경선 승리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기도에서 시작된 단일화 바람이 전국적인 '친노 벨트'를 타고 전국적인 '노풍'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식에는 야권의 후보들이 총출동해 '노풍' 확산에 나선다.

 

특히 천안함 정국이 이어지면서 침몰했던 '정권심판론'이 단일화 바람,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반성' 발언과 맞물리면서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실패한 정권론'으로 '바람'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정옥임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으로 퇴출되었던 인사들이 보란 듯이 관 뚜껑을 열고 어슬렁거리고 있다"며 "부도난 '친노회사'의 임원들이 간판만 살짝 고쳐달고 단일화쇼를 벌인다고 해서 블루칩이 되겠나"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측도 ""국민에게 심판받은 친노세력이 민주당 안방을 차지하고 수도권에 친노벨트를 완성했다"며 "실패한 친노세력의 위장개업 쇼"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확산되자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는 과거 정권을 심판하고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하는데 황당한 주장"이라며 "이번 선거는 서민을 울린 이명박 정권 심판장"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화학적 결합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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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결정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손을 잡고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결정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손을 잡고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일말의 불안"이 악몽으로 변한 민주당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당 조직력이 취약한 유 후보로서는 민주당으로부터 얼마나 협조를 이끌어 내느냐가 본선 승부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은 겉으로는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몹시 서운하지만 이 서운함을 승리로 승화시키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유시민 후보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일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당원들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명령인 후보단일화를 이룬 만큼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와 당원들이 취해야할 태도"라고 당부했다.

 

김진표 후보도 지지자들에게 "모든 것을 잊고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민주당내에 유시민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상황에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특히 기호 2번 광역단체장 후보를 잃은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와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들과의 유기적인 선거운동 조직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난항을 겪었던 야권의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가 차선, 분열은 최악"이라며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유시민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면 통합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유시민 후보는 "현재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안정적인 공존에 필요한 신뢰와 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낮은 수준의 통합인 선거 연대와 공동정부 구성을 통해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10.05.13 16:54 ⓒ 2010 OhmyNews
#유시민 #경기지사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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