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한 폭의 그림처럼 비상하는 재두루미
박종학
안녕하세요? 저는 두루미과의 회색 두루미인 재두루미 '쪼쪼'라고 합니다. 제 자랑을 하자면 미백이 필요 없는 뽀얀 피부에 발그레한 볼, 고려청자 같이 아름답고 청아한 청회색 날개, 소녀시대 못지않게 곧게 뻗은 다리가 일품이지요.
저는 시베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정한 엄마, 아빠, 그리고 형과 함께 몽골, 만주를 따라 10월부터 3월까지 한국, 일본, 중국 남부에서 겨울을 난답니다. 저는 특히 한국의 정다운 풍경이 좋아요. 한국에서는 한강 하류, 철원, 주남저수지, 낙동강 달성습지와 해평습지에 오시면 저를 만날 수 있답니다(저는 벼, 보리 풀씨나 뿌리를 먹거나 작은 물고기, 곤충을 좋아해요. 형 좀 보세요. 먹보 아니랄까봐 논에 고개를 처박고 먹네요. 어? 잠깐 그거 우렁이 아냐?).
▲재두루미논 밭에서 먹이를 찾아먹는 재두루미
박종학
저기 멀리서 흑두루미가족이 날아오네요. 흑두루미들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한국에 도착해 겨울을 난답니다. 보통 함께 무리를 지어 다녀요. (안녕?) 헌데 지난해보다 수가 줄었네요. 엄마가 그러시길 엄마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1000마리의 무리가 각지에서 겨울을 났지만 큰 전쟁(6·25)이 난 후로 수가 줄었대요. 가끔 옛날 생각을 하시며 많은 두루미 가족들이 V자 대형으로 날던 때를 그리워하시죠.
그런데 요즘 걱정이 생겼답니다. 지난해 동생과 물놀이를 하며 놀던 낙동강에 올해는 무서운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쿠릉쿠릉 소리를 내면서 막 땅을 파네요. 그렇게 흙을 헤집으면 먹이 찾기가 더 힘들텐데. 아빠는 깜짝 놀라 날개를 퍼득이셨어요. 흑두루미들 말이 저건 사람들이 만든 나쁜 기계래요. 사람들이 강을 헤집어 물을 가두고 모래를 쓸어버릴 거래요. 갑자기 왜 아름다운 강을 망가뜨리냐고 물으니 아무도 모른대요. 그럼 우린 내년에 어디로 가야할까요?
엄마 아빠는 내년엔 한국을 거치지 말고 일본 이즈미시로 바로 날아가자고 하셨어요. 요즘엔 일본에서 월동하는 두루미 친척들이 늘어 일본 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대요. 하지만 전 한국이 좋은 걸요.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신선이 타고 다니는 귀한 동물로 여겨주었대요. 우리 모습을 본 따 한복을 만들고 장수와 풍요의 동물로 여겨주었지요.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에도 학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건 정말로 옛날 일이 돼 버린 걸까요. 이제 우리는 나몰라라하고 우리 월동지를 파괴할 건가요. 이제 우리는 다시 시베리아로 날아 간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답던 낙동강을 눈에 담아가지요. 내년에도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요? 저 아래 금빛으로 반짝이는 해평습지의 모래사장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요?
재두루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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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Grus vipor 영명 : White-naped crane 분류 : 두루미목 두루미과 분포지역 : 강원도 철원, 한강하구, 낙동강 중하류 해평습지. 달성습지, 주남저수지 일본 이즈미, 중국,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 특징 :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천연기념물 203호 겨울 철새로 한국에서 겨울을 나거나 한국을 거쳐 일본 이즈미로 날아감. 강원도 철원과 한강하구, 4대강 사업 대상지인 해평습지 등 낙동강 중하류에서 월동. 해평습지는 재두루미 뿐 아니라 흑두루미, 고니 등 많은 멸종위기 조류가 찾아오는 주요 내륙 습지로, 칠곡보와 구미보 건설로 인한 수위 상승과 62만평의 체육시설 건설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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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환경운동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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