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천상화원

온산이 철쭉으로 뒤덮은 보성 일림산

등록 2010.05.19 11:53수정 2010.05.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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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로 올라선 능선에서 바라본 일림산. 능선으로 붉은 철쭉이 장관이다. ⓒ 전용호


아름다운 마을숲이 있는 용추마을

하얀 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한다. 엊그제 날이 풀리는 봄인 듯했는데 벌써 여름으로 넘어간다. 길 가로 심어 놓은 이팝나무도 하얀 꽃들이 조용조용 피어난다. 따스한 햇살이 차창 밖으로 쏟아진다. 철쭉으로 유명한 보성 일림산(日林山, 667.5m)을 찾아간다.


남해안을 가로지르는 2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성읍을 지나 시골길로 들어선다. 넓은 들은 모내기 준비에 바쁘고, 보리가 익어가는 논에는 까칠함이 묻어난다. 일림산 자락으로 들어서니 용추마을 입구에서 막아선다.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니 여기서 주차하고 걸어가란다. 덕분에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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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가 터널을 이룬 용추마을숲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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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된 느티나무. 보기에는 천년은 산것 같이 크다. 그 나무아래서 술레잡기를 하는 꼬마들 ⓒ 전용호


용추마을숲은 2008년 '제9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아스팔트 위로 서어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이 아름답다. 경제성장의 아이콘인 아스팔트 도로가 수백년 된 숲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숲길을 만들었다. 보호수로 지정된 350년 된 느티나무 아래는 작은 꼬마 둘이서 빙빙 돌면서 술래잡기를 한다. 절로 즐겁다.

골치로 올라서서 일림산으로

산행은 용추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 갈림길이다. 어디로 갈까? 골치로 올라가면 3.1㎞, 절터로 올라가면 2.4㎞다. 재 이름이 골치? 골치로 가야겠다. 계곡에 걸친 나무다리를 건너면 바로 삼나무 숲이다. 쭉쭉 뻗은 나무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은은한 숲길로 걸어 들어간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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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숲길. 시원한 느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 전용호


숲길은 편안하게 올라간다. 길이 너무 좋아 쉬엄쉬엄 올라가다보니 쉬었다 가고 싶다. 입구에서 산 보성 솔잎막걸리 한잔 하고 가야겠다. 시원한 나무그늘아래 쉬고 있으니, 너무나 좋다. 지나가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다시 산길을 걷는다. 골치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아! 힘들다. 산길이 너무 좋아 쉬면서 점심까지 먹었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들 중간 중간에 쉬면서 힘들어 한다. 가파른 길 끝에는 작은 봉이라는 이정표가 있고 정상까지 0.8㎞를 남겨두고 있다.

화려한 철쭉과 함께 봄날은 간다

다시 큰 봉우리에 올라서니 전망이 좋다. 제암산에서 사자산을 거쳐 일림산으로 흐르는 호남정맥 능선이 철쭉으로 불게 물들었다. 일림산 둥그런 봉우리는 마치 빨간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천상화원이라고 표현을 했나 보다. 온산이 붉은 철쭉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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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으로 덮어버린 일림산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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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숲을 이룬 길을 따라 걸어간다. ⓒ 전용호


붉은 철쭉들 사이로 난 꽃길을 따라간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천상으로 오르는 길처럼 느껴진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커다란 정상 표지석에는 서로 사진을 찍겠다고 양쪽으로 에워싸고 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산을 붉게 덮은 철쭉도 좋은데 바다도 내려다 보이니 금상첨화다. 마음이 밝아진다. 꽃밭 속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재잘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애들과 장난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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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화원을 이룬 일림산 정상. 정상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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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정상에는 철쭉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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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상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붉은 철쭉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 전용호


바다를 보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서자니 자꾸만 망설여진다. 철쭉은 이제 서서히 붉은 빛을 잃어간다. 화려한 봄날의 아쉬움이 너무 크다. 봄부터 시작된 꽃구경이 끝나가는 아쉬움이….

덧붙이는 글 | 5월 16일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5월 16일 풍경입니다.
#철쭉 #일림산 #용추마을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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