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시민기부' 노무현 대통령 박석 묘역 완공

시민기부 1만5000개 포함 3만8000개 조성... 23일 추도식

등록 2010.05.19 15:13수정 2010.05.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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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시민기부'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박석(바닥돌) 묘역이 완공됐다. (재)노무현재단(상임이사 문재인)은 오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1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묘역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가보존묘지 1호인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1060평(3504m²)에 걸쳐 조성됐다. 박석를 깔고 조경수를 심는 추가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묘역 입구부터 '작은비석'까지 박석 3만8000여 개가 깔려 있다. '시민기부'로 조성된 박석 1만5000개 속에는 추모 글씨가 새겨졌고, 나머지는 자연 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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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각종 추모 글이 새겨진 1만5000개의 박석이 조성되어 오는 23일 완공식을 연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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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19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추가공사로 조성된 박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노무현재단은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고 한 고인의 유지에다 '화장한 유골을 안장하되 봉분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유족들의 뜻에 따라 묘역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묘역 조성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작은비석위원장)과 승효상(이로재 대표)·임옥상(설치미술가)·정기용(기용건축 대표)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묘역은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마을을 향해 보면 이등변삼각형 꼴을 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사람사는 세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묘역 전체 길이는 100m 정도이며, 입구에는 묘역에 들어가기 전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수반'이 있다.

입구 계단을 오르면 첫 번째 수로가 있는데 약간 내리막길이다. 멀찍이 너럭바위를 앞에 두고 헌화와 참배하는 곳인 헌화대가 있고, 옆으로 바닥돌을 밟고 돌아가면 봉분 역할을 하는 고인돌 모양의 너럭바위가 나온다.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너럭바위를 참배객들은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묘역 제일 안쪽에 60m로 조성된 '곡장'이 있다. 곡장은 내후성 강판으로, 적갈색에서 암갈색으로 변한 뒤 계속해서 그 형태를 유지하는데, 노무현재단은 "오랜 기간 대통령처럼 변하지 않고 대통령의 묘역을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닥돌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담은 국민들의 글들이 새겨져 있다. 가로, 세로 각 20cm, 두께 10cm 크기다. 문재인 상임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비석이 별도로 없다. 박석에 새겨진 글 하나하나가 비석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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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각종 추모 글이 새겨진 1만5000개의 박석이 조성되어 오는 23일 완공식을 연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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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각종 추모 글이 새겨진 1만5000개의 박석이 조성되어 있다. ⓒ 윤성효


박석은 63개 구역으로 나눠 설치되어 있다. 63개 구역으로 나눈 것은 63세를 일기로 서거한 노 대통령을 기린다는 의미다. 박석을 신청한 사람들은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에서 자기 박석이 어디 어떻게 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재단은 "1차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63개 구역 중 어떤 구역에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묘역 완공 전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봉하마을 '노무현대통령추모의집' 입구에 박석찾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묘역 수로에 사용된 벽돌에는 유명인사들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다"(이희호), "엄청난 정치적 수난을 겪으면서도 얄팍한 현실에 영합하지 않고 끝까지 원리원칙으로 이 시대의 중요가치를 일관되게 지키면서 역사적 과제들을 해결했고 그 기반을 조성한 대통령"(원불교 자산), "대통령님의 평화 이슬비처럼"(송기인).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계절별로 개장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하절기(5~10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11~4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참배할 수 있다. 야간에는 첫 번째 수로까지만 개방한다.

묘역은 봉하재단(이사장 권양숙) 내 운영홍보팀(팀장 손성학)을 두어 관리하고, 묘역 안내해설사 18명을 공개모집해 주로 주말을 이용해 활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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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1만5000개의 박석이 조성되어 오는 23일 1주기 추도식 때 일반개장한다. 사진은 19일 문재인 (재)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묘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23일 추도식 ... 김제동씨 사회, 523마리 나비 하늘로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과 '시민기부' 박석 묘역 완공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 묘역 옆에서 열린다. 이날 추도식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과 아들 노건호씨 등 유족이 참석한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추도식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각 정당 대표,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다. 또 한명숙·유시민·안희정·이광재·김두관·김정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참석한다.

문재인 상임이사는 "전·현 정부를 포함해 지난해 장의위원을 지낸 분들을 모두 초청했다"면서 "아직 한나라당과 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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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재)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19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오는 23일 열릴 추도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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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시민기부로 만들어진 1만5000개의 바닥돌이 깔려 있다. ⓒ 윤성효


추도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연주로 시작된다. 추모영상 상영에 이어 '노래를찾는사람들'과 부산민예총의 추모 퍼포먼스, 이해찬 전 총리와 도종환 시인의 추도사,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박석묘역 헌정사, 유족 대표 인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어 명계남·문성근씨가 박석에 새겨진 주요 글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박석 깔기 의식이 열리는데, 박석 기부자 가운데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4명이 직접 박석을 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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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재)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19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안내하면서 봉분인 너럭바위를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 윤성효

이어 시민 조문객 100명이 523마리의 나비를 하늘로 날린다. 유족·내빈들이 묘역을 참배한 뒤 일반인들의 참배가 이어진다.

추도식은 탁현민 교수가 연출하는데, 노무현재단은 "고인과 남아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 산자와 죽은자의 만남, 이것이 추모식의 연출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노무현재단은 "권양숙 여사는 이날 추도식에 참석할 참여정부 당시 주요 인사와 각 당 대표,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사저에서 접견하고 행사 참석에 대해 사의를 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도식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1주기 추모법회가 열리는데, 법타 스님과 송기인 신부가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11시 고 노 대통령의 모교인 대창초교에 모여 봉하마을까지 걸어오는 '민주올레' 행사를 연다.

하루 전날인 22일 오후 8시 봉하마을에서는 부산민예총 주관으로 <운명이다>는 제목의 추모공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또 22일 오후 7시 창원 만남의광장과 23일 오후 7시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추모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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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글이 새겨진 1만5000개의 바닥돌과 일반박석 2만3000개로 짜여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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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재)노무현재단 상임이사가 19일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추가공사를 완공한 뒤 설명하면서 봉분 역할을 하고 있는 너럭바위를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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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1만5000개의 박석이 63개 구역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 윤성효


#고 노무현 대통령 #바닥돌 #노무현재단 #문재인 상임이사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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