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자국.발자국을 따라 박물관을 돌아보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노시경
앞에서 걷던 신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갈하게 페인트칠 된 목재의 바닥에는 청동으로 만들어 박은 작은 고양이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고양이 발자국은 바로 관람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단순한 화살표보다 얼마나 유쾌한 발상인가? 나는 신영이와 킥킥거리며 발자국을 따라갔다. 별 거 아닌 발자국이지만 괜히 유쾌했다. 나는 잃어버렸던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동심의 세계는 어둠 속의 조명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중앙 홀이 있었고 유난히 밝은 황금빛 조명 아래 실내분수가 물을 흘러내리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일본의 박물관 안에 자리한 작은 분수대들. 일본인들은 유럽에서 배워온 분수문화를 실내에 잘 재현해내고 있었다. 이 신비스런 분수 주변을 원모양으로 돌아가면서 전시관들이 조성되어 있었다. 전시관의 유리 너머에는 초콜릿의 역사를 보여주는 미니어처 전시물들이 담겨 있었다.
카카오에서부터 시작되는 초콜릿의 역사를 재현하다보니 전시실 미니어처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나오고 콜럼부스까지 등장한다. 마야의 신들이 먹던 카카오는 아메리카에 진출한 스페인 상인들을 만나면서 유럽 대륙으로 퍼졌고 초콜릿으로 변모해서 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초콜릿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자리 잡은 이시야(石屋) 초콜릿공장은 초콜릿이 처음 일본에 들어왔을 때부터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던 곳이다. 이 초콜릿 공장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직접 카카오를 재배해서 원료를 수입하고 초콜릿을 생산하여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하여튼 한 분야에 몰두하는 일본 제조업의 전문성에서는 집요함이 느껴진다.
박물관 안에 전시된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cacao)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박물관에 오기 전에는 초콜릿, 카카오, 코코아(cocoa)의 이름들이 어떻게 다른지 조금 헷갈렸지만 박물관의 전시실을 거치면서 개념 정리가 되었다. 카카오가 코코아가 되고 코코아에 우유 등을 혼합하여 굳게 만든 것이 초콜릿이 되었다. 신영이는 카카오에 대한 영어 설명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