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정치활동 보장"... 이원희 후보 말바꾸기 '논란'

2007년 교총 선거서 교원 정당가입·대통령선거 공개지지 등 공약

등록 2010.05.22 15:15수정 2010.05.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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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반(反)전교조를 내걸고 바른교육국민연합(이하 바교련)이 추진한 보수진영 단일 후보로 결정된 이원희 전 교총 회장이 2007년 교총 회장 선거 당시 교사와 교총의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을 공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바교련이 교육감 선거에서 반전교조를 내건 가장 큰 명분 중의 하나가 전교조의 이념교육, 정치활동 때문이었는데 정작 그 후보로 결정된 이원희씨가 교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 보장과 교총의 정치활동 자유를 주장했던 것.

"교원의 정당 가입· 교총의 정치활동 보장· 대선 후보 공개지지" 공약

이원희 후보가 교총의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다가 교총 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된 것은 2007년 7월. 기자가 입수한 당시 이원희 후보의 선거 홍보물에는 교원의 정당가입과 교총의 정치활동 보장, 대통령 선거 공개 지지 등의 공약이 2차례에 걸쳐 등장한다.

 이원희 후보의 교총회장 출마 당시의 공보문. 교원의 정당가입과 교총의 정치활동 보장, 대통령 선거 지지후보 공개 선언 등이 공약으로 담겨 있다.
이원희 후보의 교총회장 출마 당시의 공보문. 교원의 정당가입과 교총의 정치활동 보장, 대통령 선거 지지후보 공개 선언 등이 공약으로 담겨 있다.김행수

먼저, 교총의 3대 비전의 세 번째 과제로 제시한 '파워있는 교총'에서 이원희 후보는 세부 공약으로 '07년 대선 후보 공개 지지, 교원·교총의 정치 활동 보장'을 내걸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희망 교총 8대 프로젝트'에서는 7번째 과제로 교총의 위상 및 교원의 기본권 강화를 주장했다. 그 구체적 공약에는 '교총의 역할에 상응하는 정치활동 보장,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정당 가입, 정당 및 후보자 찬반 표현 등'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당선 후 교총이 배포한 언론보도 자료에도 다시 등장한다. 또 이원희 후보는 교총 회장 취임사에서도 대통령 선거 적극 개입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를 '정치활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바교련의 보수후보로 선출됐다. 교총 회장 선거에서는 정당 가입 허용 등 교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더니 이제는 다른 교원단체를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단체의 후보가 된 것이다. 이는 이중잣대, 말 바꾸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교총의 정치 활동 보장 요구는 오랜 관행이자 숙원

이에 대해 이원희 후보 측 관계자는 "대학교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데 초중등교사는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현행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하여 교원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하며, 교원단체의 정치 활동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주장하면서 전교조 교사의 처별과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 이것이 이원희 후보 측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딱히 이것을 공식적이고 정책적 입장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답했다.

곽노현 서울교육감 후보 측 관계자는 "어이가 없다. 자기가 교총 회장일 때는 교원의 정당가입과 정치활동 보장을 주장하고,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공개 지지 선언을 주장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교원단체를 비난하면서 정치 활동 교사 퇴출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중잣대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이런 말바꾸기에 대해서 이 후보가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교총의 '교원 및 교원단체 정치활동 관계 법률 개정 방안' 정책자료집. 이를 통하여 교원의 정당가입과 교총의 정치활동 자유를 촉구하고 있다. 이 토론회를 열고 정책자료집을 낸 이군현 회장은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한국 교총의 '교원 및 교원단체 정치활동 관계 법률 개정 방안' 정책자료집. 이를 통하여 교원의 정당가입과 교총의 정치활동 자유를 촉구하고 있다. 이 토론회를 열고 정책자료집을 낸 이군현 회장은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김행수

정당 가입 등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촉구한 것은 이원희 후보가 처음이 아니었다.

현재 한나라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인 이군현 국회의원은 한국 교총 회장 출신이다. 그 역시 교총 회장 재임 중에 교원의 정당 가입 허용 등 교원과 교총의 정치활동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과 정책 협의 등으로 공조하더니 결국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2002년 3월 '교원 및 교원단체 정치활동 관계 법률 개정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이를 교총의 정책연구집으로 발간했다.

여기에 수록된 인사말에서 이 의원은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이 우리 헌법 정신임을 주장하고 있다.

"초·중등교원의 경우... 대학 교원과 달리 접근하는 것은 지나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교원에게 편향교육과는 무관한 민주시민 교육이나 공무 이외의 사적인 영역에서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우리의 헌법 정신이요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원희 #말바꾸기 #정치활동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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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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