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치킨게임', 그 결과는?

천안함 발표 이후 국내 정세 가상 시나리오

등록 2010.05.25 14:25수정 2010.05.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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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치킨게임', 진심은?

'치킨게임'이란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이다. 이 말은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에서 따온 것이다.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이 동시에 자동차를 몰고 달려오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핸들을 꺾으면 겁쟁이, 즉 치킨으로 놀림을 당한다. 흔히 chicken은 '닭'으로 해석하지만 이 경우에는 '애송이' 또는 '겁쟁이' 등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는 것.

이 용어가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차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치학뿐 아니라 여러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킬 때도 인용된다. 

이명박 정권이 급기야 이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상대는 북한이다. '치킨게임'은 일단 시동을 걸면 멈추거나 돌아서면 그 즉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주변의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기에 죽든 살든 '끝까지' 가야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이 정부는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북한을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고, 증거가 나왔다며 발표는 했으면서도 대통령을 비롯해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 증거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진상조사단은 오는 7월에야 폭발 시뮬레이션이 끝난다고 했으면서 굳이 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왜 서둘러 발표를 했는지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다. 더욱이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이번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활용하려했다는 문서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미 시작된 '치킨게임', 그 결과는 '공멸'


어차피 게임이 시작됐다면 그 결과를 예측해 볼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게임의 특성상 절대로 양보나 타협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대통령과 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아마도 이들의 머릿속에는 '전쟁'을 통한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미국의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지를 받아 놓은 상태고,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경우에도 확실한 물증이 확보된 이상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는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 번 해 볼 만 한 게임이라는 계산이다.

거기에다 야당조차도 '대북책임론'을 거론하며 대북 기조에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시기적으로 이처럼 호재가 없다. 또 국방부와 합참은 대북방송을 오늘(25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에게 도발의 구실을 준 다음에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계산이다.

지금까지의 북한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도 쉽게 시동을 끄고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이 게임의 결과는 자존심을 건 '죽음의 경주'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입장변화가 없는 이상 강경기조를 바꿀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 과연 평화통일을 원할까? 

천안함 침몰 이후에 우리 국방부가 보여 준 모습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딱 부러지게 공개한 자료도 없고, 절단면 공개도 가림막을 해 놨고, 처음엔 없다던 목격자가 갑자기 등장하질 않나, 모든 영상자료는 다 있는데 하필이면 사건 순간을 찍은 영상만 없다고 했다.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격을 받았으면서도 누구 한 사람 책임을 지지 않았다. 도올 김영옥 선생의 말처럼 "패잔병들이 버젓이 개선장군 노릇을 하는" 꼴이다. 대통령도 담화문에서 사과를 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문건이 발견됐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서둘러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전쟁을 통한 '흡수통일'이다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볼 때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인다. 전쟁에 대한 빌미를 하나씩 제공해 주고 있고, 북한을 자극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는 전쟁을 염두에 둘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미연합군의 군사력이 북한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판단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킴으로써 결국 스스로 자멸하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는 끝까지 가야되는 입장이라면 더 이상의 '평화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사라졌던 '주적'개념을 다시 살려냈고, 미국과 유엔도 한국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애국심' 마케팅을 통한 '국론분열'을 노린다

다른  시나리오는 '전쟁'을 불사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분위기'만 띄우는 것이다. 아마도 두 번째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은 지금의 분위기를 가능하면 오래 지속시키려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라도 다시는 그들이 말하는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남북 긴장상태'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이번 천안함 문제를 선거에 이용할 것이 분명하고, 그 책임을 좌파정권에 돌릴 게 뻔하다. "북한 퍼주기"의 주범으로 낙인을 찍어야만 '안보'와 '애국심'을 선거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천안함 발표를 불신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향해 '빨갱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감히 '의혹'을 제기했다가는 여지없이 '인민군'으로 몰릴 기세다.

자기들 '재산' 때문에라도 전쟁 안 일으킬 것

군과 정부, 그리고 여당이 갈수록 강경대응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야당을 비롯해 누구도 정부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면 곧바로 '간첩'으로 몰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남북이 대립하고 분위기가 악화 될수록 현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은 뻔하다.

북한을 자극해서 자극받은 북한으로 하여금 다시 남한을 공격하게 만들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좌파들은 정부편도 북한편도 들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보라 이들은 북한 편이다"는 폭로를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전쟁은 안 일어난다. 아니 안 일으킨다. '쥐뿔도 모르는' 국민들의 목숨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모아놓은 수 십 수백억의 재산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이들의 자식들은 국내에 없다.

이상은 가상의 시나리오다.
#천안함발표 #치킨게임 #남북전쟁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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