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줄줄이 무산, 누구 때문?

28일 선관위 토론회만 남아... 오세훈 '일대일토론' 요구

등록 2010.05.25 14:56수정 2010.05.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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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9일 3일간 연이은 열띤 논쟁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이 금주 들어 뚝 끊겼다. 후보들의 의견차로 인한 '연쇄 토론회 무산'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보도전문 케이블TV mbn에서 26일 방송을 계획했던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한명숙 민주당 후보,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참석하는 TV토론회가 최종 무산됐다.

 

이 토론회는 원래 지난 19일로 예정돼 있었다. mbn 관계자에 따르면, 이 토론회는 애초 오세훈·한명숙 양자토론으로 계획됐지만, 방송사 내부 의견 조율을 통해 4명 후보가 참석하는 토론으로 변경됐고, 각 후보측으로부터 구두로 참석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그날 SBS에서 오세훈·한명숙 양자 토론이 있는 등 후보들의 일정 문제 등으로 토론회 날짜는 26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세훈 후보측에서 '4명 후보가 참석하는 토론에 참석하는 것은 어렵다, 오세훈·한명숙 양자토론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뜻을 mbn측에 전했다.

 

mbn에서는 한명숙 후보측에 오 후보측의 뜻을 전하고 양자토론 참석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번에는 한 후보측에서 '다자간 토론이 선관위의 권고사항 아니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보들 사이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24일 mbn은 이 토론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5일로 예정됐던 CBS·노컷뉴스의 오세훈·한명숙 양자토론도 24일 최종 무산됐다. CBS 관계자는 "어느 한 쪽에 책임이 있다기보다, 토론회 형식에 따라 양 후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회사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기 어렵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로 인터넷 생중계할 예정이었던 4자토론도 21일 오후 오세훈 후보측의 불참 통보로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후보들이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하거나 토론회 형식 조정을 요구한 내용을 종합하면, 오세훈 후보측은 다자간 토론보다는 한명숙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을, 한명숙 후보측은 다자간 토론을 선호해 의견이 엇갈린다.

 

오세훈측 "선거 막판 4자 토론이 의미있나?"

 

a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가 17일 밤 KBS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정책 토론회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가 17일 밤 KBS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정책 토론회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가 17일 밤 KBS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정책 토론회 시작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오 후보측이 다자간 토론에 부정적인 것은, 토론회에서 형성되는 여야 1대3의 구도가 오 후보에게는 매우 불리한 구도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의 이종현 공보특보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4자 토론은 3명의 후보가 1명을 둘러치는 구조 아니냐"고 했다. 3명의 야당 후보들이 현직 시장의 시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는 상황이어서 발언량의 측면에서만 봐도 오 후보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 후보측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호 의원은 "인터넷신문협회 토론에는 '룰 미팅'(토론회 규칙을 정하는 후보 간 협상)을 두차례나 했는데 합의를 못 봐서 무산된 것이고, CBS토론회는 한 후보측에서 어제(24일) 오후 1시 갑자기 참석을 못 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mbn토론회 역시 처음에는 일대일로 진행되다가 4자토론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우리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진 의원은 "지금까지 다자간 토론회를 2번 했고, 일대일 토론회를 1번 했고 28일 서울시 선관위 주최의 다자간 토론회가 또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로선 다자보단 일대일을 선호하지 않겠느냐"며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4명의 후보가 나와서 토론하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 토론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명숙측 "유리한 토론만 하겠다? 일대일이든 다자든 다 해야"

 

한명숙 후보측은 "인신협 토론회와 mbn토론회 등 다자간 토론회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CBS의 일대일 토론회만 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 후보측의 황이수 TV토론실장은 "우리는 토론은 최대한 다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유·불리를 따지면 일대일 토론이 우리에게 불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토론을 하자는 기조였는데 오 후보측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토론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이어 "다자간 토론회인 인신협 토론회, mbn 토론회와 CBS의 일대일 토론회를 사실상 패키지로 보고,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을 다 참석해야하는데, 오 후보측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일대일 토론만 하겠다고 하니 사실상 '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아니냐"고 비판했다.

 

지상욱측 "오만한 정권과 비굴한 언론"...노회찬측 "내가 두려워 피하냐?"

 

이런 식으로 각종 토론회가 무산되는 상황은 지상욱·노회찬 등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선거일이 한 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지상욱 후보의 나기환 대변인은 "정권의 오만함과 언론의 비굴함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고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든 것"이라며 최근의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무산 사태를 비판했다. 여당 뿐 아니라 일대일 토론을 요구하는 후보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른 후보들을 배제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회찬 후보의 김종철 대변인은 "오세훈 후보가 노회찬 후보를 두려워해 일대일 토론을 빌미로 TV토론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 후보가 진보적 대안과 실력을 가진 노회찬 후보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오 후보 본인의 실정을 가장 잘 비판할 수 있는 후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니 만큼, 서울시장 후보의 자격조차도 크게 미달하는 후보"라며 "오세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4자토론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28일 선관위 주최 TV토론회가 마지막 될 듯... 노회찬 뺀 3자토론 유력

 

각종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현재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회는 28일로 예정돼 있는 서울시 선관위 주최 토론회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토론회 참가 자격에는 '지지율 5% 이상' 혹은 '국회 의석 5석 이상의 정당 후보'라는 조건이 달려있기 때문에 자유선진당의 지상욱 후보는 한번 더 TV토론회에 나갈 수 있지만 노회찬 후보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토론회 참가가 어렵다

 

선관위에서는 노 후보 등 지지율이 낮은 후보의 TV토론 참가에 대해 각 후보들에게 동의여부를 물었지만, 오세훈 후보측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이번 TV토론은 오세훈·한명숙·지상욱의 3자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05.25 14:56ⓒ 2010 OhmyNews
#TV토론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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