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를 정치판으로 내몬 '불량사회' 실체는?

[10만인클럽 특강] 선대인 "토목공화국 바꿀 근본적인 개혁 필요"

등록 2010.05.28 12:01수정 2010.05.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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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내게도 황당하게 들렸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씨를 뿌려야 한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에서 2주 전 김광수 소장의 '출사표'를 이어받았다. 지난 13일 김 소장은 같은 장소에서 "2012년 총선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300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 사이 김 소장의 뜻에 공감하는 동조자들이 늘면서 '김광수 포럼' 온라인 회원은 이미 8만 명을 넘었고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조직에도 600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토건세력에 기반한 삽질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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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미래 세대를 위한 한국경제의 길'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온라인에서 '케네디언'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며 <위험한 경제학>을 내기도 한 선대인 부소장은 이날 세계 속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각종 지표들을 통해 왜 한국 사회가 '불량사회'이고 자신들이 근본적인 정치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 설파했다. 

선 부소장은 "한국은 토건공화국에서 벗어나 지식정보에, 사람에 돈을 써야 하는데 지금은 미래 세대에게 쓸 돈까지 4대강에, 콘크리트에 쏟아 붓고 있다"면서 "막강한 토건세력에 기반한 기득권에 돈 퍼주는 구조, 삽질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면서 자질구레한 것 뜯어고쳐 봐야 해결이 안 된다"고 근본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먼저 블로그 이름이 왜 '불량사회(http://unsoundsociety.tistory.com)'냐는 질문에 선 부소장은 "지금 대한민국이 건전한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불량사회라는 걸 먼저 깨달아야 근본적인 개혁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면서 주가지수, 부동산 가격 등 '가짜 경제지표'들이 일자리, 가계의 삶의 질 같은 진짜 지표를 대체해 버린 현실을 꼬집었다.


정작 공식 실업률은 3%대로 거의 완전고용상태인 것처럼 발표되지만 '취업 예비군' 등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003년 8~9%대에서 2009년 14~15%대로 높아져 실업 문제가 심각한 미국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른바 '알바' 같은 주 36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 수가 계속 느는 것도 커다란 불안 요인이다. 

"부자 세금 깎아주고 대기업, 건설 부양하는 게 불량사회"

반면 이명박 정부가 일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세입 세출 정책을 펴,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 부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서민경제 부양 감세정책'을 내놨지만 소득세 감면 혜택의 75% 이상은 연봉 8천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돌아가고 법인세는 거의 100% (고용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면서 "줄어든 세원은 국민 모두 똑같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로 보충할 수밖에 없어 서민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재정 지출은 대부분 4대강 등 공공토목사업과 고환율 정책 유지에 쓰이고 있다. 2006년 20조 원 수준이던 공공 건설수주가 2009년 51조 원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도 결국 침체된 민간건설경기를 떠받치려는 것이란 얘기다. 또 2008년 9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아 국민들이 고물가 때문에 고통을 겪는 동안 삼성, 현대차 등 수출 대기업들만 호황을 누렸다고 밝혔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서민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부자 세금은 깎아주고, 쓰는 건 수출 대기업과 건설업에 다 쓰고, 서민에게 복지혜택은 안 돌아가니 양극화가 해소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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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미래 세대를 위한 한국경제의 길'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정치를 놔두고는 경제 양극화, 등록금 문제 해결 안 돼"

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국가의 교육 재정 지출과 고등교육비 공공 부담율은 세계 꼴찌 수준인 한국 교육 현실도 꼬집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 문제만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지역경제 불평등, 학벌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 국공립대 재정 지원을 강화해 서울 명문 사립대로 몰리는 지역 인재를 흡수하면 비싼 등록금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발전도 행복도시 같은 토목이 아니라 교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연간 5조 원이면 전국 국공립대 학부, 석사, 박사 과정 다 무상으로 가능합니다. 그렇게 5년만 하면 학벌 문제 다 사라지고 명문 사립대들 등록금 장사도 끝납니다. 지금은 정부가 등록금 장사 하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

선 부소장은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근본적인 세입 세출의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국민 세금을 어디에 막 쓰고 있는지를 파악해, 어떻게 제대로 써야 하는지 알고 이런 구조를 뜯어고친다면 재원을 확보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 교육 등과 관련된 모든 정책이 다뤄지는 곳이 국회이고, 그것이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직접 지역 사회 동량이 될 풀뿌리 조직에 나선 이유이다.    

이날 선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장 지오노의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는 사람>을 소개하면서 강연을 끝맺었다.   

"불만만 터트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 나서 우리라도 나서겠다고 한 것이지 누군가 토대를 만들기만 하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겁니다. 우리는 과실이 열리고 울창한 숲이 만들어지는 걸 보자는 것이지, 그 과실을 직접 따먹자는 게 아닙니다. 당장 1-2년엔 쉽지 않아도 10년, 20년이면 될 겁니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20년 뒤에 뭐가 열리겠습니까."
#선대인 #10만인클럽특강 #김광수경제연구소 #불량사회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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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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