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니까 별짓 다 하는구나!

삶은 자연이 우리에게 잠시 머물도록 제공한 거처

등록 2010.05.28 14:37수정 2010.05.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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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내가 벌써 마흔 살이네!"
"그리도 마흔까지는 천천히 먹는다. 마흔만 넘어봐라. 애들 공부시킴서 등록금 몇 번 주다 보믄 오십 밑자리에 자리 잡응게."


마흔 살 되던 1989년 1월, 저보다 아홉 살 위인 셋째 누님 집에 놀러 갔다가 나눈 대화입니다. 당시에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을 도둑맞은 것처럼 허망해서 푸념했었는데 어느새 누님은 고희(古稀), 저는 환갑(還甲)이 되었네요.

참으로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여든에 가까운데 나이 타령이냐고 질책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젊은 청춘에 요절하거나 병원 침대에 의지해서 지내는 분들이 예상외로 많은 걸 생각하면 고맙고, 축복받아 마땅한 나이라는 것이지요.

요즘은 아이 돌잔치는 성대하게 해도 어른 환갑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옛날처럼 잔치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잔치를 벌이자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모여 저녁이라도 해먹으면서 기뻐하고 축하하자는 것이지요.

어머니 뱃속에서 수억대의 경쟁률을 뚫고 배란 되어 10개월 후에 태어나는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고요. 심신이 건강하게 예순 살까지 산다는 것은 신이 내려준 축복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해, 한 해 모든 생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 같은 세월


요즘은 왜 그리도 세월이 빠르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4월 달력을 찢어내면서 아내에게 "올해도 벌써 3분의 1이 지났네!"라고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5월도 그믐으로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는 표현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예순 번째 생일이 보름 남았는데요. 나이와 세월을 관리하는 부처가 있다면 당장에라도 달려가 따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무슨 급한 볼일이 있어서 그리도 빨리 가는지 일인시위라도 하고픈 망상에 빠질 때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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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회갑사진(1959년).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나는 언제나 아버지 돼가꼬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먹을랑가!”라고 투덜거렸는데, 그 철부지가 환갑을 맞이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저에게 뭐라고 하셨을까? 궁금하군요. ⓒ 조종안


돌아가신 아버지 육순 잔칫날 했던 혼잣말이 시나브로 떠오르네요. 당시 열 살이었던 저는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잔칫상 앞에 앉아 계시는 하늘과 같은 아버지를 보며, '나도 예순 살을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거든요. 5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길어서 중간에 멎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 나이 먹는 줄도 모르고,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대리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진급하면 파티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차장이 되고 지점장이 되는 40대가 되니까 늙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진급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0대 후반부터 노쇠현상 느껴

30대 중반까지는 사람은 누구나 늙는 것으로 수학문제 공식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실감하지 못했다는 얘기이지요. 그러다 30대 후반부터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입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손수건이 필요 없는 생활을 했던 저입니다. 외식할 때는 화장지나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내고 씻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지요.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니까, 짜증 날 정도로 음식물이 입가에 묻더군요. 조금 지나니까 아무리 조심해도 흘리는데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그게 다 늙는 신호라고 해서 알았지요.

사십 대 중반이 되니까 머리가 가렵기 시작하더군요. 평소 머리를 자주 감았고, 젊어서부터 샴푸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가렵기에 처음에는 비듬으로 알고 하루에 두 번, 세 번을 감았습니다. 그래도 가렵기는 마찬가지더군요. 누군가가 흰머리가 나려면 가렵다고 해서 웃고 넘어갔는데요. 당시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넉넉했던 모양입니다.

사십 대 후반이 되니까 눈에도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고 화창하게 맑은 날씨인데도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자꾸 따끔거리고 눈물이 나오더군요. 시력이 약해질 조짐이라는 의사 말을 듣고, '나이 먹으니까 별짓 다 하는구나!'라고 투덜대면서 쓴웃음 짓던 생각이 납니다.

시력이 2.0이어서 불편 없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밤에 나가면 네온사인 간판글씨가 겹쳐 보였고, 눈꼬리를 카메라 조리개처럼 조였다 풀었다 해야 초점이 맞더군요. 모임 날 늦게 참석해서 앉아 있는 회원이 누구인지 확인하느라 찡그리는 바람에 상대가 오해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니까 잇몸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니 2년 전에는 맨 끝 어금니 하나를 뽑았습니다. 앓던 이를 뺐는데도 서글프더군요. 지난해 가족 송년회 때 누님들이 올해가 환갑인데 부부동반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아니냐고 해서 "환갑 기념으로 이를 한두 개 빼야 할 것 같네요!"라고 해서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습니다.   

30대 후반부터 입과 눈, 머리 등에서 나타나는 노쇠현상을 저승사자가 보내는 죽음의 경고장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사실이 그렇고요, 또 경고장으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한결 편하고 가볍더군요.

그러나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서 저승사자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겠더라고요. 해서 40대 중반부터는 저승사자가 늦게 오도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으로 하는 건강관리인데요.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할 수 있어서 널리 권장하고 싶습니다.

나만의 건강관리

마흔다섯 살 때 목 디스크로 몇 달을 고생했던 적이 있는데요.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혁대도 끼우지 못할 정도로 한쪽 팔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정형외과 원장이 물리치료사를 추천해주어서 한 달 정도 치료받고 완쾌했는데요. 그 후로 지금까지 명상과 스트레칭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2km 정도 걷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16년을 지내오는 동안 목이나 어깨에 통증 한 번 오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지내온 저만의 건강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담배는 6년 전에 끊었고, 술은 한 달에 2-3회 마십니다.)

첫째는 잡곡밥에 소식(小食)을 합니다. 천천히 감사하는 마음으로요. 둘째, 외식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셋째, 매일 아침 눈뜨면 30-40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어줍니다. 넷째, 감사기도를 합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부모나 아내에게 해도 됩니다.) 다섯째, 저녁 잠자리에 들 때도 몸을 가볍게 5분 정도 풀어주고, 그날 기뻤던 일을 생각하고 내일의 희망을 설계하면서 웃습니다.      

제가 실천하는 것만 정리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마음(정신)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자로 '心靑事達'(심청사달)이라고 적힌 액자를 본 기억이 있는데요.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모든 일에 거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 되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물건이건 사람이건 세월을 나누고 추억을 새길수록 점점 낡아가지만, 오래된 것일수록 편안하다고 합니다. 해서 앞으로도 계속 저 자신에게 정성을 쏟으면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려고 합니다. 로마 작가 '키케로'의 말처럼 '삶은 자연이 우리에게 잠시 머물도록 제공한 거처'이니까요.
#환갑 #삶 #건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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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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