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적 : 경쟁적으로 공부를 하던
.. 밤을 새워 가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공부를 하던 것이 벌써 삼십여 년이나 흘러갔다고 회고하는 권씨는, 정지학의 기술 배우는 눈썰미와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앞서서 .. <김유경 외-한 길을 가야 인생이 보인다>(눈빛,2001) 160쪽
"공부(工夫)를 하던 것이"는 "공부를 하던 때가"나 "배우던 때가"나 "배운 지가"나 "배운 지"로 다듬어 줍니다. '회고(回顧)하는'은 '돌이켜보는'이나 '되새기는'이나 '돌아보는'으로 손보고, "정지학의 기술 배우는 눈썰미와 실력(實力)"은 "정지학이 기술 배우는 눈썰미와 솜씨"로 손보며, '월등(越等)히'는 '대단히'나 '무척'으로 손봅니다.
┌ 경쟁적(競爭的) :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다투듯 하는
│ - 경쟁적 투자로 인한 과열 현상 / 상당한 경쟁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 경쟁적인 관계 / 비슷한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다 /
│ 강대국들은 가공할 죽음의 무기를 경쟁적으로 생산해 냈었다
├ 경쟁(競爭) :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룸
│ - 완전 경쟁 시장 / 과열 경쟁 / 경쟁을 벌이다
│
├ 경쟁적으로 공부를 하던 것이
│→ 경쟁하듯 공부를 하던 때가
│→ 불꽃튀게 공부를 하던 지가
│→ 서로 더 배우겠다고 다툰 지
│→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쓴 지
└ …
운동 경기란 이기거나 지려고 만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느새 모든 운동 경기는 이기는 데에만 눈길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기는 틀에만 가닥을 맞추면서 등수를 매기고, 등수에 들지 않으면 운동 경기를 하는 보람이 없는 듯 여깁니다. 이러는 가운데 운동 경기 하나만 잘하고 다른 데에는 젬병인 반쪽짜리 사람이 늘어납니다.
우리 삶터를 두루 돌아보면 운동 경기에서만 이기는 데에 눈길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시험과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도록 내몹니다. 모든 아이들한테 등수를 매기고, 교사한테도 점수가 붙습니다. 일한 보람이 아닌 성과급으로 뿌리내리고, 일하는 땀방울이 아닌 은행계좌 숫자만 바라봅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운동 선수는 선수대로 운동 하나에만 목을 매달고, 회사원은 회사일 하나에만 목을 매답니다. 일터에서는 저마다 맡은 일을 잘 해낸다고 할 터이지만, 집에서는 살림살이를 어떻게 갈무리하고 집식구를 어떻게 돌보며 사랑해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사람을 착하게 사귀며 아름다이 꾸리는 살림을 모릅니다. 스스로 따뜻하고 믿음직한 매무새를 기를 줄 모르며, 아이들한테 물려줄 줄 모릅니다.
제 삶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다른 사람 말하기 앞서 저부터 제 삶을 돌아볼 때에 저 또한 '어느 한 가지만 할 줄 아는 재주꾼'처럼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발버둥을 치듯 용을 쓰니까 집일을 조금은 다루고 살림을 살짝은 꾸립니다. 어설프나마 몸부림을 치듯 애를 쓰니까 아이돌보기를 함께 하면서 남자로서는 미처 모르거나 못 깨우쳤을 여러 갈래 이야기를 살갗으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다루는 말이란 머리로 헤아리는 지식조각을 뭉쳐 놓은 꾸러미가 아닌, 온몸으로 부대끼며 널리 껴안는 사랑보따리라고 느낍니다.
┌ 경쟁적 투자로 인한 과열 현상
│→ 앞다투어 투자하면서 너무 뜨거워짐
│→ 피튀기듯 투자하면서 너무 달아오름
├ 상당한 경쟁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 다투듯 겨루는 흐름이 이루어지고
│→ 힘겨루기 같은 흐름이 생기고
└ 경쟁적인 관계 → 경쟁하는 사이 / 겨루는 사이 / 치고받는 사이
남들보다 잘나게 쓸 수 있는 말이란 없습니다. 남들보다 멋지게 뽐낼 수 있는 글이란 없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숨죽이고 있는 예쁜 말을 찾아낸다고 말맛이 살지 않습니다. 영어나 한자를 덕지덕지 발라 놓는다고 글멋이 새롭지 않습니다.
세상을 껴안는 마음으로 말을 껴안아야 합니다. 사람을 살뜰히 사귀는 매무새로 말을 살뜰히 보듬어야 합니다. 뭇목숨을 따숩게 사랑하는 넋으로 말을 따숩게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을 달달 외운들 아름답거나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국어사전은커녕 영어사전이든 옥편이든 뒤질 줄을 모르고 '내가 쓸 수 있는 낱말 숫자가 300∼500가지밖에 안 된다' 할지라도, 내가 온몸과 온마음 바쳐 꾸리고 있는 삶을 꾸밈없이 받아들여서 글로 녹여낼 수 있으면 바야흐로 아름답거나 훌륭한 소설이 태어납니다. 문학이란 글자랑이 아니니까요. 소설이란 말잔치가 아니니까요.
이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쓰는 논문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한자를 많이 집어넣어야 훌륭한 논문이 될 턱이 없습니다. 영어를 곳곳에 끼워넣어야 멋진 강의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영어로 회의를 한다고 더 알찬 회사가 되겠습니까. 아이들이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고 더 똑똑한 사람으로 자라겠습니까. 우리는 말에 담는 참다운 뜻과 바른 넋을 익히고 갈고닦아야 할 뿐입니다.
┌ 경쟁적으로 생겨나다
│→ 여기저기 생겨나다 / 마구잡이로 생겨나다 / 마구 생겨나다
│→ 앞다투어 생겨나다 / 자꾸자꾸 생겨나다
├ 경쟁적으로 생산해
│→ 경쟁하듯 만들어 / 서로 앞다투어 만들어
│→ 서로서로 끝없이 만들어 / 모두들 수없이 만들어
└ …
흔한 말로 국어사전에 한자말이 70%가 넘는다고 합니다만, 국어학자가 한자말을 죄다 국어사전에 실었으니 한자말 푼수가 높습니다. 국어학자가 토박이말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널리 담았다면 토박이말 푼수는 70%뿐 아니라 80%나 90%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몇 푼수만큼 한자말이 담기거나 토박이말이 담기거나 하는 이야기는 조금도 돌아볼 대목이 아닙니다. 우리가 곰곰이 돌아보며 차근차근 짚을 대목이란, 우리가 얼마나 말다이 말을 쓰고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다루는 말에 우리 삶을 얼마나 알뜰히 담아내고 있느냐입니다.
겉치레로 꾸리는 삶은 겉치레로 품는 넋으로 이어지고, 이내 겉치레로 뇌까리는 말에 머뭅니다. 속가꿈으로 나아가는 삶은 속가꿈으로 품는 얼로 이어지며, 곧바로 속가꿈으로 넓어지는 글 하나 피어납니다.
서로서로 다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앞다투어 더 빨라지거나 더 높아지거나 더 커지거나 더 세지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더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더 믿고 서로 더 보듬으며 서로 더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이란 바로 삶이요 사랑이며 믿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5.28 14:3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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