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러거들과의 만남
권영숙
"어떤 '선'도 불안으로부터는 나올 수 없다"난 조근조근 웃음을 잃지 않고 블로거들의 질문에 답하는 곽노현 후보의 말을 찬찬히 들었다. 자신의 주장을 펼 때 엑센트를 강하게 넣어서 말을 할 법도 한 대 전혀 그렇지 않아 약간 힘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시간 30분을 차분하게 자신의 공약에 대해 앞뒤 논리적으로 답하는 곽노현 후보에게서 진정성을 느꼈고, 외유내강을 체험했다.
"어떤 '선'도 불안으로부터는 나올 수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적성순이다"
"제 3자 개입이 내 특기다"
내가 본 곽노현 후보는 부드럽지만 자신의 교육관에 있어서 너무나 분명한 해답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인간성 교육의 중심,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그 자유를 충분히 절제하면서 다룰 수 있다는 아이들을 향한 믿음이 있었다.
난 곽노현 후보의 인터뷰 기사 중 비리 척결에 대해 보수진영도 주장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 내 가슴을 울렸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갈 길이 보인다'그렇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지금의 그 사람을 말해주고, 그 사람이 앞으로 갈 길도 말해준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다른 교육감 후보와 달라도 완전 다르다. 곽노현 후보는 원칙의 길을 갔다. 삼성의 에버랜드 변칙 상속에 대해 문제제기 했고, 긴 싸움 끝에 마침내 유죄판결을 이끌어 냈다. 남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지만 그가 갖은 삶의 원칙의 힘이 패배적 사고에 젖어 있던 우리 소시민에겐 희망이 되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중간에 한번 쉬었다. 저녁을 못 드셨는지 김밥을 서서 몇 개 집어 드신다. 그 모습에서 전혀 교육감 후보로 나온 권위가 느껴지지 않아 괜히 인사를 하고 싶었다. 곽노현 후보는 환한 웃음으로 내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난 곽후보에게서 이상한 것을 느꼈다. 곽노현 후보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순간 이 후보가 사람을 무시하나, 왜 나를 똑바로 안보고 다른데 신경 쓰는건가 싶어 약간 실망감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내일 아침이 되는대로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충고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아침이 되기 전에 알았다. 그가 선천성 사시 장애가 있다는 것을. 또 그가 장애인들의 인권침해를 해소하기 위해 김근태 장관시절 성실하게 장애인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았다.
부끄러웠다. 난 정말 생각 없이 남들이 내게 "너 남편 어떻게 만났어?"라고 물으면 "야. 나 사시야. 내가 남편 본 게 아닌데 남편이 지 본줄 알더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던 것이 그날 밤 많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