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남소연
'현금 1억원'은 오리무중... 뇌물공여자는 왜 처벌 안 하나?안 전 국장의 또다른 혐의인 '1억원 수수'는 사실 여부부터 검찰과 안 전 국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이 한 사업가의 구속 전 적부심사 신청에 도움을 주고 현금 1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안 전 국장은 1억원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서아무개씨는 지난 2006년 8월 대구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뒤 '11억2700만원의 과세'를 통보받았다. 서씨는 친구인 안 전 국장으로부터 3명의 세무사를 추천받아 그중 국세청 출신인 임아무개씨를 수임했다.
이후 서씨는 임씨를 통해 같은 해 12월 '과세 전 적부심사'를 신청했고, 2007년 3월 '전액 감액'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서씨는 과세금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2000만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임씨에게 건넸다. 그런데 2억2000만원 중에 1억2000만원은 임씨가 대표로 있는 D회계법인 계좌로 보냈고, 나머지 1억원은 현금으로 임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문제는 임씨에게 건네진 '현금 1억원'의 행방이다. 임씨는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근처에서 서씨를 만나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 두 개를 건네받은 뒤 바로 안 전 국장의 자택으로 가서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임씨는 1억원을 전달한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전달시점이 2007년 3월~4월께라는 것이 임씨의 증언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안 전 국장은 국제조세국장 신분으로 해외출장 중이었다.
또한 임씨는 법정에서 "안 전 국장의 평창동 집 응접실에 있던 탁자 밑으로 쇼핑백을 밀어넣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의 변호인이 "그 탁자는 아래가 막혀 있어서 쇼핑백을 밀어넣을 공간이 없다"고 증거사진을 내놓자, 임씨는 "그냥 탁자 밑에 놓고 나왔다"고 자신의 진술을 바꾸었다.
임씨는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을 전달했을 당시 상황이나 정황 등을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일관된 진술은 안 전 국장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는 것뿐이다.
특히 임씨는 지난해 9월께 안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수임료 중 1억원을 세금신고하지 않았는데 국세청 감찰팀에서 (돈을 건넨) 서씨에게 확인을 할 것 같다"며 "현금으로 준 1억원은 말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당시 두 사람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더 큰 불이익' 때문에 '1억원 전달' 거짓진술했나?검찰은 '안 전 국장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는 임씨의 진술을 근거로 안 전 국장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뇌물을 공여(공무원에게 돈을 주는 행위)했다고 '자백'한 임씨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임씨가 안 전 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면 이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를 두고 임씨가 뇌물공여를 자백하지 않았을 경우 그에게 생길 수 있는 '더 큰 불이익'을 생각해 '거짓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소득신고를 누락할 경우 받는 '불이익'은 크다. 신고누락소득의 80%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징당할 뿐만 아니라, 특별세무조사에 의해 세금탈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 세무사법에 의해 세무사 자격증까지 박탈될 수 있다.
특히 뇌물공여와 관련된 검찰의 상반된 태도는 더욱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금 1억원'을 안 전 국장에게 건넸다는 임씨는 고발조치조차 하지 않으면서, 25억어치의 조형물을 산 배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현금 1억원'은 '뇌물 공여'로 보지 않은 반면, '25억어치의 조형물'은 '뇌물 공여'로 본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하느냐('배 회장'), 유리한 진술을 하느냐('임씨')에 따라 검찰의 법적용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검찰이 안 전 국장 뇌물죄의 단서가 된 녹취록 문구의 일부를 잘못 기술한 점도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녹취록에는 임씨와 안 전 국장이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임씨는 안 전 국장에게 "이런저런 거 다 감내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제가 전화를 안 올렸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감내하고'를 '답례하고'라고 녹취록에 기술했다. 임씨가 안 전 국장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을 연상시키는 단어 선택이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단어 바꾸기' 등을 통해 안 전 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그럴듯하게 입증하려 했다"며 "검찰이 안 전 국장의 혐의를 입증하려고 말도 안 되는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측은 "'감내'와 '답례'의 발음이 비슷하게 들려 혼동한 것 같다"며 "사건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속기사가 옮겨 적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 전 국장과 부인이 얻은 이익이 16억원?... "단순차익을 이익으로 계산" 반박한편 검찰은 안 전 국장이 미술품 강매를 통해 약 16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술품 거래를 주도한 부인 홍씨는 "검찰이 단순차익을 이익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씨는 "C건설이 조형물을 구입하면서 매출이 25억원 발생했고, 이 가운데 17억원이 작가에게 갔기 때문에 제가 8억원의 차익을 봤다고 검찰에서는 주장한다"며 "검찰은 이런 식으로 단순차익인 약 16억원을 이익(뇌물)로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하지만 조형물 설치가 4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고, 아직 판매금액이 다 집행된 것도 아니다"라며 "검찰도 정확한 이익산정은 재판부에서 판단해 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검찰은 "안 전 국장이 홍씨와 함께 이익 내지 뇌물을 취득하였다"고 했지만, '홍씨가 공모했다는 뜻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공모한 증거가 없다"고 답변했다. '공모하지도 않았는데 이익을 함께 취득하는' 묘한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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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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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원 조형물은 '뇌물 공여', 1억원 현금은 '무혐의'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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