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독점했던 '풀뿌리 권력' 교체

[분석] 수도권 시·군·구 권력 교체... 사상 첫 '수도권 진보 구청장'도 탄생

등록 2010.06.03 09:06수정 2010.06.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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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실시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개표상황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합상황판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6.2 지방선거가 실시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개표상황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종합상황판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6·2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독점했던 풀뿌리 권력도 교체됐다. 4년 전 수도권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을 휩쓸었던 한나라당은 이번에는 참패했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수도권의 총 66개 시·군·구 중 16곳을 얻는 데 그쳤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 31곳 중 27곳, 인천 10곳 중 9곳 등 수도권에서 61곳을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당한 것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보여준 표심은 한나라당의 독점 권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및 중랑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패배했고 경기에서는 31개 지역 중 10개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안양, 안산 등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인천은 민주당 5곳, 민주노동당 2곳, 무소속 1곳 등 야권에 모두 내줬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은 투표 없이 당선된 조윤길 옹진군수뿐이었다.

 

예견됐던 부패한 독점 권력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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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 제1동 6투표소에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가 적혀있는 투표함에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권우성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 제1동 6투표소에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가 적혀있는 투표함에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권우성

사실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는 이미 예견됐다. 기초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군구 의원들마저 한나라당이 독식한 결과 부패비리와 무능 행정이 판을 쳤다. 지방행정과 의회의 일당 독식으로 인한 결탁은 필연적으로 독선과 부패를 낳았다.

 

한나라당 출신의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 65명 중 28명이 금품 수뢰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이중 11명은 대법원 확정 판결과 구속 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서울에서만 지난 4년 동안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 5명이, 경기에서는 6명의 시장이 직을 상실했다. 이는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였다. 수뢰 등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제왕적 권력 행사도 문제였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구청 소속 일용직 노동자들을 동원해 부인 명의의 밭 농사를 시킨 '머슴 농사' 사건으로 망신을 샀고 성남시청의 호화청사 문제 등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부패 심판론을 피해 가기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했다. 서울만 해도 물갈이율은 62.5%에 달했고 경기에서도 현직 시장군수 25명 중 12명(48%)을 교체했다. 하지만 심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실망이 컸다는 방증이다.

 

약발 안 먹혔던 '물갈이 공천'

 

민주당 등 야권은 인천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선전하면서 지방권력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과 경기에서도 광역단체장 선거는 졌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를 견제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물갈이 공천을 할 정도로 부패와 비리, 호화청사로 상징되는 겉치레 무능 행정에 대해 민심이 좋지 않았다"며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은 뿌린 대로 심판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의 싹쓸이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거의 한나라당 싹쓸이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기초의회에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입성함에 따라 정책 경쟁 및 상호 견제가 일정 수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상급식 등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칠 공약을 내세운 야권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행정의 우선 순위가 개발에서 복지로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상 첫 수도권 진보 구청장... 민노당 집권로드맵 시동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민주노동당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인천 지역에서 구청장 2명을 배출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한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후보와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은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면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는 집권 로드맵의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진보정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범야권세력을 끌어안고 가는 한편 지역에서의 집권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당의 모든 역량을 총집중해서 전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민관 거버넌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의 지역 행정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2010.06.03 09:06 ⓒ 2010 OhmyNews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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