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그렇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를 넘고, 집권여당의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의 곱절에 가까운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리한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다. 중반까지 상당한 열세였던 강원-충북이 접전지가 된 것도 수도권(인천-경기)에서 점화돼 박빙지역인 경남-충남을 거쳐 확산된 단일화의 심리적 파급효과 덕분이었다.
그 결과로 김대중-노무현 연합군은 이명박을 포위했고, 그 휘하의 수도권의 '풀뿌리 연합군' 또한 자치구와 시-도의회의 2/3를 장악함으로써 오세훈-김문수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포박한 형국이다. 두 사람은 이제 의회의 동의 없이는 10원 한 푼 쓸 수가 없다.
사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집권여당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특히 선거의 한 복판에서 발생한 '천안함 쓰나미'는 4대강 사업, 세종시, 무상급식 등 여당에 불리한 모든 쟁점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조차도 이른바 '천안함 효과'로 야당이 10% 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한나라 6석, 민주 7석, 선진 1석, 무소속 2석)는 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승리의 기반이었던 수도권의 총 66개 시·군·구 중 16곳을 얻는 데 그쳤다. 4년 전에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 31곳 중 27곳, 인천 10곳 중 9곳 등 수도권에서 61곳을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처참한 패배다.
그뿐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강원과 경남 등 전통적인 텃밭조차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 무소속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또 세종시 문제가 걸린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이 현직을 차지하고 있던 대전·충남·충북 광역단체장 자리를 모두 야권에 빼앗겼다.
MB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분노와 경고무상급식에 맞서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로 선거를 몰아간 교육감 선거결과도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전교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서울-경기와 호남은 물론 강원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전교조 교원 명단 공개에 이은 대규모 해임이라는 현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고려하면, MB 교육정책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결과를 예고하는 경고의 메시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D-2일인 5월 31일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 여론-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의 비교적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한나라당의 높은 정당 지지율 그리고 오세훈-김문수 후보의 '대세론'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견제와 균형'으로 나타난 민심의 소재는 분명하다.
우선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분노와 경고의 표시를 분명히 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후퇴, 민생경제 악화, 남북관계 파탄 등 이른바 '3대 위기'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이명박식 불도저 국정운영에 대한 '응징'인 것이다. 따라서 집권여당으로서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및 대북정책의 재검토와 4대강 사업-세종시의 궤도 수정이 일정 부분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야당이 좋아서 표를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여권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한 가운데 반사이익을 챙겼을 뿐이다.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서울-경기의 경우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유권자 중 절반 가량이 현직 시-도지사를 긍정 평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앞서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직에 대한 긍정 평가자의 오세훈 대 한명숙 지지율은 39.7% 대 34.7%, 김문수 대 유시민 지지율은 45.2% 대 36.3%였다). 서울-경기 유권자들은 오세훈-김문수가 행정을 잘못해서가 아니고 MB가 싫어서 야당 후보를 찍은 것이다.
지역주의 균열과 야당의 미래에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