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녹화가 시작하기 전 긴장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나), 왼쪽(진보신당 하경옥 후보)
배성민
녹화가 시작되자 준비한 말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선후배들과 편안하게 토론하는 것과 달리 카메라가 있으니 눈에 많이 거슬렸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보지 않고 카메라를 보고 얘기해야 하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방송 중에 시선 처리가 되지 않아 곤란한 적이 많았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해 놓고 카메라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고, 발언을 마치고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 눈을 힐끔힐끔 거리기도 했다.
첫 방송의 실수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지역내에 교육·문화 시설을 많이 늘려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김 후보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사회당에서도 지역 내 교육·문화 시설을 확충하는데 찬성합니다. 현재 많은 당원들이 지역 내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과외... 과외가 아니라 공부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사교육을 반대하는 진보정당 토론자 입에서 실수로 과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데 스포츠뉴스에 어울릴 법한 단어도 사용했다.
"지방 정부에 권한이 너무 없습니다. 중앙과 의회에서 모든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에서 집중 마크 하고 있는 경찰, 소방, 행정 등에 대한 권한을 지방으로 이행해야 합니다."중앙에서 집중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 내가 평소에 농담 삼아 즐겨 쓰던 '집중 마크'라는 말로 나와버린 것이다.
실수에도 웃음과 칭찬으로 화답한 지인들첫 방송 출연이라 예상치도 못했던 실수를 너무 남발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하고 싶은 얘기를 속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작은 실수를 많이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방송을 본 지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부모님) 우리 아들 정말 멋있네. 말도 논리적으로 너무 잘하더라. 우리 아들 짱이다!""(친구) 배성민 외모 포텐셜(potential -잠재력)이 터졌어.""(후배1) 햄 말투가 평소와 너무 달라요. 긴장해서 그런 거예요? 진짜 웃기네요.""(후배2) 완전 쩔어요. 완전 훈남임.""(룸메이트) 방송에서 멍 때리면 어떻게 하노. 동아리 애들이랑 토론회 할 때랑 많이 다르제? 잘했다 형!"아쉬움이 많은 토론회였는데 지인들이 재미있게 봐주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줘 위로가 됐다. 첫 방송 출연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혹시나 또 한 번 TV 토론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카메라 시선 처리 연습을 한 뒤 나가고 싶다.
그리고 부산광역의원 비례대표 기호 9번 사회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7993(0.58%)표를 얻었다. 20대 정치 초짜의 어색한 토론회를 보고도 사회당에 한 표를 준 부산광역시 유권자 모두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부산광역의원 비례대표 TV 토론 감상하기 클릭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 사회당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사회당 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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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면 어떡해요?" 난생 첫 TV출연에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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