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70) 사막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925]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서'와 '잘 엮어서'

등록 2010.06.07 10:17수정 2010.06.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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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막화하다

 

.. 풀과 나무가 없으면 노루도 까치도 없다. 이렇게 해서 자연이 사막화하면 인간 사회도 사막화한다 ..  <윤구병-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휴머니스트,2010) 65쪽

 

 "인간(人間) 사회(社會)"는 "사람 사회"로 다듬으면 됩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면 "사람 삶터"나 "사람 터전"이나 "사람 자리"나 "사람이 사는 곳"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또는 "우리 삶터"나 "우리 터전"이나 "우리가 사는 곳"으로 손볼 수 있어요.

 

 ┌ 사막화 : x

 ├ 사막(沙漠/砂漠) : [지리] 강수량이 적어서 식생이 보이지 않거나 적고,

 │    인간의 활동도 제약되는 지역

 │

 ├ 자연이 사막화하면

 │→ 자연이 사막으로 바뀌면

 │→ 자연이 사막으로 뒤바뀌면

 │→ 자연이 사막이 되면

 └ …

 

사막이 아닌 곳이 사막이 되니까 "사막이 되다"입니다. 또는 "사막으로 바뀌다"입니다. '사막화'가 아닙니다. 아파트가 없던 곳이 아파트로 가득할 때에는 "(동네가) 아파트가 되다"이거나 "(동네가) 아파트로 바뀌다"입니다. '아파트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잖은 지식인들은 '되다'와 '바뀌다' 같은 우리 말을 옳고 바르게 쓸 줄을 모릅니다. 깊이 헤아리지 않고 '-化'한 마디를 붙입니다. 좀더 생각이 얕은 붙은 '-化 + 되다' 두 마디를 붙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사막화되다'가 아닌 '사막화하다'로 적었기에 그나마 한 마디만 얄궂게 적바림한 셈입니다.

 

어쩌면 출판사 일꾼이 '-化되다'를 '-化하다'로 고쳤을는지 모르고, 글쓴이가 처음부터 이와 같이 적었을는지 모릅니다. 어느 쪽이든 적어도 한 가지 말잘못을 더 저지르지는 않았으니 고맙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나마 마음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이 몹시 드물기 때문입니다.

 

 ┌ 자연이 메마른 땅이 되면 사람 사회도 메마른 땅이 된다

 ├ 자연이 메말라 버리면 사람 삶터도 메말라 버린다

 ├ 자연이 망가지고 말면 사람 터전도 망가져 버린다

 ├ 자연이 무너져 버리면 사람 터전도 무너져 버린다

 └ …

 

그러나, 다시금 헤아리고 거듭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우리는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인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자연이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고 꿈꾸는 매무새처럼 우리 삶터가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고 꿈꾸는 매무새라 한다면, 우리들은 우리가 우리 넋과 얼을 나누면서 쓰는 말과 글이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바라고 꿈꾸어야 알맞지 않느냐 싶습니다. 자연 터전이든 사람 터전이든 올바르고 정갈하고 어여쁘고 좋은 터전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이 땅 이 겨레 누구나 올바르고 정갈하고 어여쁘고 좋은 말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땀을 흘릴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자연은 메말라서는 안 되고 우리 터전 또한 메말라서는 안 되며 우리 말글도 메말라서는 안 됩니다. 자연은 아름다워야 하고 우리 터전 또한 아름다워야 하며 우리말글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좋은 자연과 좋은 삶터와 좋은 말글이어야 합니다. 싱그럽고 해맑은 자연이며 삶터이며 말글이어야 합니다.

 

 

ㄴ. 시스템화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런 것들보다는 그것을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서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해요 ..  <함께 웃는 날>(민들레) 6호(2009) 26쪽

 

"그런 것들보다는 그것을"은 "그런 여러 가지보다는 이를"로 손봅니다. '통합적(統合的)으로'는 '아우르며'나 '하나로 묶어'나 '슬기롭게 엮어'로 손질하고, '지원(支援)해 줄'은 '도와줄'이나 '뒷받침할'로 손질해 봅니다.

 

 ┌ 통합적으로 시스템화해서

 │

 │→ 잘 엮어서

 │→ 두루 모아 내서

 │→ 골고루 마련해서

 │→ 아우르고 잘 짜서

 └ …

 

2010년 눈높이로 보자면 '시스템'은 우리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1990년까지는 우리 말이라기보다는 영어라는 느낌이 짙었겠으나, 앞으로 2020년이 다가오면 "'시스템'은 아주 뿌리내린 우리 말 아니야?" 하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여느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교과서에도 나오며, 신문이고 방송이고 책이고 정부 정책이고 온통 '시스템'입니다.

 

'얼개'나 '얼거리'나 '짜임새'나 '판'이나 '줄기' 같은 우리 말로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알아듣지 못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아니, 나타날 뿐 아니라 꽤 많습니다. 나이 제법 있는 분들은 알아들을 법하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푸름이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는 '얼개'나 '얼거리'나 '짜임새' 같은 낱말을 들을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나마 교과서에는 이런 낱말을 쓰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이와 같은 낱말을 적바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組)'를 털어내고 '모둠'을 쓰고 있는 교육 얼거리입니다만, 몇 가지 낱말은 알뜰히 살려쓰면서 거의 모든 낱말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있지 않나 궁금합니다.

 

 ┌ 이 정책을 잘 갈무리해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 이 정책을 짜임새있게 마련해서 도울 수 있어야 해요

 └ …

 

오늘날 우리네 제도권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일이 두렵습니다. 먼 앞날까지도 우리네 제도권학교에 아이를 보내 가르친다는 일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대안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제도권학교 교사이든 대안학교 교사이든 교사라는 자리에 서기까지 다니는 학교와 배우는 책에 적히는 말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루려는 지식이 조금 다르고, 아이들한테 지식을 나누는 매무새가 어느 만큼 다르기는 하지만, 똑같이 학교라는 울타리이며 지식이라는 얼개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할 때에는 사람이 사람다이 생각하고 사람다이 말하는 길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말과 생각과 삶을 옳게 그러모을 줄 아는 배움터가 이 나라에 얼마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 나라 학교를 비롯해 이 나라 일터 가운데 사람된 믿음과 뜻을 사랑스레 보듬는 터전이 얼마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기란 참 힘듭니다.

 

말만 옳아서는 안 됩니다. 생각만 옳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삶만 옳게 가누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삶이 옳다면 생각과 말이 나란히 옳아야 합니다. 말을 옳게 가눈다면 생각과 삶을 나란히 옳게 가누어야 하고, 생각을 옳게 품으려 한다면 말과 삶을 나란히 옳게 가누어야 합니다.

 

외길이나 외곬이 아닌 한길이나 한뜻입니다. 외딴 집이나 외톨이 섬이 아닌 홀로서는 터전이요 누리입니다. 스스로 일구어 스스로 먹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삶이듯, 스스로 옳은 길을 걷고자 애써야 합니다. 스스로 말을 옳고 바르게 추스르면서 생각과 삶을 한결같이 옳고 바르게 추스를 수 있어야 참사람이요 참멋이요 참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6.07 10:17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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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화 #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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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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