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연일 '곽노현 흔들기'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오늘도(10일) 조선일보가 곽 당선자를 흔드는 기사를 쏟아냈다.
<"아들이 일반학교는 엉망이라고 해 외고 보내">(14면), <광우병 시위 주동자 등 진보파들 대거 포진>(14면), <진보 교육감, 자식 외고․과학고 보낸 걸 왜 변명하나>(사설) 등이다.
제목만 봐도 조선일보의 의도가 뻔히 드러난다. 지난 며칠 동안 조중동은 번갈아 가며 곽 당선자 아들이 외고에 다닌다는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곽 당선자가 외고․특목고를 취지에 맞게 운영토록 하겠다고 밝혀 온 데 대해 '제 자식은 외고에 보내면서 외고를 부정적으로 본다'며 이중적인 행태인양 몰았다. 사실상 곽 당선자를 향해 '외고․특목고 정책을 바꾸라'는 압박이었다.
오늘도 조선일보는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아들이 일반학교는 엉망이라고 해 외고 보내">라고 달아 곽 당선자의 '변명성' 발언을 부각했다. 인터뷰 내용은 '외고 폐지에 대한 우려', '진보 교육감 등장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 '전교조 이념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관심사가 주를 이뤘고, '아들을 왜 외고에 보냈는지', '인권위 사무총장 시절 왜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대상에서 배제했는지' 따위의 흠집내기식 질문도 있었다.
사설 <진보 교육감, 자식 외고․과학고 보낸 걸 왜 변명하나>는 좀 더 노골적이다.
조선일보는 곽 당선자 아들이 외고에 다닌다는 점을 문제 삼아놓고, 그에 대해 곽 당선자 측이 입장을 밝히자 "왜 변명하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러면서 "외고에 다니는 건 절대 죄가 아니다", "'진보' 교육감이라 해서 '진보'라는 진영의 이데올로기에만 머리를 파묻지 말고 전국의 부모 마음이 자신과 똑같다는 세상 이치 위에서 그에 맞게 정책도 펴달라"고 주문했다. 외고, 특목고에 대한 정상화 정책을 포기하고 '특권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그냥 놔두라는 주문이다.
나아가 <광우병 시위 주동자 등 진보파들 대거 포진>에서는 취임준비위 인사 구성을 문제 삼으며 곽 당선자를 흔들었다.
기사는 곽 당선자가 "선거 이후 '탈이념'과 '강경 색깔빼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9일 출범한 취임준비위원회의 구성은 이와 사뭇 달랐다"며 "대부분 진보 진영 인사 일색으로 채워졌고, 강경 행동으로 구속되거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도 일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우리단체 전 상임대표였던 최민희 취임준비위 행정분과위원장을 문제 삼았다. 기사는 "최민희 전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방송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 지적을 받았으며, 지나치게 편향적인 시각으로 논란을 불렀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단체 박석운 공동대표와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이 취임준비위에 참여한 것을 두고 "과격한 불법 촛불 시위를 이끌다 구속"됐다고 썼다.
2008년 촛불집회가 시민사회단체의 주도로 전개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는 점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우리 단체 최민희 전 대표를 두고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 운운한 대목에서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최 전 대표가 FTA 협상 과정에서 방송개방에 반대해 참여정부와 대립했고, 경인방송 문제를 비롯해 당시 방송계 현안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갔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에 대해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라고 헐뜯으며 논란거리를 만든 장본인은 조선일보였다. 이제 와서 남의 주장을 전하듯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행태가 어이없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이같은 행태가 '진보교육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당선이 '무상급식'이라는 복지 의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선일보의 두려움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의 정책이 조선일보와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흠집내기', '흔들기' 방식으로 이들의 교육정책을 좌절시키겠다는 것은 비겁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김상곤 경기교육감 사례에서 보듯 조중동이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아무리 흠집내려들어도 '무상급식'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끊임없는 '전교조 죽이기'는 국민들의 반감만 초래했다. 어리석은 '진보교육감 흔들기', '곽노현 흔들기'를 중단하는 것이 조중동을 위해서도 현명한 처신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곽노현 당선자를 비롯한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에게도 당부한다. 우리는 '진보교육감'들이 조중동의 '길들이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조중동의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 조중동은 지속적으로 곽 당선자 아들이 외고에 다닌다는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진보교육감의 외고 정책을 흔들어 왔다. 이에 대해 곽 당선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악의적 인터뷰와 사설로 확대된 것은 아닌지, 조선일보의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에 구구하게 답변하는 방식이 결국 '뒤통수'를 때리는 인터뷰 기사로 돌아온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곽 당선자 측은 조선일보의 오늘 인터뷰 기사에 대해, 9일 취임준비위 발대식이 끝난 후 조선일보 기자의 몇 가지 질문에 답한 것과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곽 당선자의 발언이 악의적인 인터뷰 기사로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을 포함해 조중동의 '흔들기'에 대한 일관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앞으로 '진보교육감'의 원활한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 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0.06.10 21:1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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