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갯벌을 '은행'이라 부르는 이유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앞바다 '갯벌체험'

등록 2010.06.15 11:01수정 2010.06.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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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하기위해 갯벌로 들어가는 아이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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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로 들어간 아이들 ... ⓒ 정현순


"우린 어쩌지? 이 양말을 벗으면... 가는길에 누구를 만나야 하는데?"
"맨발로 들어갈까?"
"그건 안돼요. 가끔 날카로운 조개껍질이 있어 발을 다칠 수도 있어요. 저기 슈퍼에 가면 싼 양말을 팔아요. 그거 사서 신고 들어오세요."

친구와 내가 갯벌을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자 옆에 있던 갯벌체험 담당자가 안 된다면서 양말을 꼭 신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가 재빠르게 뛰어가서 양말 두 켤레를 사가지고 왔다. 그와 난 그 양말을 신고 아이들 뒤를 따라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발이 갯벌에 닿는 촉감은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솜이불처럼 포근함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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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들어간 내발의 모습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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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 ⓒ 정현순


지난 11일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앞바다에서는 옥터초등학교 저학년 150명 정도의 아이들이 갯벌체험에 나섰다. 시흥시는 오이도 주변에 사는 이들에게 1년에 한 번씩 무료로 갯벌체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지난 11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세계4대 갯벌중 하나이다. 그중 오이도는 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으며 이곳에는 각종 조개류, 연체류, 게류 등이 살고 있다.

끼륵끼륵 갈매기 소리, 솔솔 불어오는 바다바람에 비린 내음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흥시의 상징 같은 빨간 등대 옆 오이도 갯벌 앞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갯벌체험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망설임도 없이 갯벌로 들어선다.

인솔한 선생님이 "여러분 갯벌을 밟아보니깐 기분이 어때요?"하니 "아주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요"한다. 나와 친구도 신발을 벗고 얼른 갯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봤다. 갓난아기의 손처럼 보들보들한 촉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왠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조그만 생명체들이 발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조심스러웠던 또 한 가지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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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최태웅군 .. ⓒ 정현순


아이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선생님 여기 조개 있어요. 게도 있어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작은 것 하나도 모두 신기한가 보다. 갯벌을 누비면서 연신 콧노래를 부르는 최태웅군은 "재미있고 신기해요. 함부로 밟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다. 또 작은 손에 조개, 미생이 등을 한 아름 들고 있는 백민서양과 친구들도 재미있다면 발아래의 생명체들을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많은 아이들은 갯벌이 마치 운동장인양 활개치며 다니기도 한다.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솟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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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개, 게, 미생이 찾았어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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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정보마을의 체험담당자 장숙경씨 .. ⓒ 정현순


오이도정보마을의 체험담당자인 장숙경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갯벌의 중요성도 새삼 알게 되었어요. 또 갯벌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합니다. 이곳 가까이 사는 아이들조차도 이곳에 와서 체험하고 난 뒤에는 무척 신기해하고요.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곤 해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갯벌이 잘 보존되었으면 합니다.또 이곳의 어부들은 갯벌을 은행이라고도 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파래가 이곳으로 몰려와서 걱정이라고 했다. 파래가 있으면 조개가 잘 살지 못한다면서 걱정스레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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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어가는 밤게 .. ⓒ 정현순


나도 그날 옆이 아닌 앞으로 기어가는 '밤게'를 생전 처음 보았다. 어른인 나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생물들을 그곳에서 처음 만나고 나니 무언가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또 분가루보다 더 고운 뻘밭을 거닐고 나온 기분은 정말 좋았다.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도 들었다. 뻘이 닿았던 발바닥은 비싼 마사지를 받은 것보다 더 고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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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하는 미생이를 보고있는 아이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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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하고있는 미생이 .. ⓒ 정현순


뱅글 뱅글 돌아가면서 짝짓기 하고있는 미생이를 발견했다. 아이들도 숨을 죽여가며 짝짓기 하는 미생이를 눈여겨 보고있다.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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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고동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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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무언가를 관찰하는 아이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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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예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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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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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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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 ⓒ 정현순


이 경계선을 기점으로 많은 생물체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경계선은 일반인들은 넘을 수가 없으며 갯벌체험을 신청한 사람들만이 넘을 수 있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갯벌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체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갯벌이, 부디 잘 보존되어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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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갈매기, 바다비린내음, 아이들은 그곳을 떠나기 싫은듯했다 .. ⓒ 정현순


'오이도 정보마을'이 진행하고 있는 갯벌체험은 4월~10월말까지 계속된다.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 중에 가족동반으로 나들이 나온다면 모두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신청방법: 전화 031-319-0205(정보센터) 팩스:031-498-5210
#갯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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