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돌진, 시너 투척... 격해지는 '참여연대 사냥'

[현장] 고엽제전우회, 참여연대 앞에서 집회... 경찰, 시너 담긴 소주병 17개만 압수

등록 2010.06.17 15:38수정 2010.06.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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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박상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참여연대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 박상규

"이거 놔! 가서 참여연대 이놈들 다 불태워 버릴 테니까. 저리 비켜!"

 

정면에 가스통을 매단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의 승합차는 참여연대 사무실을 향해 돌진했다. 급하게 달려간 경찰 20여 명이 참여연대 건물 약 30미터 앞에서 차량을 저지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몸에 모조 권총과 총알을 두른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내렸다.

 

"이 미친 X들, 저리 안 비켜! 경찰이 할 일이 없어 빨갱이들을 지키고 있어?!"

 

이어 승합차에서 다른 회원들도 내렸다. 이들 역시 경찰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내가 빨갱이랑 총질하고 있을 때 너희들은 태어나지도 않았어! 이 XX들이, 어디서 빨갱이 편들고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경찰은 애원(?)하다시피 이들을 저지했다.

 

"선배님! 참으십시오. 말로 하세요, 말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엽제전우회는 가스통 매달고 돌진, 경찰은 '선배님'이라 부르며 시너 압수

 

하지만 "선배님"은 참지 않았다. 대신 주먹으로 '후배' 경찰의 가슴을 후려쳤다.

 

"퍽!"

 

제법 큰 소리가 났다. 경찰들은 당혹스러워 했다. 그래도 '선배님'들을 연행하지는 않았다. 대신 경찰은 "아니 왜 이러세요!"라며 길을 막았다. 이어 경찰은 승합차에서 가스통을 떼어내 압수했다. 포위된 '선배'들은 가스통을 들고 사라지는 경찰을 향해 계속 "야, 그거 안 가져와! 다 폭파해 버릴 테니까, 당장 가져와! 빨갱이들 다 태워버려야 해!"라고 외쳤다.

 

하지만 '후배' 경찰들은 '선배님들' 가스통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스통에는 화염방사기도 달려 있었다.

 

 경찰에 압수된 고엽제전우회의 가스통. 가스통에는 화염방사기도 달려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경찰에 압수된 고엽제전우회의 가스통. 가스통에는 화염방사기도 달려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박상규
경찰에 압수된 고엽제전우회의 가스통. 가스통에는 화염방사기도 달려 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 박상규

이렇게 17일 오전부터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는 한판 '전쟁'이 벌어졌다. 군복을 차려입고 나온 고엽제전우회 회원 200여 명은 참여연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외침은 대개 이러했다. 

 

"참여연대 폭파시키자!"

"참여연대는 김정일의 품으로 가라!"

"이적단체 참여연대를 우리 힘으로 응징하자!"

 

군복을 착용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구호만 외치지 않았다. 일부 회원은 소주병과 생수통에 시너를 담아왔다. 경찰은 시너가 담긴 소주병 17개를 압수했지만, 일부는 시너가 담긴 생수통을 참여연대 건물에 투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건물 주변에서는 한동안 시너 냄새가 진동했다.

 

이들은 "우리는 물론이고 여러 보훈단체는 참여연대처럼 좋은 건물에서 생활도 못하는데, 참여연대 빨갱이들은 무슨 돈으로 이 건물에 입주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청와대 주변에 이적단체가 버젓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관련 서한을 보낸 것에 항의하며 17일 오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인 가운데, 경찰이 인화물질이 담긴 소주병 17개가 담긴 상자를 압수했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관련 서한을 보낸 것에 항의하며 17일 오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인 가운데, 경찰이 인화물질이 담긴 소주병 17개가 담긴 상자를 압수했다.권우성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관련 서한을 보낸 것에 항의하며 17일 오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인 가운데, 경찰이 인화물질이 담긴 소주병 17개가 담긴 상자를 압수했다. ⓒ 권우성

"빨갱이들 불태우겠다"며 시너 투척... 그런데도 연행자는 0명

 

 한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모조 권총·실탄을 차고 참여연대 앞 집회에 참석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한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모조 권총·실탄을 차고 참여연대 앞 집회에 참석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박상규
한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모조 권총·실탄을 차고 참여연대 앞 집회에 참석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 박상규

또한 이들은 "혹시 참여연대가 김정일이 보내준 자금으로 이 건물을 산 것은 아닌지 국가는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엽제전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참여연대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고, 그냥 김정일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종북주의자들"이라며 "참여연대는 김정일 앞잡이로 나서 국민들 등에 칼을 꽂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엽제전우회 지도부는 규탄 발언과 성명서 낭독 후 짧게 집회를 마치려 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달걀과 시너가 든 물병을 참여연대 건물에 투척하며 경찰 저지선을 뚫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려 했다. 경찰 300여 명은 참여연대 앞에서 이들을 막았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이런 경찰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는 지금도 손에 M16 총을 쥐어주면 바로 북으로 쳐들어가 싸울 수 있어, 이 XX들아! 전쟁 나면 참여연대 애들이 너희들부터 없앨 거야! 그걸 알아야지! 당장 김정일 앞잡이들 다 끌어내!"

 

이처럼 보수우익 단체의 집회가 격렬해지고 행동이 거칠어지면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일상생활 자체가 잘 안 된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여연대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근무자들조차 자유롭게 출입을 하지 못했다.

 

한 참여연대 근무자는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얼굴이 알려지면 보수단체 관계자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며 "밤낮없이 사무실 앞에서 집회가 열리니 식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다, 경찰이 경비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참여연대 쪽은 "가스통을 메고 건물로 돌진하려는 보수단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시너를 투척한 사람 그 누구도 경찰에 연행되지 않았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도 못하게 하는 경찰이 보수단체에게는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고 경찰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참여연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고엽제전우회 회원 200여 명. 이들은 "마음 같아서는 참여연대를 불 질러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참여연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고엽제전우회 회원 200여 명. 이들은 "마음 같아서는 참여연대를 불 질러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박상규
참여연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고엽제전우회 회원 200여 명. 이들은 "마음 같아서는 참여연대를 불 질러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엄지뉴스 전송사진). ⓒ 박상규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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