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소연
"우리가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만 계속되면 안 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쥐가 사는 걸 알지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17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 모인 한나라당 초선의원 쇄신모임에서 김학용 의원이 진단한 현재 상황은 정확하다. 6·2 지방선거 뒤 어느 때보다 높아진 쇄신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선 개혁성향 초선 의원의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은 형성됐는데, 나서는 이가 없다.
서로 등만 떠밀고 나서는 이 없는 '초선 최고위원' 도전이날 회의에서 주광덕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시대정신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도록 초선 의원들이 용기 있게 지도부에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른 의원들의 출마를 촉구했다.
김학용 의원도 "초선 의원들의 대표로 나설 시기는 지났지만 도전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불신을 깰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권영진 의원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당당하게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당의 변화를 위해 나서는 것, 그것을 우리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의원은 "현재 우리 당의 상황에서는 여기 있는 초선 의원 누가 최고위원회에 진입한들 우리가 말하고 있는 쇄신방향으로 당을 이끌 수 없다, 쇄신의 의지가 부서질 수 있다"고 전당대회 출마론을 경계했지만, 이날 논의의 대세는 '초선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서로가 서로에게 출마를 독려할 뿐이다.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가 '초선 의원 대표 출마자'로 꼽히고 있는 의원들에게 '전당대회에 왜 나서지 못하느냐'고 물었을 때, A 의원은 "전당대회는 나 같은 사람이 나갈 자리가 아니다"라고 간단히 답했고, B 의원은 "지도부 입성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C 의원은 "나는 계파색이 너무 짙어서 초선 쇄신모임이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A·C의원은 B 의원을, B 의원은 A 의원을 전당대회에 출마하라고 설득·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들의 대표 선수가 필요하긴 한데, 자신이 맡기엔 엄청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자신들의 '쇄신의지'가 '권력의지'로 왜곡되는 상황이다. 대표 선수를 전당대회에 출마 시켰는데, 이에 대해 '초선들의 성급한 권력욕'이라든지' '쇄신 요구는 결국 권력투쟁을 위한 도구'라는 비판이 제기되면 쇄신을 위한 추동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광범위한 쇄신 요구를 등에 업고 출마했는데,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쇄신모임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출마한 개인에 대한 책임론이 일어날 것도 뻔하다.
"불출마" 확인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박근혜 대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