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문제 처음으로 인정하다

[현장] 미쓰비시 주주 된 나고야 시민들 "근로정신대 문제 사죄·보상하라"

등록 2010.06.25 10:34수정 2010.06.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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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 주주 총회장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 시민들과 한국 시민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미쓰비시 주주 총회장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 시민들과 한국 시민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 이주빈


일제시대, 13세 어린 소녀를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것도 모자라 임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미쓰비시. 이 전범기업은 65년 만에 사죄와 배상을 할까.

지난 20년 동안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한국 할머니들의 법적 소송을 돕고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온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지원모임)'. 이들이 24일 오전 미쓰비시 주주 총회장에 나타났다. 주주 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나고야 지원모임 회원들과 한국에서 간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 목사, 이하 시민모임) 회원들 약 40여 명은 미쓰비시 주주 총회장으로 가는 도로에서 선전활동을 벌였다.

나고야 지원모임은 미쓰비시 주주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월 5명 회원이 각각 1000주씩 미쓰비시 주식을 샀다. 시가로는 약 35만엔.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오로지 미쓰비시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고 사죄를 하라는 발언을 하기 위해 미쓰비시의 주주가 된 것이다.

나고야 지원모임 소속 5명의 주주들은 오오미야 히데야끼 미쓰비시 사장의 수차례 제지에도 불구하고 의사진행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의사진행발언의 내용은 강제동원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진심어린 사죄와 정당한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주주 총회에 참석한 나고야 지원모임 회원에 따르면 미쓰비시 사장은 "이곳은 회사발전을 논하는 곳"이라며 발언을 제지했다. 하지만 나고야 지원모임 소속 주주들의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자 상무에게 대신 발언을 하라고 지시했다.

 미쓰비시 주주 총회가 끝난 뒤 주주 총회에 참석했던 시민이 보고를 하는 모습.

미쓰비시 주주 총회가 끝난 뒤 주주 총회에 참석했던 시민이 보고를 하는 모습. ⓒ 이주빈


야스다 상무의 입을 통해 드러난 미쓰비시의 태도는 이전과는 달랐다. 나고야 지원모임 회원들이 전한 야스다 상무의 근로정신대와 관련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근로정신대 등 모든 한·일 과거사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2010년이 한일병합 100년으로 (근로정신대 문제 등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제(23일) 이용섭 국회의원이 와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했던 말과 한국 국민 13만 명의 서명부를 사장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근로정신대 보상과 관련) 나고야 고등재판소에서 법적으로 승소했다. 하지만 인도적으로는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협의할 의사가 있다."


미쓰비시 야스다 상무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나고야 지원모임 회원들과 한국에서 간 시민모임 회원들은 "중대한 기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기대에 찬 표정이 역력했다.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지원모임 대표는 "미쓰비시 주주 총회장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특히 "미쓰비시가 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 중대한 전환점에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의 시민모임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가 1945년 이후 줄기차게 외면해온 근로정신대 문제가 한일강제합병 100년을 맞아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며 "기가 막힌 것은 이 문제가 한일 두 정부가 아닌 일본 나고야 시민들의 20년에 걸친 줄기찬 투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제 강점기 자신들이 강제동원하고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한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인정한 미쓰비시. "문제를 협의할 의사가 있다"는 야쓰다 상무의 발언은 23일 이용섭 의원과 나고야 지원모임, 한국 시민모임이 제안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미쓰비시가 나설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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