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학사지원직원들은 "한양대에 '카스트 제도'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세상
김미옥씨는 직원 갑·을·병이 하는 일은 같다고 했다. 입학 관련 홍보, 몇 주년 기념식 등 행사 기획, 강의 시간표 짜기, 교수·강사 관리, 강의실 기자재 총괄, 학생 성적 관리, 졸업 관련 통계 내기, 예·결산 등 대학의 교육,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학사 업무가 이들의 일이다. 그는 "학생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맡는다고 생각하면 돼요"라고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정의했다.
대학 측의 답변은 좀 다르다. 직원 갑은 대학본부에서 일하는 행정직이고, 직원 을은 사서 등 기능직으로 구성돼 있고, 직원 병은 단과대·대학원 교학과에서 사무를 보는 직종으로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게다.
이런 대학 측의 주장에 대해 박수경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저도 대학본부에서 일했어요. 지금 자리도 그 전엔 직원 을이 하던 일이었고요. 직원 을에 기능직도 있지만 사무 보는 사람도 있어요"라면서 업무 구분이 없다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 때문에 억지로 업무를 구분해 놓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정규직이 됐지만 직종에 따른 처우의 차별이 존재한다. 일반 직원 100을 기준으로 직원 을은 80%, 학사지원직원은 65%의 대우를 받는 것. 단순 임금뿐만 아니라 그 차별의 벽은 견고하다.
"정년부터 차이가 나요. 갑은 58세 또는 60세이고 을은 58세인데 저희는 50세죠. 본교에서 안산캠퍼스로 발령이 나면 교통비가 나오는데 그 역시 갑은 3만 원인데 저흰 1만 원이에요. 임금에 포함되는 식사비도 저흰 갑의 65%죠. 임금에 따라가는 시간외수당은 말할 것도 없고요. 체육대회, 개교기념일에도 우리 선물만 안 나와요." 김미옥씨가 승진도 없고 봉사상에서도 제외되는 차별의 실체를 꺼내 놨다. 복지 부분이 직원 갑과 같아진 것도 작년부터란다. 그 전까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나 회갑도 65%, 출산비도 65%였단다. 박수경씨는 "우리는 반만 슬퍼하고 반만 기뻐하라는 거였죠"라면서 자조했다. 그나마 작년에 복지가 100%된 것도 조합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00%, 80%, 65%짜리 직원 중 누구와 인터뷰하시겠어요?"경제적 차별보다 이들이 더 견디기 힘든 건 자신들을 보는 선입견이었다. 김미옥씨가 "65%짜리 직원 병은 열등한 사람들처럼 대하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라고 말하자 주변 조합원들의 경험담이 쏟아진다.
"손님 올 때 차 심부름이나 사무실 부품을 닦아야 할 때 신입 직원이 있어도 10년 넘은 학사지원직원이 해야 돼요. 갑을병 구조에서 우리가 병이니까요." "식사나 회식도 따로 따로 하죠. 단과대 몇 주년 행사를 하고 교수님이 수고했다고 식사 자리를 마련하셨어요. 다 같이 야근하고 힘들었는데 회식 전날까지 직원들이 저한텐 가자는 소리를 안 하더군요. 나중에 교수님 몇 분이 펑크를 내니까 그제야 '회식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 때도 '꼭 오라'고는 안 했어요." "갑과 저희가 같은 주제로 보고서를 냈는데 결과가 다르면 일단 학사지원직원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했어?'라고 따지다가 제 보고서가 맞으면 그냥 쓱 지나가죠."김미옥씨가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님이 한양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100%, 80%, 65%짜리 직원이 있어요. 그러면 누구한테 인터뷰를 청하시겠어요? 아마 100%일 걸요. 저흰 그런 경험 많이 당했어요." 김미옥씨는 조합원들이 전문적이지 않고 수준이 낮은 것처럼 보는 시선이 힘들다고 했다. 학사지원직원의 60%는 한양대 출신이고 또 상당수는 대학원까지 나왔다.
2007년 노조를 만들고 나서의 첫번째 요구사항 역시 2003년 정규직되면서 바뀐 '고용안정조교'라는 명칭을 '직원'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김미옥씨는 "학교 측이 그냥 직원은 안 된다고 해서 '학사 직원'으로 하자고 하니까 결국 '지원'이란 단어를 넣더군요"라면서 '학사지원직원'이란 직종이 생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학사업무엔 '지원'은 없다고 했다.
"우리가 하찮은 존재란 걸 인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