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상협)에서 심운택 역을 맡은 배우 김동윤.
유성호
- 촬영은 안 바빠요? 사극은 처음인데요.
"심운택이 아직은 의주에 있기 때문에 촬영 분이 없어요.(웃음) 사극은 처음이라 이렇게 힘든 작업인 줄 몰랐어요. 제가 광고부터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까지 촬영이란 촬영은 다 해봤거든요. 그 만큼 얻는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죠. 준비는 많이 했는데 돌파구를 빨리 찾지 못해 NG도 엄청 많이 냈고요. 이병훈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는데 그래서 안 부르시나 싶기도 해요.(웃음)"
- 캐스팅은 어떻게 됐어요? 오디션을 본 건가요? "네, 올 1월 MBC 본사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알기로 100명 넘는 남자 연기자들이 오디션을 봤고, 최종 10명을 추린 상태에서 이병훈 감독님과 1대 1 개인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거기서 허준과 홍국영의 대사를 즉석에서 리딩했죠. 실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무실에 전화가 오기로는 이병훈 감독님이 저를 최고로 뽑으셨대요.(웃음)"
- 더 크게 웃어도 됩니다만.(웃음)"그런데 10회가 넘어가도, 20회가 돼도 연락이 없었잖아요.(웃음) 그러다 갑자기 연락이 온 거예요. 심운택이 연기력도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캐스팅도 신중했대요. 저한테는 과분한 역할이었죠. 연기력을 검증받지도 않았고, 인지도도 없고, 사극을 해 본 센스도 없으니. 또, 저랑 최종으로 남은 분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었고요(물망에 오른 이들로 국제적 감독의 근작에 나온 젊은 배우와 사극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연기자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 꽤나 기뻤겠어요. 그래서 미니홈피에 사진도 직접 올리고 한 거죠? "용인 세트장에서 첫 신을 찍는데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감독님은 제가 준비해 온 것 말고 '더 재미있게 해 봐라'하시고. 차에서 잠깐 대기할 때 긴장이 풀어져서 콧수염만 떼고는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나 한 번 찍어봤어요. 재미로 찍어 본 건데 미니홈피 사진이 쫙 퍼진 거죠, 기사도 나고. 화질도 별로 안 좋은 오래된 폰으로 올린 건데, 신기하더라고요.(웃음)"
- 그만큼 시청자들이 심운택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겠죠. 그럼 감독님은 왜 캐스팅 했다고 하시던가요? "글쎄요.(웃음) 작가 선생님들이 잘 봐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잘 하거나 마스크가 출중해서는 아닌데…. 먼저 물망에 오른 분들이 촬영을 못하게 되기도 했고, 대본은 나왔고 촬영은 해야 되고.(웃음) 정말 좋은 기회가 우연찮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효주씨, NG 많이 내서 미안해요!"사극 현장의 고충은 역시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얘기를 나눌수록 분장부터 시간과의 싸움까지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장이 그려졌다. 게다가 이병훈 감독과 같은 대가 앞에서 쩔쩔맬 수밖에 없을 31살 중고신인의 고충이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그가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심운택이란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는 북촌 김춘택으로 알려진 인물로 훗날 서인의 중추였으며, 원조 '꽃미남'에 언변이 뛰어난 인물이었단다. <동이> 속에서는 코믹하면서도 임금에 맞설 진지함과 호방함을 겸비한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김동윤이 사랑해마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 첫 사극 분장은 어땠어요?"촬영할 때 상투 틀어야 하는데 미간이 엄청 찌푸려져요. 눈 자체가 많이 당겨져서 화면으로 보니 눈을 크게 뜬 것처럼 나왔더라고요.(웃음) 뒷머리가 빠져나오면 안 되는데 머리가 짧아 분장팀이 더 힘들었죠. 또 24, 25회를 한 주 동안 찍는데 1주일 동안 10시간도 못 잤어요. 이동하는 시간에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디 잠이 와요? 대사 외워야지. 대사가 너무 많고 어려워서 입에 붙게 달달달 수백 번을 연습했는데도 현장에서는 NG를 냈죠."
- NG를 얼마나 냈는데요?"효주씨 한테 미안할 정도였죠.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연습을 해서 연기해도 현장 카메라 앞에서는 감독님 의도와 다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촬영시간도 지연되고요. 그래서 긴장도 더 많이 하고 편안하지 못했어요. 감독님께 기가 죽었다고 할까요. 이제는 감이 왔는데, 그래서 빨리 촬영에 들어가야 되는데요.(웃음)"
- 그럼 언제쯤 심운택을 다시 볼 수 있어요? "동이가 숙종을 만나 궁에 입궐했잖아요. 장희재의 음모가 밝혀지고 숙종이 그 파를 멸시하고 처단하면서 심운택도 궁에 입궐하지 않을까, 하는 건 순전히, 100% 제 생각이에요.(웃음)"
- 스스로 생각하는 심운택은 어떤 캐릭터예요? "역사적으로는 김춘택이란 인물이에요. 원래 그가 숙종과 동이를 만나게 해 준 사람인데 드라마에선 각색이 된 거죠. 또 실제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동이랑의 멜로가…. 작가선생님과 연출진에 의하면 심운택도 멜로가 있다고 하는데 동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또 저도 공부를 약간 했는데 흥미로워요. 김춘택이 실제로도 '꽃미남'이었데요. 길 가다가도 표정과 말 한마디로 여자들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해요. 앞으로 클럽 좀 많이 다녀야겠어요.(웃음) 제가 원래 여자들에게 다가서거나 그런 걸 잘 못해요. 지금은 없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어도 그렇고요."
- 게시판을 보니 동이와의 사각관계에 대한 응원과 만류 글이 교차하던데요. "네, 천수와 숙종. 그리고 영달(이광수 분)이도 있잖아요. 하하. 주책이죠. '깨방정2', '콩운택'.(웃음) 글쎄요. 앞으로 대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숙종을 죽여야죠. '깨방정' 운택으로 '깨방정' 숙종이 잊혀질 수 있도록.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더 연구해서 귀엽고 익살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저만의 심운택을 만들어야죠."
심운택이 동이와 이병훈 감독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