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점심 편히 먹어본 적 없어요"

[인터뷰] 안덕수 강화군수, 수도권 최고 득표율의 비결

등록 2010.07.03 12:27수정 2010.07.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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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점심을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먹어본 적 없습니다. 이런 저런 민원을 가지고 있는 군민들과 식사를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요. 휴가도 4년 임기 동안 2번밖에 못갔어요."

득표율 67.56%의 비결을 묻자 그런 답이 나왔다. 안덕수(64) 강화군수.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최고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그가 제2기 강화군수 취임(7월1일)에 앞서 특별한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6월 29일 오후 강화도 불은면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오마이뉴스 시민기자학교)에서 예비기자 28명('오연호의 기자만들기' 33기 수강생)과 만난 것이다. '기자다운 기자'를 꿈꾸는 예비기자들의 질문은 기성기자들 못지 않게 날카로웠고, 그들 앞에 선 안 군수는 1시간 동안 정식 기자회견에서나 나올 법한 굵직한 뉴스거리를 쏟아냈다.

 지난달 29일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33기 캠프에 안덕수 강화군수가 참석해 수강생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33기 캠프에 안덕수 강화군수가 참석해 수강생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유진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유천호)를 거의 3배 차이로 누르고 재선한 안 군수는 이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2006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바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일이 있던 그는 "기초단체장은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아도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집권당은 한나라당이고 인천시장은 민주당이니 차라리 무소속이 더 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군수는 강화 지역의 최대 논란거리의 하나인 조력발전소 건설 건에 대해 "환경피해가 크다는 결론이 나오면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군수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조력발전소를 반대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민관이 공동으로 (환경피해)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피해가 크다는 결론이 나오면 취소하고 피해가 적다는 결론이 나오면 송 시장과 대화를 해서 추진여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군수는 예비기자들의 질문이 '관광자원 개발과 친환경 '청정강화'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다 잡을 것인가'에 대해 집중되자 "'개발'과 '환경'은 함께 갈 수 있다"면서 그 사례를 강화도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안 군수는 인터뷰 내내 강화도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지난 몇 달간 강화도를 괴롭히던 구제역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말한 그는 "많은 분들이 안심하고 강화도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오늘 예비기자들과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우리 강화도를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안 군수는 속노란 고구마, 순무, 쑥 등 강화도 특산품의 장점을 세세히 열거했다.


강화도 토박이인 안 군수는 행정고시 12기로 농림수산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는 "중앙행정은 표준적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지방행정은 즉각적으로 실행하고 눈으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4년간도 군민들이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인터뷰의 일문일답 요약.


- 취임식 때문에 바쁠 텐데 예비기자들을 만나러 와주서 놀랐다.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나.
"여러분이 강화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져가시길 원해서 이 자리에 왔다. 강화는 도시인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모든 철새가 강화 갯벌에 와서 물고기, 조개 이런 것들을 먹고 보신을 한다. 그런 걸 먹어야 유럽까지 날아가는 힘을 축적을 한다고 한다. 또 마니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가 센 곳이다. 그곳에서 기를 받으면 건강해지고 사람이 단단해진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강화에 와서 그런 힘과 기를 채워 갔으면 한다. 여러분이 강화의 좋은 점을 많이 알려 달라."

"공무원에 대한 인식 확 바꿔놓았다"

- 지난 몇 달간 강화에 구제역이 발생해 관광객들이 감소했고, 이 때문에 군민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이제 구제역은 완전히 종료됐나. 구제역 발생 때는 전 언론이 난리를 쳤는데 종료여부에 대한 보도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구제역은 전파성이 높은 O형이었다. 법에 의한 통제 반경은 500m였는데 그 6배인 3km를 통제구역으로 설정해 두 달간 전쟁을 했다. 그래서 경제가 매우 어려웠다. 구제역은 6월 7일부로 해제되면서 완전히 종료가 됐다. 이제 걱정없이 강화를 방문해 줬으면 한다."

- 수도권에서 최다 득표율로 재선이 됐는데 어떻게 군민들의 마음을 얻었나.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인 군민들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4년간 열심히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 선거운동 안 해도 된다'. 나는 군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낙후된 강화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고 하면서 함게 뛰었다. 실제로 4년 동안에 개인을 위해서 쓴 시간이 거의 없다. 휴가 딱 2번 갔다. 점심도 거의 매일 민원을 가진 군민들과 하다보니 밥을 편히 먹었던 점심이 없었던 것 같다."

- 열심히 군민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는 '수도권 최고 득표율'의 비결이 설명이 덜 된 듯하다. 다른 이유를 듣다면?
"공무원의 자세를 바꿨다. 2006년 처음 선거할 때 유권자들이 공무원에 대해 욕을 많이 하더라. '강화군청 공무원들은 전부 목에 깁스했느냐'고 그랬다. 민원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확 바꿨다. 캐치프레이즈를 '강화도 주식회사'로 잡고, 군민을 소비자로 보고 그들의 기호에 맞게 서비스를 한다는 자세로 공무원들의 일처리 방식을 바꿨다. 아침 8시에 민원담당 공무원들이 모여 민원을 검토하고 최대한 빨리 처리했다. 그랬더니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공무원들에 대한 칭찬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니 공무원도 보람을 느끼고 나도 그런 공무원들 덕분에 군민들에게 환영받는 군수가 됐다."

"환경피해 크다면 조력발전소 건설 취소"

 안덕수 강화군수와 열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33기 수강생들
안덕수 강화군수와 열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33기 수강생들양성호

- 안 군수는 그동안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대해왔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
"그동안 친환경 에너지여서 추진해왔다. 앞으로는 피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어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민관검증위원회를 설치해서 피해가 분명하게 어떻게 나는지 조사하고, 조사결과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 영향이 별로 크지 않고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 추진하겠다. 송영길 시장이 반대한다고 확실히 했다. 그러나 시장이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안 하지는 않겠다. 반대하면 반대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주요한 이유가 환경 피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환경에 영향을 준다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 조력발전소건 외에도 도로 건설, 스키장 건설, 관광지 개발 등 개발사업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개발사업을 계속하다 보면 '청정강화'라는 친환경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나.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의 보존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보존하려면 그냥 놔두기보다는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 강화 여기저기는 대부분 국가 소유가 아니라 개인 소유인데 그 개인들이 펜션 등을 지으면서 무질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 개인 땅 소유자들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설을 (군이 나서서 친환경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개발과 보존 문제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들어갈 생각 없다"

-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선거 시작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왜 탈당했나?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할 생각 없나?
"내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은 군민의 의사와 관계없는 인사를 한나라당에서 공천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중앙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서 내가 70% 가까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다른 사람(유천호)을 공천했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에 다시 입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 2006년때도 선거 당시에는 무소속이었는데 당선 후에 한나라당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
"광역단체장이면 몰라도 기초단체장은 당이 필요 없다. 정당에서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에 갈 때 대우 받으려고 공천하는 것이다. 근데 실제로 일을 해보면 당에서 기초단체장에게 해줄 것이 없다. 지역발전을 위해서 가입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입하겠는데 그렇지 않다. 2006년에는 국회의원도 군의회의원도 인천시장도 한나라당이어서 하는 일마다 협조가 안 돼서 내가 당에 들어가면 협조 해줄까 해서 들어갔는데 그렇지 않더라. 이번에는 집권당은 한나라당이고 인천시장은 민주당이기 때문에 오히려 무소속인 게 좋을 수 있다."

- 수도권 최고 득표율이어서 부담도 있을 터인데, 앞으로 4년을 어떤 자세로 할 것인가?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잘한 것도 반성할 것도 분명히 있다. 지방행정은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확실히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겠다. 주요 현안에 대해 늘 주민 대표들하고 협의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주민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은가? 주민과 더불어서 군정을 하는 군수가 되겠다."
#안덕수 #강화도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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