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오늘(5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이른바 '영포게이트'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한 관련 직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해당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불길은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로 빠르게 번지고 있어, 이명박 정권 국정 후반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불법 사찰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하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시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영포게이트'와 관련한 보고를 오전 오후 두 차례나 직접 받을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날 이 대통령 역시 영포회 멤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영포회 전 회장 출신인 박명재 전 참여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은 지난해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도 영포회 멤버로 친하게 지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인터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영포게이트'는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권을 뒤흔들 만한 폭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전 장관 뒤를 이어 영포회 회장을 맡았던 이원 전 국민권익위원이 "이 대통령은 영포회원이 아니다"(5일, 라디오 인터뷰)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영포회가 MB정권의 실세 조직이라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영포게이트는 재보선의 중요한 선거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청와대까지 연계된 것으로 나오는데 민주당은 이 배후와 몸통을 확실히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사조직이 국정 농단한 행위이고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사건으로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사조직의 활동 내용은 무엇이고 권력 남용 사건이 더 없는지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영포회 멤버라고 하니, 사조직의 국민 군림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다"며 "영포회에 대한 책임자로서 결자해지의 책임의식을 느끼고 이명박 대통령이 영포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이 대통령은 영포회와 관련한 불법 민간인 사찰, 권력 남용, 위·탈법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특별지시를 내려라"며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특검을 통해서라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택 원내대변인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과거 사직동팀의 부활이란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왜 여기에 세무사찰을 하는 국세청 조사국 직원, 국민의 금융거래내용을 확인하는 금감원 직원이 파견됐는지 정부의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MB, 자발적으로 특검-국정조사 요청해야"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YTN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하면서 1차적으로 국세청 조사를 통해 세무 사찰을 하고 2차적으로는 수사기관까지 동원해서 수사를 하는, 이런 방식으로 민간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조직적인 불법 사찰 가능성을 짚고 나섰다.
전 정책위의장은 이어, "청와대 모 비서관에게 사실상의 직제형 계통을 무시하고 보고해온 것으로 이미 보도됐다"며 "어떤 사정기관으로서의 계통과 시스템을 넘어서 사적인 관계를 통해 사찰 기능의 전달과 역할들이 조정되고 좌우됐단 자체가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청와대와의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전 정책위의장은 "조사대상기관이 조사를 맡은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겼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지난 2일 4명으로 구성된 총리실 자체조사반의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단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또 "이 대통령께서 진정으로 이 문제가 심각하고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면, 꼭 하나의 케이스로만 이걸 보고서 조사나 수사를 지시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청해서 거기서 밝혀내게 해야 한다"며 "하나의 케이스만을 대상으로 해서 이 문제를 덮고 가려는 것은 국민들에게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영포게이트' 특검 및 국정조사 요구는 다른 야당으로도 번지고 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영포 게이트'와 관련,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국기문란, 공직윤리 파괴행위"라며 "총리실 자체 조사는 제 식구 감싸기 의혹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감사원 등 제3의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혹을 감추고 진상규명을 회피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야당과의 공동 전선을 꾸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대형 악재' 위기감... 이성헌 "영포회 처벌해야"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던 한나라당도 야권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인데 야권이 정치공세로 몰아붙여선 안된다"라고 대응하고 있지만, '영포게이트' 사건이 자칫하면 7·28 재보선에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례로 한나라당 당권 주자로 나선 의원들이 소속 계파와 관계없이 연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 일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명확히 그 신상을 조사해서 거기에 대해 분명한 처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정조사를 할 때 이 문제에 대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영포회'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그 지역의 사람들이 친목모임과 장학 사업을 위해서 시작한 것이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신 이후부터 성격이 조금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에 영포회에 있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승진을 하거나 민간인을 사찰하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영포회가 아니라 어떤 단체라도 명확하게 처벌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대표 당권 도전 주자인 안상수 의원도 이날 CBS <이종훈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조사를 지켜보고 그것이 정말 잘못된 조사이고 부족하다, 또 의혹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 (국정조사 등)그런 문제를 거론해도 될 것"이라며 야권의 주장을 검토할 수 있단 태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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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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