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백두산 천지를 통째로 옮겨 왔네"

냉동창고 벽에 120m짜리 천지벽화 그려놓은 (주)우리모두 김경숙 대표이사

등록 2010.07.06 19:13수정 2010.07.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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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천지 벽화. 이 벽화의 규모는 가로 120미터, 세로 40미터나 된다. 제작비용으로 3억 2천만원이나 들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천지 벽화. 이 벽화의 규모는 가로 120미터, 세로 40미터나 된다. 제작비용으로 3억 2천만원이나 들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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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 벽화.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 벽화. ⓒ 오마이뉴스 장재완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운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충북 청원군 부용면 외천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주)우리모두의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다.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천지그림은 국도를 지나는 차량에서도 큼지막하고 선명하게 보일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산 중턱에 천지를 담아놓은 이는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주)우리모두 김경숙(62) 대표이사. 김 대표는 회사를 이곳으로 옮긴 뒤 회색빛 시멘트벽이 보기 싫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한다.

 

이 냉동창고에 그려진 천지 그림은 가로길이가 무려 120미터, 높이는 40미터나 된다. 아파트 13층 높이다.

 

현재 그 건물 옆으로 건물이 신축되고 있는데, 그 건물에도 천지그림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려 넣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 벽화의 총 가로길이가 무려 220미터나 된다고 한다.

 

제작비용과 과정도 과히 대단하다. 초대형 벽화를 그리기 위해 지역의 수많은 업체에 연락했지만, 규모가 너무 커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서울에서 겨우 업체를 구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제작비용은 무려 3억 2천만 원, 그리는 과정도 4개월이나 소요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왜 천지그림을 그렸을까? 그 대답은 한마디로 명쾌하다.

 

"보기 좋잖아요."

 

산 중턱을 깎아서 공장을 세우고 나니 시멘트벽의 회색빛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란색을 칠할까? 베이지색을 칠할까? 파란색을 칠할까? 고민하던 중, 이왕이면 누가 봐도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려 넣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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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 벽화.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우리모두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 벽화.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렇다면 하필 천지 그림일까?

 

"천지는 우리 조상 대대로 신령하게 생각해온 곳이잖아요. 조상님들이 영험하게 생각했던 그 천지를 늘 보며 살고 싶었습니다. 또 우리회사는 물류회사인데,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까지 물류를 담당하고 싶은 꿈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보기만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까? 그냥 모두 함께 즐기면 되는 거죠 뭐!"

 

모두 함께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란다는 김 대표의 말은 사실, 그의 삶의 철학이다. 비록 자신이 피땀을 흘려 번 돈이지만, 모두 즐거울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 놓는다. 그래서 이 회사의 이름도 '우리모두'다.

 

처음 회사이름을 '우리모두'라고 지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물류회사의 이름으로는 낯설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그래도 김 대표는 이를 고집했고, 그 이름대로 모든 이가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2~3억 원씩을 기부했다. 사실 정확히 얼마를 기부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를 만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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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리모두 김경숙 대표이사. 그는 평생 한복만 입고 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우리모두 김경숙 대표이사. 그는 평생 한복만 입고 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남편 조명구 회장이 거들었다. 이들 부부는 최근에만 해도 가톨릭 사회복지관에 김장김치 1000박스를 보냈고, 지난해 여름에는 6톤 트럭 4대 분량의 아이스크림을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과 군부대 등에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베란다 새시 없이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10여 가구의 시설지원금을 내놓기도 했고, 집 앞에 지하수 관정을 개발해 주민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집안에는 100개가 넘는 장독대를 두고, 장독마다 해마다 각종 장을 담아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이라는 것은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다 내려놓고 가야죠"라면서 "이 세상 사는 동안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대표는 앞으로 5~6년 내에 은행빚을 다 갚고 나면 불교장학재단을 만들어 장학사업을 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또 평생을 한복만 입고 살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를 묻자 "남편이 좋아해서"라고 간단히 답한다. 회사를 혼자서 다 이끌어 가다시피 하는 여장부이면서도 남편을 위해서는 지고지순한 '순정'을 가지고 있는 김 대표.

 

그녀는 끝으로 "열심히 일해 주는 우리회사 직원들과 그리고 우리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모두 #백두산 천지 #김경숙 #천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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