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 인력 불법 모집 근절을 위한 광고 전단지
고기복
이러한 해외로부터의 막대한 외환 유입은 필리핀 경제에 젖줄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위해 필리핀 정부는 자국민 해외취업 관리를 목적으로 1982년 5월에 POEA를 설립하였다. 해외취업 지원과 관리를 위해 POEA는 루손 지역과 세부 지역, 다바오 세 곳에 지부센터를 갖고 있고, 각 지역에는 다시 지부 단위 POEA 사무소와 POEA로부터 허가를 받은 민간 송출기관들이 있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인력송출에 깊이 개입돼 있는 구조로, 정부의 위임 혹은 허가를 받은 민간송출업자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허술하게 될 때, 송출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과거 한국에서 산업연수제가 실시될 당시, 필리핀 인력송출은 정부 기관인 POEA가 아닌, POEA로부터 허가를 받은 민간업체들에 의해 행해졌었는데, 당시 과다한 송출비용과 인권침해 논란이 줄곧 제기돼 왔었다.
POEA의 주요 기능으로는 해외 이주노동자, 선원노동자 등 송출 업무를 담당하고자 하는 송출기관 설립에 대한 인허가, 감독, 송출 모집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민원 청취, POEA 관련 규정과 법률 위반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며, 이를 통해 최소 혹은 적정의 송출 비용을 책정하도록 조정하고, 불법 송출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외국고용주나 기관 등을 선정 혹은 등록을 받고, 인력송출에 대한 인허가를 하기 위해 인력 수입국 관계 기관과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공 교육과 캠페인 등을 벌인다.
POEA의 업무 중 이주노동자 송출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Pre-Deployment orientation)과 불법 송출 근절을 위한 세미나 외에, 한국과 같이 국가 대 국가 인력 협정을 맺은 나라에 송출되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언어와 문화, 노동법 등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데 혜택 받는 이가 없어?이처럼 필리핀은 해외 이주 과정에 있어서 출국 전부터 정부 기관인 해외이주청(POEA)이 직접 개입하여 송출 비리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해외 취업 전반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POEA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송출기관(Licensed Agency)들이 모집 단계에서부터 사금융권과 연계되어 대부 사업을 하는 등 송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전체 GDP의 11%, 외환보유고 약 60% 차지하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의 송금 등으로 인한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해외 이주를 경험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 이주노동 전반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인력송출 과정에서의 비리 근절과 피해를 막고, 해외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 시스템은 명목상 갖춰져 있으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이가 적다는 것은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 실질적인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