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나가사키까지 동행한 베를린 사람 도미니크
이명주
'여행자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한 베를린 사람 도미니크다.
그와는 후쿠오카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다. 둘 다 나가사키로 가는 길이었다. 아홉 날을 혼자 보내고 말벗을 만난 터라 여간 반갑지 않았다.
한국 술로 치면 꼭 막걸리 같은 친구였는데 그가 맘에 든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그의 여행자로서의 자세였다.
버스로 이동하는 세 시간여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는 자신이 경험한 낯선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혼전 동거에 관한 인식차였다. 도미니크는 한국에서 혼전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양가 부모의 허락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도미니크는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최대한 활용하며, 새롭게 알게 된 단어를 수첩에 적었다. "정신력과 근력의 차이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수첩 안에는 또박또박 적은 한국말 옆에 자국어로 발음이 표기돼 있었다. "왜 이렇게 한국어에 열심히냐"고 물었더니 "다른 나라의 말을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덧붙여 "여행자로서 그 나라 문화를 깊이, 다 알기란 어렵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가끔 영어로 말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의 외국인을 만난다. 그리고 이국의 낯선 문화를 그저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여행자의 자세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그 사회의 규칙이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노력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도미니크는 매우 훌륭한 여행자였다.
도미니크 덕분에 숙소 찾는 수고 없이 코카이도의 좋은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다른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