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 삶의 한 방편일 뿐 차별은 없어야

이주노동-꿈과 탄식 사이(8): 필리핀 관료들과의 만남

등록 2010.07.13 17:33수정 2010.07.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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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많은 필리핀 정부 기관 관료들은 게으르고, 무능하며, 부패하다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과 업무에 대해 헌신적이었으며,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비록 외국의 알려지지 않은 NGO라 할지라도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기관 방문에 앞서 질문지를 보내놓고 프리젠테이션을 부탁했을 때 그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응해줬고, NGO 활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질의를 하며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3년 만에 재개된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필리핀

 

이들이 이처럼 외국 NGO에 호의를 갖고 대해준 데에는, 일정 부분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영어 구사 능력이 있고, 성실하여 한국측 고용주들이 선호도가 아주 높음에도 불구하고, 송출 과정에 있어서 필리핀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한국으로부터 인력송출을 제한 당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 송출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2010년 5월 한국어능력시험이 있기 전까지 3년간 인력 송출을 제한한바 있다. 이는 필리핀 해외이주청(POEA)이 과거 산업연수제도가 실시될 당시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인력 모집을 해외이주청이 직접 하지 않고 송출기관에 할당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 등에 있어서도 어학원이나 송출기관 등과의 유착 비리가 발생함에 따라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관행들을 벗어버리고, 고용허가제 시행 목적에 맞게 인력 송출을 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인정되어 인력 송출이 재개되는 시점에 와 있다. 결국 해외이주청 관료들은 한국으로의 인력 송출이 재개되는 시점과 더불어 좀 더 능동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NGO와 더불어 모색하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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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poea 일 평균 3,000명에서 5,000명에 이르는 예비 이주노동자들이 해외 취업을 위한 접수를 한다는 poea ⓒ 고기복

▲ 붐비는 poea 일 평균 3,000명에서 5,000명에 이르는 예비 이주노동자들이 해외 취업을 위한 접수를 한다는 poea ⓒ 고기복

주대한민국 필리핀 대사관 노무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산토스(Alicia D Santos) 박사에 의하면, "필리핀 정부는 한국 고용허가제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고, 송출인력 대비 송금액이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해외이주청은 고용허가제를 통한 인력송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앞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라고 한다. 

 

우리는 이처럼 필리핀 이주 정책 담당 관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필리핀 경제에서 차지하는 이주노동의 위치와 외환 송금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외환 송금 유입액은 경제 지표와 매우 가깝다. 외환 송금은 가계 소비의 주요인이고, 이것은 국내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 요인이 된다. 대략 총 경제 생산의 11%를 외환 송금이 차지한다고 추정하는 것도 그 이유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해외로부터의 외환 송금은 국내 수요를 강하게 지지하여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개인적 이주노동은 더 많은 수입과 더 많은 교육 기회, 주택 구입과 저축, 투자 기회를 부여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환 송금액에 대한 의존은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비록 외환 송금이 경제 발전에 부응하지만, 해외 이주노동은 장기간 이별로 인해 가족 관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은 가족 해체의 요인이 되기도 하고, 가정내 역할모델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필리핀인들의 해외 이주노동은 국내에서의 고용기회 부재로 인한 것으로, 이주노동으로 인한 외환수입이 있다 하더라도 국내 고용시장 육성을 게을리하는 정부와 산업계에 대한 면제부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삶의 한 방편일 뿐, 차별은 없어야

 

이처럼 명확한 장단점을 갖고 있는 해외 이주노동이 활성화된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은 여느 국제공항과 달리 필리핀 해외 이주노동자를 일컽는 OFW(Overseas Filipino Workers) 전용 창구가 설치돼 있다. 전용 창구는 출국할 때와 귀국할 때 모두 이용하게 돼 있다. 이는 얼마나 많은 해외이주노동자들이 있으면 전용 창구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는데, 결국 전용 창구는 필리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외 이주노동자들을 우대하고 있음을 말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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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주노동자 전용 창구 ofw 전용 창구-출국 전 ⓒ 고기복

▲ 해외이주노동자 전용 창구 ofw 전용 창구-출국 전 ⓒ 고기복

전용 창구를 통해 귀국하는 이들은 외화벌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영웅이 되어 귀국하기도 하고, 송출 비리와 여러 가지 사연으로 인해 피해자가 되어 귀국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도 과거 독일, 중동 등지에서 광부로, 건설노동자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삶의 한 방편으로 이주노동을 떠났었다. 축구 국가 대표 박지성도, 이영표도 이주노동자다. 이처럼 국경을 넘으면 누구나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이주노동,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국경을 넘어 온 이주노동자들을 차별의 대상을 넘어 '우리'의 일원으로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이 세상에는 '나'만큼 귀한 '너', '우리'만큼 귀한 '이주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2010.6.14-25일까지 필리핀 이주과정 전반에 관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실태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단순히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주와 관련하여 출국 전, 이주노동 현장, 귀국 후까지 이주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아시아에서 이주노동이 차지하는 위치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향후 어떤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번 실태 조사는 기자 외에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 박종우 활동가, 결혼이주여성인 안나, 의정부 엑소더스 이인화 간사가 동행했다. 

2010.07.13 17:3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2010.6.14-25일까지 필리핀 이주과정 전반에 관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실태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단순히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주와 관련하여 출국 전, 이주노동 현장, 귀국 후까지 이주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아시아에서 이주노동이 차지하는 위치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향후 어떤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번 실태 조사는 기자 외에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 박종우 활동가, 결혼이주여성인 안나, 의정부 엑소더스 이인화 간사가 동행했다. 
#OFW #POEA #필리핀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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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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