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만원 삭감'보다 '29만원 감봉'이 세다?

'F등급' KT 직원들, 구제 신청 '각하' 결정에 발끈한 까닭

등록 2010.07.15 23:48수정 2010.07.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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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KT 직원들이 서울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KT 노동 인권 탄압 규탄 및 부당 인사 고과 공정 심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29만 원 깎은 '감봉 6개월'은 구제 신청 대상인데, 53만 원(연봉 1%) 깎은 인사 평가는 대상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됩니까?"

15일 낮 12시 서울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아래 중노위) 앞으로 KT 직원 1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3시 중노위에서 열리는 'KT 부당 인사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재심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연봉 1% 삭감'은 구제 신청 대상 아니다?

북부천전화국에서 일하는 박철우씨를 비롯한 KT 전현직 직원 54명은 KT에서 올해부터 시행한 고과 연봉제 인사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F등급'을 받아 연봉 1%(평균 53만 원)씩 삭감됐다. 공교롭게 이들은 지난해 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적극 반대했던 '민주동지회' 소속이거나 과거 114 업무 및 IT 본부 계열사 분리시 전출 거부자들로, 그동안 고령자들과 함께 회사에서 명예퇴직 압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F등급 평가 사유가 대부분 '규정 위반', '직무 태만' 등 회사 인사 규정상 징계 사유와 겹쳐 감봉, 견책과 같은 구제 신청 대상이라며, KT 대표이사인 이석채 회장을 상대로 부당 인사 고과 구제 신청을 노동위원회에 집단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는 지난 4월 1일 인사 고과에 따른 연봉 삭감은 징벌과 무관해 아예 구제 신청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했다.

지난해 KT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진 뒤 사측의 '부당 전보' 등에 맞서다 결국 해고된 조태욱 KT전국민주동지회 의장도 재심 청구자들 가운데 하나다. 조태욱 의장은  "KT는 지난해 12월 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퇴직 거부자들을 상대로 인사 고과에서 최하 등급인 F등급을 부여하거나 비연고지 전보 등 불이익을 줬다"면서 "지노위에서 각하된 뒤 중노위에서도 초심 결정을 유지하려는 수순을 밟아 10일째 이곳에서 공정한 재심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이미 지난 2008년 '부당 승진 누락'이 인정돼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승진 누락' 역시 이번 '인사 고과'와 마찬가지로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견책 등과 같은 명시적인 구제신청 대상은 아니었지만 '그 밖의 징벌'로 인정한 것이다.


인사 평가 당시 삼천포지사에 근무했던 조 의장 F등급 사유도 '프로모션 성과 달성에 대한 기여도 미약(상품 판매 실적)' 외에 '회사 방침과 지시 사항 불이행/ 기업 이미지 훼손 및 조직 질서 문란' 등이 포함돼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 

"명예퇴직 거부한 뒤 비연고지 전보, 인사 고과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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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상담원 출신으로 KT에서 37년간 근무해 온 박은하씨가 15일 지난해 명예 퇴직을 거부한 뒤 인사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 김시연

114 전화번호 안내 직원으로 30년 넘게 일하다 지난 2001년 6월 114 업무 외주화 때 전출을 거부했던 박은하(58)씨도 이번에 F등급을 받았다. 내년 6월 정년퇴직을 앞둔 박씨는 지난해 명예퇴직 신청을 거부한 뒤 비연고지로 전보되고 인사 고과에서 최하 등급을 받으며 우울증이 재발해 산업재해(산재) 요양을 받고 있었다.

박씨의 사례는 역시 114 전출 거부자로 대구에서 울릉도 등 비연고지 전출과 각종 징계, 직장 내 '왕따' 등에 시달리다 끝내 해임당한 김옥희(58)씨와 비슷하다. 김씨는 결국 지난 6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 해임 구제 신청을 통해 '복직' 결정을 받았지만 사측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해 아직 복직하지 못 했다.

박씨는 "114 전출을 거부한 뒤 2003년 영업 부서에 배정됐지만 정작 영업 교육은 시켜주지 않으면서 직장 내 왕따와 감시에 시달리다 적응 장애, 우울증 등으로 산재 판정을 받았다"면서 "나처럼 억울하게 F등급을 받았어도 이의 제기를 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낸다는 압력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밝혔다.     

KT 측은 지노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114 출신 177명 가운데 12명, IT 본부 출신 91명 가운데 5명만 F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KT 직원 3만여 명 가운데 5%가 F등급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특정 인사들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심 청구인들은 실제 조사 결과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114 출신만 24명이 넘고, IT 본부 출신들도 20명 이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날 오후 중노위 재심에서도 지노위의 초심 결정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재심 청구자들은 지난해 '고과 연봉제' 노사 합의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현 KT 노조 집행부와 사측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계속 벌일 계획이다.   
#KT #인사고과 #중앙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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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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