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만점 '삼색칼국수', 끓이는 재미까지

[맛집 소개] 잡곡밥과 어우러지며 '오감'을 만족시켜

등록 2010.07.17 12:35수정 2010.07.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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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하굿둑 금강호휴게소에 있는 ‘신가네 해물 칼국수’ 전경. 주인은 기관과 시민 사회단체의 검증을 받아 ‘오감만족 군산’ 책자에도 실렸다며 자랑했습니다. ⓒ 조종안

군산하굿둑 금강호휴게소에 있는 ‘신가네 해물 칼국수’ 전경. 주인은 기관과 시민 사회단체의 검증을 받아 ‘오감만족 군산’ 책자에도 실렸다며 자랑했습니다. ⓒ 조종안

 

"어제 소주 한잔했다면서요. 오늘은 비도 내리고 하니까, 점심때 시원한 칼국수나 먹으러 가죠."

"칼국수 좋지, 술은 몇 잔 마시지 않아서 속은 괜찮은데, 자기가 얘기하고, 비까지 내리니까 먹고 싶어지네. 군산하굿둑 금강호휴게소에도 맛있게 하는 칼국숫집이 있다고 하더라고···."  

 

어디로 무엇을 먹으러 갈 것인지 타협이 이루어지기 무섭게 우산을 챙겨 섣달 그믐날 저녁에 대목장 보러 가는 사람처럼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강변도로를 달리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더군요. 그래도 숲을 이룬 산의 나무들이 생기가 넘쳐 상쾌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한 지 10분도 안 되어 소문이 자자한 '신가네 해물 칼국수' 식당에 도착했는데요. 다양한 해물이 들어간 칼국수와 팥칼국수, 새알 팥죽, 들깨 칼국수, 삼색 만두 등을 맛보려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넓은 실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니까 젊은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오더니 상냥한 말씨로 무엇을 드실 거냐고 묻더군요. 해서 "간판이 왜 신가네 칼국수인가요?"라고 물었더니 "제가 주인(47세)인데 성이 신씨라서 그렇게 지었어요"라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주인이면서 종업원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는데요. 바지락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니까, 열무김치와 겉절이, 그리고 정월 대보름을 떠오르게 하는 잡곡밥이 먼저 나왔습니다. 잡곡밥 위에 고명으로 얹은 배추 시래기는 취나물처럼 감미로웠는데요. 맛을 한껏 돋워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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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잡곡밥.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퍼준다고 합니다. ⓒ 조종안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잡곡밥.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퍼준다고 합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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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수로 담갔다는 열무김치. 시원한 국물과 아삭아삭 씹히는 열무의 조화는 무더위를 잡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알칼리수로 담갔다는 열무김치. 시원한 국물과 아삭아삭 씹히는 열무의 조화는 무더위를 잡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조종안

 

멥쌀, 찰보리, 흑미, 팥, 조 등이 들어갔다는 잡곡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고, 제가 평소 집에서 해먹는 밥과 거의 비슷해서 반가웠는데요. 영양도 만점이고, 도망간 밥맛도 잡아주고, 고혈압과 비만방지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산의 상징인 '퍼주기 인심'은 이곳 식당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잡곡밥이 맛있긴 한데 양이 너무 적다고 하니까 주인은 "손님이 더 드시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드립니다. 대신 다음에 나오는 칼국수 맛은 책임 못 져요!"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주인은 곁으로 다가앉으며 "산성 음식에 찌든 손님들을 생각해서 알칼리수로 담근 김치니까, 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보다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을 마시면서 드시는 게 더 좋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음식에 대한 주인의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되었고,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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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그릇에 담긴 배추 겉절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버무린다는 설명은 싱그러운 맛을 더해주었습니다. ⓒ 조종안

옹기그릇에 담긴 배추 겉절이.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버무린다는 설명은 싱그러운 맛을 더해주었습니다. ⓒ 조종안

  

하루에도 몇 번씩 버무린다는 겉절이는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하는 투박한 옹기그릇에 담겨 나왔는데요. 개운한 젓국 맛과 통통한 깨소금이 방금 버무렸다는 것을 설명하는 듯했습니다. 벽에 걸린 안내판에 '김치는 드실 만큼만 덜어서 드세요. 남은 김치는 버려집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끌더군요.

 

영양 만점에 예쁜 새각시 얼굴 같은 삼색면

 

배추 시래기를 고명으로 얹은 잡곡밥으로 입가심하고 조금 있으니까 칼국수 재료가 나왔는데요. 색깔이 울긋불긋한 삼색 면은 예쁜 새색시 얼굴을 연상시켰습니다. 천마, 시금치, 당근 즙이 들어가서 백색, 녹색, 주홍색이 돋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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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새색시 얼굴처럼 화사한 삼색면. 영양 만점이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씹히는 맛이 졸깃해서 좋았습니다. ⓒ 조종안

화장한 새색시 얼굴처럼 화사한 삼색면. 영양 만점이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씹히는 맛이 졸깃해서 좋았습니다. ⓒ 조종안

  

삼색면을 사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개업하기 전부터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과라며 천마는 숙취해소, 혈당 저하, 피부미용, 당뇨 등에 효과가 뛰어나며, 시금치는 노화방지와 위장질환에 좋고, 당근은 시력을 보호하고 야맹증을 막아준다며 한 마디 부연했습니다.    

 

"벽에 걸린 설명서에도 효능이 적혀 있듯 시금치는 비타민 A, C가 풍부해서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고 고혈압, 빈혈 등에 좋으며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당근은 피로를 풀어준답니다. 그러니까 무더위와 장마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면서 보약을 드신다는 마음으로 찾아주세요." 

 

주인은 면을 반죽해서 내놓는 과정도 소개했습니다. 시금치와 당근은 갈아서 만든 즙을 밀가루와 혼합해서 만들고 천마 가루도 같은 방법으로 반죽한다고 하더군요. 면에서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야채라서 숙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방부제를 섞지 않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메뉴판에는 면을 추가로 주문하면 2천 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마음 놓고 드세요. 처음 주문할 때 종업원에게 면을 많이 달라고 부탁하면 요구하시는 만큼 드리니까요. 주방과 종업원 사이 연락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일반식당에서 주문할 때 나오는 고함도 들리지 않습니다."

 

설명을 마친 주인은 손님의 80%가 단골이고, 면은 1인분에 300g씩 저울에 달아서 내놓는다며 식당의 모든 시스템이 컴퓨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내가 조용하고 음식도 정확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다고 자랑했습니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미끄럼틀이 갖춰진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비 오는 날 아내와 칼국수 끓이는 재미도 쏠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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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에 퍼 담은 삼색면 바지락칼국수. 향긋한 야채 냄새와 졸깃한 면발은 칼국수의 지존다웠습니다. 마지막에 먹는 새우 맛도 일품이고요. ⓒ 조종안

대접에 퍼 담은 삼색면 바지락칼국수. 향긋한 야채 냄새와 졸깃한 면발은 칼국수의 지존다웠습니다. 마지막에 먹는 새우 맛도 일품이고요.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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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색면 바지락칼국수 끓이는 순서. 완성되기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천마, 시금치, 당근 등 각자 특성이 있어서인지 면발이 잘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 조종안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색면 바지락칼국수 끓이는 순서. 완성되기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천마, 시금치, 당근 등 각자 특성이 있어서인지 면발이 잘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 조종안

비가 오는 날 아내와 가스 불을 조절해가며 칼국수 끓이는 재미도 괜찮았는데요. 아내는 중화(중간 새우) 몇 마리와 바지락, 미더덕 등 다양한 해물을 우려내서 만든 육수가 팔팔 끓으니까 삼색 면을 넣고 국자로 휘저었습니다.

 

국자를 이리저리 돌려주면서 대화를 몇 마디 하는 사이에 거품이 일면서 다시 끓기 시작했는데요. 주인에게 물어보니까 불을 낮추고 3-4분 더 끓여야 각기 다른 양념의 특이한 맛이 면으로 스며들어 삼색 바지락칼국수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가스 불 조절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너무 오래 끓으면 면발이 퍼지니까 그만 끓여도 된다며 티격태격하면서도, 국물이 다 끓어서 먹을 때는 맛있는 새우도 양보하고, 칼국수도 서로 더 먹으라고 권했는데요. 양보하고 권하는 재미는 가장 우수한 천연조미료 역할을 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날씨 탓인지 국물의 고소하고 개운한 맛과 삼색 면의 졸깃한 느낌이 입안에 착착 감겼는데요. 다 먹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비어 있던 대접에 바지락 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있기 때문이었지요. 처음 끓일 때는 아내와 바지락이 조금 들어갔다고 투덜댔는데, 주인과 주방장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아내와 삼색면 바지락칼국수를 사 먹고 왔다'기보다는, '아내와 삼색면 칼국수 재료를 사서, 즉석에서 끓여 먹고 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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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대접에 수북하게 쌓인 바지락 껍질. 칼국수 2인분에 이렇게 많은 바지락이 들어갔으니 국물이 톱톱하고 시원할 수밖에요. ⓒ 조종안

빈 대접에 수북하게 쌓인 바지락 껍질. 칼국수 2인분에 이렇게 많은 바지락이 들어갔으니 국물이 톱톱하고 시원할 수밖에요. ⓒ 조종안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색면바지락칼국수 #신가네해물칼국수 #잡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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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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