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변화'와 '불안' 10권 책에 반영됐다"

자문위원 조국, 김민웅, 김호기가 본 '지난 10년 최고의 책'

등록 2010.07.23 14:09수정 2010.07.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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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예스24>는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선정 특별기획을 진행하면서 각계 인사 10명을 선정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고명섭 <한겨레> 출판팀장, 이한우 <조선일보> 출판팀장, 심성보 <오마이뉴스> 이사, 이동우 <북세미나닷컴> 대표, 정윤수 문화평론가,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이들은 각각 어떤 책을 '지난 10년 최고의 책'으로 뽑았을까. 자문위원 중 몇 명의 '지난 10년 최고의 책' 총평과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지난 10년간 우리를 생각하고, 울리고, 행복하게 해줬던 책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남소연
"전문가, 시민기자 및 누리꾼들의 합동 노력으로 선정된 '지난 10년 최고의 책'은 의미 있는 콘텐츠와 적정한 대중성이 적절하게 융합된 책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들은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또 우리를 눈물짓게 했으며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민주공화국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저녁 무렵 <한강>에 앉아 그 수천년의 유장한 흐름을 생각하며 각자 자신만의 <칼의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 또는 이 세대의 선배, 부모로서 앞날은 불안하다. 그러나 역사와 <대화>하며 긴 호흡을 배우고, 선인의 <강의>에서 시공을 넘어 살아 있는 지혜와 통찰을 얻고,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성과와 한계를 직시한다면 우리는 버틸 수 있고, 또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 겹겹이 묶여 있지만 우리는 가끔만이라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외치며 더 큰 세상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국적과 인종을 넘어 인간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이 땅의 소중함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속을 남김없이 뽑아 먹어 쭉정이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엄마를 부탁해>라고 속삭여 보자. 세상일의 해결을 가족애로 축소시키는 이데올로기가 싫다고 하더라도."

조국 교수의 추천도서

<복지국가혁명> (복지국가 SOCIETY 정책위원회 지음, 밈, 2007)
'반MB'를 넘어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극복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였다. 신자유주의식 성장제일주의, 박세일 교수의 "선진화론", "NL이냐 PD냐"와 같은 1980~90년대 '운동권' 담론을 동시에 넘어서 진보가 채택해야 할 비전과 정책을 손에 잡히게 제시한다. 이 책의 내용은 향후 진보개혁진영의 대통합 또는 대연대의 사상적, 정책적 기초가 될 것이다.


<지식 e> (EBS 지식채널 e 지음, 북하우스, 2007)
우리 시대의 핵심적 쟁점을 강렬한 그림과 명징한 메시지를 통하여 전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다. 매 꼭지는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영화를 융합시켜 놓은 듯하다. 편안한 자세로 보고 읽을 수 있지만, 그 후에 남는 여운은 묵직하고 얼얼하다.

<일어나라 인권 OTL>(한겨레21 편집부 지음, 한겨레출판, 2009)
현장밀착 취재를 통하여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G20 소속국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민낯과 속살을 보여주었다. 헌법상 규정된 여러 인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 사회의 약자, 빈자, 소수자의 인권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생생히 파헤쳐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누구의 어깨를 밟고 서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10권의 책은 우리 자신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의 산물"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권우성
"선정된 열 권의 책들은 공통적으로 이 시대의 고정관념이 드리운 생각과 경험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나서는 본질적 탐색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억압되거나 묵살당한 요구와 의식의 세계를 해부하여,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집단적 역량을 길러나가는 가운데 이룬 성취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일방적 신화를 벗겨내면서 우리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게 만들었으며, <88만원 세대>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좌절을 정면으로 고발하여 이 시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깨웠다. <강의>는 고전이 외면되는 시대에, 현상적 추세를 쫓기 바빴던 우리 사회의 정신적 차원을 더 깊은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했으며 <칼의 노래>는 역사의 한 특수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지 짚어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관성적으로 이해된 세계의 이면에 대한 여정을 펼쳐 보임으로써 우리의 사유지도에도 돌파의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주었고, <엄마를 부탁해>는 희생적 존재로 사회화시켜 더욱 희생의 늪 속에 빠뜨려온 '엄마'의 인간적 갈망과 이에 관련된 우리 자신의 윤리적 범죄를 재조명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모든 이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결말로 삶을 마무리한 한 시대의 지도자가 자신을 모두 던져 추구하고자 했던 진정한 역사적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복원하여 노무현 이후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대화>는 온몸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과 치열하게 마주해 싸워온 한 시대의 스승으로서 지식인이 통과해온 자전적 지성사이자, 우리 사회의 전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강>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걸어온 길의 역사적 진면목과 그 과정에서 변모를 겪은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이자 문학적 성찰이며,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이국의 진보적 지식인이 냉철하게 들여다본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가치에 대한 반성적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김민웅 교수의 추천도서

<고대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사계절, 2001)
오랜 세월 동안 고대문명이 서로 어우러져온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발자취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노학자의 걸작으로 오늘의 세계현실을 통찰하는 데에도 기본적이고 중대한 인식의 틀을 제공해준다.

<여운형 평전> (강덕상·김광열 지음, 역사비평사, 2007)
여운형에 대한 여러 평전 중에도 특히 내용과 자료가 방대하며, 아시아 전체를 놓고 사고하고 활동했던 뛰어난 선진적 독립 운동가이자 사상가의 면모를 치밀하게 재구성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역사적 자화상을 직시하도록 해준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이삼성 지음, 한길사, 2009)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와 근대의 과정에서 구조화된 역사적 역학관계의 발생과 변천의 과정을 새로운 각도로 해명함으로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전체적으로 통찰하게 해준 역작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래 사회를 위해 대중의 더욱 치열한 지적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권우성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관통한 화두는 '변화'와 '불안'이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화의 열망과 그 속에서 점차 확산돼 온 불안에 대한 자각이 우리 사회의 내면 풍경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선정된 10권의 책에는 바로 이런 변화와 불안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88만원 세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변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사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 문제를 <88만원 세대>는 다루고 있다. 문제는 미래다. 지난 10년간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전환의 문턱 위에서 망설이며 서성거리고 있다. 현실에 든든히 뿌리박은 지식인은 물론 대중의 더욱 치열한 지적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김호기 교수의 추천도서

<강의> (신영복 지음, 돌베개, 2004)
동양 고전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는 이 책은 고전이 왜 고전인가를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던 '대서양 시대'를 넘어서 미국과 동아시아가 주도하는 '태평양 시대'의 개막에서 동아시아는 무엇을 사상적 자원으로 할 것인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책이다.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 (백낙청 지음, 창비, 2006)
남북관계가 우리 사회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은 통일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와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과정으로서 통일론'은 최근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상황을 돌아볼 때 현실적 맥락은 물론 규범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한 가치를 갖는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 후마니타스, 2002)
이 책은 한국 민주화 시대가 갖는 명암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 대의정치와 참여정치의 생산적 결합이 한국 민주주의의 목표라면, 저자가 강조하는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의 제도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여전히 중대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최고의 책 #조국 #김호기 #김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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