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권우성
"선정된 열 권의 책들은 공통적으로 이 시대의 고정관념이 드리운 생각과 경험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나서는 본질적 탐색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억압되거나 묵살당한 요구와 의식의 세계를 해부하여,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집단적 역량을 길러나가는 가운데 이룬 성취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일방적 신화를 벗겨내면서 우리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게 만들었으며, <88만원 세대>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좌절을 정면으로 고발하여 이 시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깨웠다. <강의>는 고전이 외면되는 시대에, 현상적 추세를 쫓기 바빴던 우리 사회의 정신적 차원을 더 깊은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했으며 <칼의 노래>는 역사의 한 특수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지 짚어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관성적으로 이해된 세계의 이면에 대한 여정을 펼쳐 보임으로써 우리의 사유지도에도 돌파의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주었고, <엄마를 부탁해>는 희생적 존재로 사회화시켜 더욱 희생의 늪 속에 빠뜨려온 '엄마'의 인간적 갈망과 이에 관련된 우리 자신의 윤리적 범죄를 재조명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모든 이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결말로 삶을 마무리한 한 시대의 지도자가 자신을 모두 던져 추구하고자 했던 진정한 역사적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복원하여 노무현 이후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대화>는 온몸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과 치열하게 마주해 싸워온 한 시대의 스승으로서 지식인이 통과해온 자전적 지성사이자, 우리 사회의 전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강>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걸어온 길의 역사적 진면목과 그 과정에서 변모를 겪은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이자 문학적 성찰이며,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이국의 진보적 지식인이 냉철하게 들여다본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가치에 대한 반성적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김민웅 교수의 추천도서 <고대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사계절, 2001) 오랜 세월 동안 고대문명이 서로 어우러져온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발자취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노학자의 걸작으로 오늘의 세계현실을 통찰하는 데에도 기본적이고 중대한 인식의 틀을 제공해준다. <여운형 평전> (강덕상·김광열 지음, 역사비평사, 2007) 여운형에 대한 여러 평전 중에도 특히 내용과 자료가 방대하며, 아시아 전체를 놓고 사고하고 활동했던 뛰어난 선진적 독립 운동가이자 사상가의 면모를 치밀하게 재구성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역사적 자화상을 직시하도록 해준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이삼성 지음, 한길사, 2009)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와 근대의 과정에서 구조화된 역사적 역학관계의 발생과 변천의 과정을 새로운 각도로 해명함으로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전체적으로 통찰하게 해준 역작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미래 사회를 위해 대중의 더욱 치열한 지적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