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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논과 밭이 있고, 소가 우는 시골입니다. 가끔씩 일상이 골치 아플 때 잠깐 다녀오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집 담장가에 조롱조롱 매달린 방울토마토가 꽤 귀엽습니다. 아직 설익은 것도 있고, 제법 주홍빛이 감도는 것도 있네요.
천도 복숭아 나무입니다.
길 가에 나 있는 어느 집의 외양간입니다. 소들이 참 순박해 보이고 젊잖네요. 명절날 할머니들이 방 안에 모여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하양 읍사무소 근처의 장터 입니다. 조금만 나가면 대학가와 유흥가로 붐비는 곳이지만 아직도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곳입니다. 땀 냄새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 장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팔려고 내다놓은 토끼도 보이네요. 그 옆에선 방금 막 사체 분해가 이뤄졌는지 새의 깃털이며 내장 따위가 검정 비닐 봉지에 담겨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아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맨 손으로 그 뒷처리를 하고 계셔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 토끼들의 운명도?
직접 만든 청포묵을 팔러 나오셨네요. 콩가루와 콩국도 같이 팔고 있습니다. 콩국물 속에 띄워져 있는 청포묵은 여름이면 항상 떠오르는데, 어린 시절엔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서 어머니께 사달라고 하면 배탈난다고 한 번도 안 사주셨지요.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그리운가 봅니다.
배가 고파서 아무 가게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반찬은 양은 냄비에 담겨져 나오는 찌개와 설익어서 아삭한 여름 오이 무침, 깻잎전, 중멸치 조림, 계란 프라이입니다. 요란하지 않은 맛이 푸근한 시골 인심 같습니다.
이제 다시 먹구름이 잔뜩 몰려옵니다. 변덕스런 여름 날씨, 우리네 인생처럼 맑았다 흐렸다 하지만, 그래도 작고 소소한 추억이 있기에 힘내서 살아가 볼 만합니다.
2010.07.26 20:4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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