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를 점령한 블루길(왼쪽)과 배스.
김지영
의림지 명물 공어, 외래어종때문에 멸종 위기 의림지에 배스와 블루길이 번식하기 시작한 건 20여 년 전이다. 무지막지한 포식자가 등장하면서 의림지의 명물인 공어(빙어)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제천시는 해마다 겨울에 공어축제를 연다. 과거에는 충주와 춘천 등 다른 지역에 공어를 '수출'할 만큼 개체 수도 많았다. 외래어종이 득세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의림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의사모)의 김용갑 회장(충북 제천시 모산동, 57)은 "이제는 공어축제에 필요한 공어(빙어)가 모자라 2008년까지는 충추나 춘천 등지에서 매년 300kg씩 사 왔다"며 "지난 2년간 방생을 하지 않자 개체 수가 다시 줄었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고종황제에게 별미로 진상하기도 했던 공어가 이제는 대가 끊길 지경에 이른 것이다.
두세 시간만에 배스·블루길 3천 마리 낚아
이에 따라 의림지 인근 주민들이 모여 만든 의사모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외래어종 퇴치 낚시대회'를 연다. 25일 열린 6회 대회에는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궂은 날씨에도 낚시꾼 40여 명과 시민 4백여 명이 참여했다. 불과 두세 시간 만에 낚아올린 배스와 블루길만도 3천여 마리. 의림지 물속에 얼마나 많은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숫자였다.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의림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참가자들 나이는 70대 노인부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빠 옆에서 낚싯대를 빌려 낚시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일찌감치 도착해 먼저 손맛을 즐기고 있었다. 제천이 고향이라는 한 참가자는 "예전부터 의림지에 배스를 잡으러 자주 왔는데, 오늘은 대회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이 잡히는 것 같다"며 쉬지 않고 낚싯줄을 던졌다. 오전 11시쯤부터 한 시간가량 장대비가 쏟아졌는데도 일부는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채 '외래어종 잡기'에 몰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