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막고굴
이상기
더욱이 1908년 둔황의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 17동)에서 혜초(704?-780)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이래 실크로드 답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혜초 스님은 723년 광저우를 출발, 남지나해를 거쳐 말라카 반도를 통과한 다음 동천축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불교성지를 순례하고 중, 남, 서, 북천축국을 여행한다. 이어 대식국으로 알려진 페르시아 지방과 중앙아시아를 편력한 다음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 땅으로 넘어가게 된다.
혜초 스님은 카슈가르에서 천산남로를 따라 쿠차와 언기를 지나 둔황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란저우를 거쳐 727년 창안(長安)에 도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스님은 창안의 천복사, 대흥선사 등에서 불법(密敎)을 설하고 불경의 번역작업에 몰두하였다. 스님은 780년 4월 오대산 건원보리사에 들어갔으며, 5월 <대승유가금강성해만수실리천비천발대교왕경>을 남기고 입적하였다.
이번 실크로드 여행에서 혜초 스님의 여정과 겹치는 구간은 투르판에서 둔황까지이다. 혜초 스님의 여행구간 전체로 따지면 1%나 될까 하는 짧은 구간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이곳이 이번 여행의 핵심구간이다. 그래서 사명감이 더 크다. 혜초스님의 발자취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1,300년 전 이곳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실크로드 탐사는 현재에서 과거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이번 탐사기행에 대한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