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아주머니공정여행단의 질문을 들으면서 웃고 계신다.
김대규
초원의 첫날, 우리 공정여행단은 숙소에서 가까운 마을에 사는 몽골인 가정을 방문했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칭기즈칸과 달리는 말들의 사진이었다. 액자 위에 몽골인의 하느님 '텡그리'를 상징하는 파란 천 '하닥'이 드리워져 있었다.
우유에 차와 소금을 끓여 넣은 수태차와 과자 등을 먹는 사이에 파란색 비단의 몽골 치마를 입으신 주인 아주머니가 거실로 들어오셨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어느 어머니들과 다름이 없었다. 먼 옛날로 돌아가면 우리는 서로 같은 조상을 가졌으리라.
우리 공정여행단은 통역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나도 이집에서 안 보이는 것 세 가지(부엌, 화장실, 책) 중에 부엌과 화장실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소똥이나 말똥을 연료로 요리를 하는 부엌은 잠자는 곳과 분리되어 있단다. 그리고 화장실에 대해서는 "집 근처 사방이 풀밭인데, 거기서 일을 보면 되지 왜 화장실이 필요한가?" 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아하. 그렇군! 화장실도 문화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집안으로 화장실이 들어온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의아함이 의아함으로 돌아오니 뭔가 나의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궁금한 듯 주위의 친척들이 따라 들어왔다. 더러는 답변을 보충하기도 하고, 환영의 노래도 즉석으로 불러 주었다. 몽골인은 우리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노래와 춤을 즐긴단다. 진정으로 그래 보였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렇게 다시 보고픈 사람은 기억에 오래 남아 언젠가 간절한 그리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그리움은, 풍경을 스쳐가는 여느 여행과 달리 공정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자기말로 노래하고 춤추는 몽골학교 학생들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정여행단도 참가비의 일 퍼센트를 모아서 내몽골의 소수민족인 '몽골인 학교'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을 마련해왔다. 방학이어서 작년에는 선생님 한분만 오셨다는데, 이번에는 학생들도 함께 와서 준비한 춤과 노래를 보여준다고 한다. 인연이 거듭되니, 마음도 전달되나 보다.
둘째날 저녁을 먹고 나니, 전통 의상을 입은 몽골 아이들이 게르(Gel) 주위를 여기 저기 활발하게 뛰어 다닌다. 그 중에 가장 어린 쌍둥이 소년 둘은 낯선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기에 사진을 같이 찍자고 말을 걸었더니 부끄러운 듯 얼굴을 피한다.
몽골어로 안녕이란 말이 '세노'라 하기에 아이들에게 우리 노래 '세노야'를 불러 주니 살짝 관심을 갖는다. 슬그머니 아이들 옆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이 쌍둥이는 저녁 공연에서 몽골의 전통씨름 '부흐'를 춤으로 표현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