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화장실 놔두고 영어체험교실하라니...

서울시의회-구청장 정책간담회... 구청장들, 서울시 방만한 재정 운영 성토

등록 2010.08.03 20:52수정 2010.08.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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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구청장 "곳간 비었다", '오세훈 서울시정' 성토 ⓒ 박정호

▲ 시의회-구청장 "곳간 비었다", '오세훈 서울시정' 성토 ⓒ 박정호

 

"당장 서대문구 학교현장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을 바꿔달라고 하는데, 서울시는 정책이라며 바라지도 않는 영어체험교실을 강조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서울시의 재정 부담 강요로 구민이 원하는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3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시의회와 구청장들의 정책간담회는 서울시가 자치구에 재정 부담을 미뤄온 것에 대해 자치구청장들이 불만을 쏟아내면서 성토의 장이 됐다.

 

앞서 지난 2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부채 23조를 안고 있으며, 부도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구청장들은 "서울시가 재정 부담을 자치구에 떠맡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디자인서울 거리조성 공짜인 것처럼 유도해 놓고..."

 

이날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서울시의 불합리한 재정 부담 전가와 행정제도로 자치구가 떠안는 문제들을 제기했다.

 

이 구청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청계천에 이어 서울시 7개 자치구에서 생태하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는 인공하천으로 완공 후 인공적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유지비용을 서울시가 자치구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 따라서 서울시가 먼저 사업을 전개해놓고, 매년 5억에 가까운 유지비용을 자치구에 강제로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 구청장은 "서울시가 보조사업을 신설해서 처음에는 구의 부담이 낮은 매칭 비율을 제시하고는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이러한 시책사업 보조금 부담률을 늘려 전가하는 것이 계속 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사업시작 당시 시와 구의 재정부담비율이 7:3이었는데 현재 5:5로, 상상어린이공원(놀이터)도 7:3에서 6:4로 변경돼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됐다. 또 디자인서울 명목 하에 새로 조성되고 있는 거리 공사도 9:1로 거의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서울시가 유도했지만 현재는 6:4로 조정이 됐다.

 

그의 말에 따라 현재 재정파탄에 이른 서울시가 계속해서 자치구에 시책사업 보조금 부담률을 늘린다면, 내년에는 그 비율이 커져 서울의 각 자치구 또한 더욱 열악한 재정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구청장은 "서울시는 자치구를 길들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각 자치구가 인센티브 사업을 받기 위해 매달리고 정작 자치구 자체 사업은 미루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방자치 단체의 자율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도 "시에서 매칭펀드 사업을 벌일 때 구 입장에서는 실적을 위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자치구 의견을 좀 더 많이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서울시와 서대문구의 다른 교육정책에 따른 재정조정의 괴리를 예로 들었다. 문 구청장은 "당장 학교현장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을 바꿔달라고 하는데 서울시는 정책이라며 바라지도 않는 영어체험교실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르네상스 등 전시성 사업은 계속 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싶어도 이런 자리 아니면 반대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여 사업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열악한 자치구 재정, 무상급식은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구청장이 되고나서 직접 관여하다 보니 구 재정 상태가 열악해 숨도 못 쉬고 있음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박 구청장은 "2011년부터 시행될 개정 지방세법과 긴축예산 편성에 따라 자치구들의 재정여건이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며 "이런 상태라면 강북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장으로서 좀 창피하지만 현재도 자치구 재정이 극도로 열악하고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듣기 위해서 한 것 아닐까 하니 이를 통해 개선될 것이라 믿는다"고 자치구의 사정과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문병권 중랑구청장도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해서 예산을 부담할 수 있는 구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재정자립도가 약한 중랑구는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원구청장 "서울시 균형발전 위해 '기본선' 만들어야"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문제에 대한 성토와 불만이 쌓여가는 가운데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며 나섰다.

 

먼저 김 구청장은 "노원구는 재정상태가 가장 열악한 자치구라 동네에 가면 주민들이 걱정을 태산 같이 한다"고 노원구의 사정을 설명 한 후 "앞으로는 우리가 예산을 새롭게 접근해 집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울 25개 자치구에 어디 살든 관계없이 시민이면 누려야 할 '기본선'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이 누려야 할 복지 혜택, 문화 혜택, 환경 혜택 등의 기본선을 만들고 그 선에 따라 자치구 재정을 배분하는 것이 현재의 강남북균형발전보다 새로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렇게 시의회가 함께 공동 작업을 해 그에 맞게 예산 배분 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원구는 살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면한 문제는 올해 긴급하게 대책을 세우되, 서울시의 기본선을 만들고 재정을 재배분하면 노원구 같은 구도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가까워져 ..."무상급식 실현 위한 민간 거버넌스 구성"

 

3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의장단-자치구청장 정책간담회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발표하고 있다. ⓒ 박정호

3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의장단-자치구청장 정책간담회에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발표하고 있다. ⓒ 박정호

이날 서울시의회는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서울 민관 거버넌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 구청장들은 빠른 시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서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준비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서울 민관 거버넌스'는 서울시의회,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기초단체(구청장협의회), 기초의회(구의장단 협의회), 시민운동진영을 구성주체로 해 1개월간 실무협의회를 통해 준비 후 9월 초에 구성될 예정이다.

 

김종욱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은 "저도 그렇고 여기계신 대부분의 의원과 구청장이 지난 선거에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웠을 것"이라며 "이는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같이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의 이러한 제안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영배 성북구청장도  적극적으로 나서 성북구의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무상급식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상관없이 누려야 될 가장 기초적인 복지권이며 인권의 문제"라며 "단순히 예산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초, 중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시범 실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성북구는 당장 이번 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성북구내 24개 초등학교 6학년 3945명(사립초교, 교육청 지원 409명 제외)을 대상으로 급식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서울 '친환경 급식유통센터'를 활용해 친환경 농축산물을 공급한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계획에 부담될 비용에 대해 "어렵겠지만 보도블록 등으로 낭비되는 전시성 예산을 줄이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올해 추가경정예산부터 편성할 예정이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례개정, 주민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하나하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구청장협의회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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